'군민 3만3000명 모두에게 긴급 대피령' 사상 초유의 사태 발생

2025-07-20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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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서 폭우 피해 속출... 경남 피해 특히 심각

19일 경남 산청 생비량면 마을 일대가 집중호우로 인해 물에 잠겨있다.  / 뉴스1
19일 경남 산청 생비량면 마을 일대가 집중호우로 인해 물에 잠겨있다. / 뉴스1

19일까지 전국적으로 나흘간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주택과 마을이 잠기고 산사태가 발생해 사망·실종 사고가 속출했다.

도로 유실로 교통은 물론 철도·선박·항공기 운항도 심각한 차질을 빚었고, 농작물 침수와 가축 폐사 규모도 기하급수로 늘고 있다.

경남 산청에서는 전 군민에게 대피 명령이 내려지는 사상 초유의 상황도 발생했다.

19일 내린 폭우로 울산시 남구 태화강 국가정원 둔치 일대가 물에 잠겨 있다. / 뉴스1(독자 제공)
19일 내린 폭우로 울산시 남구 태화강 국가정원 둔치 일대가 물에 잠겨 있다. / 뉴스1(독자 제공)

경남에서는 시간당 최대 100㎜의 극한 호우로 이날 하루에만 사망 5명, 심정지 2명, 실종 2명이 발생하는 등 총 31건의 인명 피해가 기록됐다.

오전 9시 25분쯤 산청군 산청읍 병정리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주택에 있던 60대 A씨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오전 10시 46분쯤 산청읍 부리마을에서도 산사태로 집 안에 있던 40대 B씨 등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구조됐다.

오후에도 부리마을에 토사가 유출되며 마을 주택 2채를 덮쳐 20대 C씨 등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다.

낮 12시 36분엔 산청군 단성면에서 주택이 물에 잠겨 60대 D씨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고, 1명이 실종됐다.

오후 4시 20분쯤 밀양시 청도면에서는 차량이 급류에 휩쓸려 60대 운전자가 숨졌다.

산청읍 신안면 외고리 한 주택에 고립된 2명을 포함해 총 6명의 주민이 통신 장애로 연락이 닿지 않아 소방 당국이 생사를 파악 중이다.

소방 당국은 현재까지 16명을 구조했다.

산청군은 이날 오후 1시 전 군민 약 3만3000명을 대상으로 긴급 대피령을 발령했다.

단일 지자체가 극한호우를 이유로 일부 읍면동이 아닌 전 지역에 대피를 권고한 것은 처음이다.

경남과 인접한 울산, 부산, 대구도 도로와 주택이 침수되고 교통 통제가 이어졌다.

이날 오후 울산 태화강이 불어나면서 상류인 사연교에는 홍수경보가, 중류인 태화교에는 홍수주의보가 내려졌다.

도로 곳곳이 침수돼 차량 통행이 제한됐고, 울주군·중구·남구 지역 도로 15곳에서 한때 차량이 통제됐다. 현재는 4곳만 통제 중이다.

흙탕물이 태화강 하류 강변 주차장과 산책로를 덮치면서 울주군 언양읍 반천리 일부 도로와 공터가 잠기고 주차 차량 50여 대가 침수됐다.

오전에는 울주군 범서읍 한 사찰에서 산사태로 60대 거주자 1명이 다쳐 소방대원들에 의해 이송됐다.

울주군은 삼동면 왕방·사촌·하잠 등 3개 마을 150가구에 대피를 권고했고, 일부 주민은 마을회관에 머물렀다가 귀가했다.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면 언양 분기점 인근에서는 산사태로 흘러내린 흙이 일부 차선을 막아 정리 작업 중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국보 ‘반구대 암각화’는 이날 오전 사연댐 수위가 53m를 넘으면서 물에 잠겼다. 반구대 암각화가 침수된 건 2023년 8월 이후 2년 만이다.

오후에는 부산 강서구 송정동 야산에서 돌무더기가 경사면으로 굴러떨어졌고, 강서구 대저동 한 빌라에서는 외벽 외장재가 추락해 주차된 차량이 파손됐다.

부산에서는 주택 침수, 도로 포트홀 등 22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돼 소방 당국이 안전 조치를 했다.

대구는 상대적으로 피해 규모가 작았지만, 성주군 저지대 일부 도로가 침수됐고 하천·계곡 주변 도로 통행과 출입이 제한됐다.

광주·전남·전북에도 사흘간 최대 577㎜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3명이 실종되고 주택과 농지 침수 피해가 이어졌다.

17일 오후 광주 북구 신안교 인근과 금곡동에서 각각 80대 남성과 70대 남성이 실종돼 경찰과 소방당국이 사흘째 수색 중이다.

오후에는 전남 순천시 순천만국가정원 오천그린광장 인근 하천에서 남성으로 추정되는 시민이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갔다는 신고가 접수돼 당국이 수색 중이다.

광주에서는 심각한 침수 피해와 하천 범람 우려로 383명이 대피했고, 현재 83명이 학교 체육관 등에 머물고 있다.

광주 동구 계림동 도시철도 2호선 1단계 공사 구간 인근 도로에서는 싱크홀이 발생했다. 지난 17일부터 사흘간 광주에 접수된 싱크홀 신고는 총 9건이다.

광주에서는 건물 침수 263건, 차량 침수 99건이 발생했고, 전남에서는 주택·상가 474곳이 침수됐다. 1곳은 토사 피해를 입었다.

전남에서는 벼 4478㏊, 시설원예 271㏊, 과수 101㏊, 논콩 359㏊ 등 농작물 5209㏊가 침수됐고, 가축 21만8000마리가 폐사했다. 수산 양식장 7곳도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날까지 경남과 광주 등을 중심으로 전국 14개 시도 81개 시·군·구에서 일시 대피한 주민은 9520명이며, 이 중 3952명이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기상청은 산사태, 제방 붕괴, 시설물 침수 등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19일 오후 폭우로 발생한 산사태로 주택이 매몰돼 주민 3명이 실종된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마을에서 경남소방이 굴착기를 투입해 인명 수색에 나서고 있다. /  뉴스1
19일 오후 폭우로 발생한 산사태로 주택이 매몰돼 주민 3명이 실종된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마을에서 경남소방이 굴착기를 투입해 인명 수색에 나서고 있다. / 뉴스1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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