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밥에 진심이라는 일본인들이 한국에서 쌀밥 먹고 놀라는 이유
2025-07-20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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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압력밥솥 성능에 놀랐어요”
한국을 처음 방문한 일본인들이 가장 놀라는 순간은 의외로 ‘밥 한 끼’에서 시작된다. 단순한 쌀밥 한 공기지만 그 안에 담긴 조리 방식과 쌀 품종, 그리고 맛의 디테일이 일본인들에겐 낯설고 놀랍게 다가온다. 유튜브 채널 ‘세상모든이야기’에 출연한 일본 여성 마리코와 미노리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한국 밥 처음 먹었을 때 생각보다 너무 맛있어서 놀랐다”고 털어놨다.
둘은 일본에서도 쌀밥에 진심이다. 일본엔 지역마다 생산하는 쌀의 품종이 다르고, 등록된 품종 수만 해도 1000개를 훌쩍 넘는다. 고시히카리, 사사니시키 같은 쌀이 지역별로 인기를 끌고 있고, 그 맛의 차이를 정확히 구분하는 일본인도 많다. 마리코는 “일본에서 밥을 짓는 데 있어 브랜드나 품종을 고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고시히카리 같은 경우 윤기 있고 단맛이 도는 쌀이라 밥맛이 아주 좋다”고 말했다.
이런 일본인들에게 한국 밥은 처음엔 의심의 대상이었다. 미노리는 “한국 밥은 일본 것보다 덜하겠지 생각했는데 막상 먹어보니 너무 맛있었다”고 했다. 특히 한국의 압력밥솥이 지어내는 찰지고 윤기 도는 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쿠쿠 같은 압력밥솥의 기능과 성능에 대해서도 “너무 좋아서 결혼 후 직접 사서 쓰고 있다”고 말했다.
마리코는 일본에서도 압력밥솥을 판매하지만 한국처럼 모든 가정에서 대중화하진 않았다고 전했다. 일본에서는 일반 밥솥을 사용하는 가정이 많고, 압력밥솥을 선호하는 사람은 일부에 그친다고 했다.
즉석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일본에도 전자레인지용 즉석밥은 있지만 한국처럼 널리 소비되진 않는다고 했다. 마리코는 “일본에선 혼자 살아도 밥솥으로 밥 짓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한국산 수산물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특히 붕장어에 대한 반응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 잡힌 붕장어의 60%가 일본으로 수출된다. 마리코는 “일본의 초밥 위에 올라가는 장어는 대부분 붕장어인데 일본산보다 한국산 붕장어를 많이 쓰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일본에선 붕장어와 민물장어를 구분해 요리하는데, 특히 여름 복날에는 민물장어를 즐긴다. 한국인들처럼 더위를 이기기 위한 스태미너 음식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김에 대한 반응도 뜨거웠다. 일본에서도 한국 김이 슈퍼마켓에서 쉽게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일본 김은 간장이나 설탕 베이스로 달짝지근한 맛이 나는 데 반해 한국 김은 참기름과 소금으로 간을 해 바삭하고 풍미가 강하다. 미노리는 “한국 김이 맛도 좋고 식감도 뛰어나서 일본 사람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한국 라면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신라면, 불닭볶음면 등 매운 라면이 일본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제는 대형 마트는 물론 편의점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다고 한다. 신라면은 일본 20대가 가장 많이 먹는 봉지 라면 상위권에 속할 정도로 확산돼 있다. 미노리는 “예전엔 신오오쿠보 같은 한국 거리에서나 구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일본 전국 어디서든 손쉽게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일 간 수입품의 역전 현상도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과거엔 한국이 일본의 간장, 와사비, 맥주 등을 수입하는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한국산 김, 장어, 라면, 술이 일본으로 수출되는 흐름이 형성됐다. 특히 녹색병 소주가 일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과일향 소주가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