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돼...” 결국 첫회 시청률 못 넘기고 퇴장한 '한국 드라마’
2025-07-20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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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마지막 회 시청률 4.1%로 쓸쓸히 종영한 한국 드라마
완성도 높은 결말로 유종의 미 거둔 SBS 금토드라마
믿어주길 바랐지만, 그 마음은 끝내 시청자에게 닿지 않았다. 결국 SBS 금토드라마 ‘우리영화’는 19일 방송된 마지막 회를 끝으로 조용히 막을 내렸다. 첫 방송에서 4.2%로 출발했던 시청률은 단 한 번도 그 수치를 넘지 못한 채, 12회에서 4.1%를 기록하며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으로 집계된 수치에 따르면, ‘우리영화’는 2회부터 곧바로 3%대 시청률로 하락했고, 이후 아쉽게도 반등하지 못한 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3회 이후 처음으로 4%대를 회복한 마지막 회조차 첫 회를 넘지 못했다. 작품성과 연기력, 감성 연출까지 고르게 호평받았음에도 ‘우리영화’는 끝내 시청률의 벽을 넘지 못한 채 퇴장했다.
‘우리영화’는 영화감독 이제하(남궁민 분)와 시한부 배우 이다음(전여빈 분)의 로맨스를 그린 감성 멜로드라마다. 죽음을 앞둔 순간, 인생의 끝에서 만난 두 사람은 영화라는 예술을 매개로 서로의 삶에 깊이 스며들며 사랑을 완성해간다. 이 작품은 매회 잔잔하고 섬세한 감정선으로 시청자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지만, 빠른 전개와 자극적인 갈등을 선호하는 대중의 흐름 속에서 주목받기란 쉽지 않았다.

특히 배우 남궁민은 초반 시청률 부진에 대해 직접 언급하며 화제를 모았다. 그는 자신의 SNS에 “나는 너무 자신 있다. 5화까지만 바라봐 달라. 반등이 없으면 내 책임일 것”이라는 글을 남겼고, 이는 제작진의 자신감과 작품에 대한 애정을 고스란히 드러낸 표현이었다. 하지만 5화를 포함한 중반부 시청률은 반등하지 못했고, 이는 오히려 배우의 진심과 대비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영화’는 완성도 높은 마지막 회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영화 ‘하얀 사랑’의 크랭크업과 함께, 이제하와 이다음은 영화 속 사랑을 현실로 마주하고 받아들였다. “기어코 이 영화에 사랑을 넣겠다”는 이다음의 각오는 실제 삶과 예술 모두에서 실현됐고, 그 장면은 시청자에게 뭉클한 감정을 남겼다.
엔딩에서는 이별을 앞둔 이다음과 이제하가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며 서로를 온전히 사랑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캠코더에 담긴 마지막 인사, 되돌아오는 봄을 기다리듯 이어지는 일상, 그리고 영화의 크레딧처럼 흐르는 여운이 감성을 자극했다. 죽음조차 그들의 사랑을 갈라놓지 못했고, 영화 ‘하얀 사랑’의 마지막 장면은 그 사랑을 영원히 기록했다.

주변 인물들의 서사도 놓치지 않았다. 채서영(이설)은 외로움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고, 부승원(서현우)은 영화에 대한 낭만을 되찾았다. 홀로 남겨진 이정효(권해효)는 고독과 화해하며 삶을 다시 일구기 시작했다. 인물 각자의 변화는 ‘우리영화’가 단순한 멜로를 넘어 삶을 이야기하는 드라마였음을 증명한다.
연기, 연출, 극본, 음악이 조화를 이루며 극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남궁민은 절제된 내면 연기로 무너져가는 한 남자의 슬픔과 회복을 그려냈고, 전여빈은 찬란한 생의 마지막을 눈부시게 채워갔다. 이정흠 감독은 무성영화를 연상케 하는 흑백 처리, 자막 연출, 화면비 조절 등 세밀한 시청각적 장치를 활용해 감정선을 극대화했다. 그 결과 ‘우리영화’는 느리지만 깊은 속도로 시청자 마음속을 흘러갔다.
하지만 대중은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절절한 서사, 탁월한 연출, 배우들의 몰입감 있는 연기에도 불구하고 ‘우리영화’는 트렌드와 맞지 않았다. 빠르게 휘몰아치는 이야기 전개, 짙은 자극과 충격 반전이 익숙한 시청자에게 이 드라마의 섬세함은 오히려 지나치게 조용하고 느리게 느껴졌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방송이 끝난 뒤 시청자 반응은 뜻밖의 온기를 품고 있다. “말도 안 돼… 제 마음 속에서는 최고의 시청률이었네요”, “전여빈 배우 최고였어요. 고맙습니다”, “한동안은 다시 볼 수 없을 작품을 보내며 감사한 마음을 보냅니다”, “참 좋은 드라마였어요”, “남궁민 배우님 전여빈 배우님 연기력 최고요”, “드라마 캐릭터들이 다 이해되고 못된 사람들이 없어서 더 좋았던 드라마로 기억될 듯”, “남궁민 믿고 보는 드라마”, “다시 한번 곱씹으며 우리영화 보려고요”, “요즘은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드라마가 많았는데 인간주의의 영화 같은 드라마였습니다”, “어떻게 마무리할지 정말 궁금했는데 너무 만족스러운 결말이었어요”, “우리영화는 소설 한 편 읽은 느낌”, “우리영화는 소중히 간직하고 앞으로도 쭉 보고 싶은 작품”, “파도 하나 치지 않는 잔잔함이 시청률에는 도움이 안 된 거 같아요… 잘 봤습니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시청률은 비록 외면했지만, 진심은 분명히 닿았고, 이 작품을 가슴에 품은 시청자들은 그 울림을 오래도록 간직할 것이다.
‘우리영화’의 바통은 SBS 새 금토드라마 ‘트라이: 우리는 기적이 된다’(극본 임진아, 연출 장영석)가 이어받는다. 오는 25일 첫 방송을 앞둔 이 작품은 예측불허의 괴짜 감독과 만년 꼴찌 럭비부가 전국체전 우승을 향해 달려가는 성장 스포츠 드라마다. 감성 멜로였던 ‘우리영화’와는 결이 완전히 다른, 유쾌하고 역동적인 에너지가 중심이 될 전망이다.

‘우리영화’는 끝내 시청률의 반전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사랑과 삶의 본질을 조용히 통과하며 깊은 여운을 남긴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빠르게 흘러가는 서사와 자극적인 설정 대신, 이 드라마는 감정을 절제하고 대사를 아꼈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오히려 더 큰 진심이 전해졌다.
거센 파도 대신 잔잔한 물결로 마음을 적신 ‘우리영화’는, 시청률 수치와는 별개로 누군가에게는 오래도록 남을 이야기였다. 죽음을 앞둔 인물의 시선을 통해 오늘의 순간을 비추고,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되묻는 이 작품은 어쩌면 우리가 일상 속에서 놓치고 있던 감정들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화려하지 않았지만 진심이 있었고, 조용했지만 깊이 스며들었다. ‘우리영화’는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났고, 동시에 오래도록 남게 됐다.

※ SBS ‘우리영화' (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기준)
-1회(06.13) 4.2%
-2회(06.14) 3.0%
-3회(06.20) 4.0%
-4회(06.21) 3.4%
-5회(06.27) 3.7%
-6회(06.28) 3.2%
-7회(07.04) 3.6%
-8회(07.05) 3.3%
-9회(07.11) 3.8%
-10회(07.12) 3.9%
-11회(07.18) 3.5%
-12회(07.19) 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