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터진 메리츠금융 도덕적 해이... 김용범 부회장 책임론까지
2025-07-2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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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회장 최측근 임원 내부정보 악용해 부당이득
자체 모니터링 기능 무력...경영진 책임론 거세

대한민국 금융업계를 강타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터졌다. 메리츠금융그룹의 핵심 인물이 미공개 내부 정보를 악용해 수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룹의 도덕적 해이가 도마에 올랐다. 이런 일탈이 일회성이 아닌 구조적 문제라는 점, 그룹의 사모 전환사채 비리에 이어 최고경영진들이 연루된 비리가 터지면서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책임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21일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지난 16일 정례회의에서 메리츠금융지주 주식에 대한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금지 위반 혐의로 메리츠화재 전 사장 A씨 등을 검찰 고발 조치했다. 메리츠화재 임원이던 A씨는 메리츠금융그룹의 합병 추진 소식을 미리 접하고 메리츠금융지주 주식을 매입해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회사 내부 정보를 개인의 주식거래에 활용한 것이다.
A씨는 메리츠금융의 실질적 수장인 김용범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그를 부사장에서 부문장(사장급)으로 승진시키기도 했다. 당국의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회사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하다가 최근에서야 고문으로 직책을 겨우 변경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업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2022년 11월 21일 메리츠금융지주는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메리츠금융지주 주가는 다음날 상한가에 마감했으며, 그 다음날에도 장중 상한가를 찍었다.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도 일제히 다음날 상한가를 기록했다. A씨와 은모 전 상무는 이런 내부 정보를 이용해 최소 5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거둔 혐의를 받는다.
금융당국이 검찰 고발을 강행했다는 것은 금융사 사장이 연루된 불공정거래 사건을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혐의자의 진술·소명도 건너뛰며 이례적으로 신속 처리할 만큼 이상 자금흐름이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임직원 매매 내역 모니터링 등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발견한 사안이 아니라 한국거래소가 이상거래 징후를 초기에 포착한 사례라는 점에서 사건에 심각성을 더한다. 거래소는 미공개중요정보가 생성된 시점 전후의 매매 양태를 분석해 이상 거래를 추리는데, 거래 양상이 정상 범주에 들지 않아 의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눈에 띄는 대량 매매가 체결된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으로 통보된 후 조사는 중요 사건으로 분류돼 3, 4개월 만에 신속 마무리됐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처럼 사안의 중요성이 인정되거나 증거 인멸 등 우려가 있는 사안은 '우선심의' 사건으로 분류해 증권선물위원회에 빠르게 상정된다. 해당 사건 역시 혐의자 출석 없이 우선 심의로 처리됐다.
증선위는 연루자들이 가족까지 동원해 거래한 점을 파악하고 죄질이 불량하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들은 합병 계획을 모르고 주식을 매입했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증선위는 내부 정보를 아는 사장 등 고위 임원들이 연루됐다는 점에서 엄정한 기준을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메리츠화재는 뒤늦게 사건을 인지하고 최근 A씨를 직위 해제 조치했다. 퇴직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A씨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00억원에 육박하는 보수를 수령했다. 지난해에만 성과급을 포함해 25억원대 보수를 챙겼다.
반복되는 사익추구 행위에 메리츠금융의 회사 내부통제 부실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메리츠증권은 직원들이 사모 전환사채(CB) 중개 과정에서 얻은 직무상 정보를 이용해 사적이익을 취한 혐의 등으로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다수 임직원이 지난해 재판에 넘겨졌다.
메리츠금융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함께 새 정부 출범 이후 불공정거래 혐의로 금융당국의 철퇴를 맞은 1호 사례라는 오명도 사게 됐다.
김용범 부회장의 책임론도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최고경영자로서 회사 내부통제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해 핵심 임원의 불공정거래를 원천 차단하지 못한 경영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가 김 부회장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만큼 메리츠화재 내부의 견제와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관련자들을 업무에서 배제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업계에선 때늦은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회사는 당국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사태가 커지자 고문으로 직책을 변경하면서 내부통제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점을 보여줬다.
더욱이 한국거래소가 포착할 정도로 눈에 띄는 이상거래가 이뤄졌음에도 회사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이 이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메리츠금융 전체의 컴플라이언스 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