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욱 대통령실 비서관이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의 심상찮은 수위
2025-07-2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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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태도 너무도 존경” “이죄명 지옥에 보낼 열망”

저서 등을 통해 비상계엄을 옹호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강준욱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이 과거 대법원 강제 동원 관련 판결을 부정하며 "나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믿으며 강제징용이란 것을 믿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한겨레에 따르면 강 비서관은 2018년 페이스북에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글을 통해 “위안부도 마찬가지지만 길거리에서 아무나 무작정 잡아간 것으로 여기기에는 일본인들의 태도가 너무도 존경스러운 수준”이라며 이렇게 적었다.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은 과거 일본의 한국병합이 불법이고 조선인 동원의 근거가 된 총동원법·징용령도 불법이기에 “조선인 동원은 불법이었고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낸 바 있다.
강 비서관은 과거 페이스북과 블로그 등 각종 소셜미디어(SNS)에서 다양한 주제의 극우 성향 내용의 글을 전파했다. 현재 강 비서관의 페이스북과 블로그 계정은 온라인에서 찾을 수 없지만, 강 비서관과 친구를 맺은 회원들이 그가 올린 글을 공유한 자료들이 일부 남아있다.
강 비서관은 이 글에서 자신의 외조부가 일제 때 기술자로 근무하며 퇴직연금을 수령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근대 경제사의 거두이신 이영훈 교수님을 뵈었을 때 우연히 이 말씀을 드렸더니, ‘아니 내가 모르는 일본인들의 사적 보상도 있었던가’라고 놀라기까지 하셨다"고 언급했다.
이영훈 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제 강점기의 식민지 지배를 근대화의 기회로 보는 대표적인 '식민지 근대화론' 학자로 꼽힌다.
강 비서관은 이어 "당시 일본과 100년도 넘는 차이가 있었음에도 21세기 들어와서 경제에 있어서만은 그 차이를 거의 따라잡았다. 그런데도 오늘 대법원판결을 보니 그 의식은 여전히 100년의 차이가 있음을 실감한다. 불쌍한 나의 조국, 나의 동포들이여"라고 썼다. 2018년 10월 대법원판결 당일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글은 한 페이스북 사용자에 의해 2019년 7월 공유됐다.
또 강 비서관은 20대 대선이 진행 중이던 2022년 페이스북에 “나이 들어 헛것이 보인다는 이야기는 있어도 보일 게 안 보이는 건 이죄명 지옥 보내기에 대한 마음속 열망이 눈과 뇌를 연결하는 신경망에 오류를 만든 건지 모르겠다”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제까지 겉으로 드러난 모습 중 그나마 자유 우파에 최선인 정치인이 윤석열이다” 등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를 추켜세우는 발언을 했다.
강 비서관은 동국대 교수(정보통신공학과) 시절이던 올해 3월 발행한 책 '야만의 민주주의'에서 비상계엄을 “민주적 폭거에 항거한 비민주적 방식의 야만”이라 옹호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국민에게 상황의 답답함과 막막함을 알리는 방식으로 계엄을 선택한 것”이라 두둔했다.
그가 맡은 국민통합비서관은 새 정부 들어 확대 개편된 경청통합수석비서관 산하에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통합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자리다.

민주당 내부에서 부적절한 인사라는 비판과 함께 파면 요구가 빗발친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강 비서관 임명을 유지한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강 비서관은 과거 다른 생각을 했고 논란이 됐을지언정 현재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하며 국민 통합의 사명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며 “과거의 잣대보다 현재 과거에 자신이 행했던 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더 좀 의미 있게 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강 대변인은 "강 비서관은 보수계 인사의 추천이 있었다"고 밝혔는데, 원로 보수 논객인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이 그중 한 명인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