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수천개 부화…최근 심각하게 늘어난 '이것' 때문에 난리 난 우리나라 바다
2025-07-2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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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경로 통해 제거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
해수온 상승할수록 생장 속도 빨라져 어민들도 타격 입어
해수 온도 상승으로 바다에 해파리와 상어 등 출몰이 급증하는 가운데 어민들의 시름도 커지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는 해수 온도 상승으로 동해안에 해파리와 상어 등 해양 동물의 출몰이 잦아짐에 따라 유해 생물 방지망 설치 작업을 추진한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도는 동해안 14개 주요 해수욕장을 대상으로 유해 생물 방지망 설치를 지원할 방침이다.
특히 양양군은 어민들이 사용하던 그물을 재활용하고 어촌계가 자체 설치를 진행해 설치비를 절감했다. 고성군은 그물 제작비는 예산으로 지원하고 방지망 설치비와 어선 임대료는 마을 자체 예산으로 부담해 효율성을 높였다. 도는 절감된 예산을 추가 방지망 설치가 필요한 해수욕장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동해안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해파리의 출몰이 심해지며 어민들의 걱정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경상남도 고성에도 대량의 보름달물해파리가 출몰했다. 보름달물해파리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발견되는 해파리다. 20~30cm 정도로 자라는 보름달물해파리는 주로 수심 2m 정도에서 발견되는 해파리인데 수면만 봐서는 얼마나 많은지 추측하기 힘들다. 하지만 뜰채로 뜨면 수면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의 해파리를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밤에 수면으로 떠오르는 해파리의 수가 낮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많다는 것이다. 보름달물해파리는 원래 빛에 끌리는 습성이 없지만 먹이인 플랑크톤이 빛에 모이는 습성이 있어 밤에 어선이 나타나면 그 주변 수면에 모여든다. 여러 차례 뜰채로 떠내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을 정도다.
이에 정부는 올해 해파리 방제를 위해 어민들이 해파리를 잡아 오면 구매를 해주는 수매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다만 엄청난 해파리 양으로 인해 한 달 치 예산이 3일 만에 다 소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파리는 플랑크톤의 일종으로, 바다의 먹이사슬에서 일정 역할을 하지만 지나치게 개체 수가 늘어날 경우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해파리는 어류의 알과 치어를 먹어 어종 감소를 유발하고 대량으로 어망에 들어오면 어획 자체를 방해하거나 어구를 손상한다.
해파리로 가득 찬 어망은 어획물이 부패하는 원인이 되며 이로 인해 어민들은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을 입는다. 해파리의 체내에는 점액질이 다량 포함돼 있어 어획물에 오염을 유발하고 상품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게다가 일부 해파리는 강한 독성을 지녀 어민이 어업 활동 중 쏘이거나 해수욕객이 피해를 보는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해수욕장 주변에 해파리가 다량 출몰하면 해당 해역에 해파리 방지망을 설치하거나 입수를 금지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진다. 이는 관광객 감소로 이어지며 해양관광업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해파리를 제거하기 위한 비용과 인력도 적지 않게 든다.
해파리의 대량 출몰은 해수온 상승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일반적으로 해파리는 따뜻한 물을 선호한다. 수온이 높아지면 해파리의 생장 속도가 빨라지고 번식 시기도 앞당겨진다. 해파리는 한 번에 수천 개 이상의 알을 낳는데 높은 수온은 이 알의 부화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수온이 25도 이상으로 유지되면 해파리 유생의 생존율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해파리의 개체 수는 급증하게 된다. 또한 지구온난화로 인해 따뜻한 해류가 북상하면서 해파리 서식 가능 지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여기에 천적의 감소도 해파리 확산을 부추긴다. 해파리의 대표적인 천적인 거북이나 일부 대형 어류의 개체 수가 줄어들면서 해파리는 자연적으로 조절될 기회를 잃었다. 어업 활동으로 인해 해파리의 먹이인 동물성 플랑크톤을 놓고 경쟁하던 어류가 감소한 것도 해파리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줬다. 결과적으로 해파리는 먹이와 서식지가 풍부한 상황에서 번식력을 키워 해마다 더 많은 수로 해역을 점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파리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해파리 포획과 활용을 제시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수요가 매우 제한적이다. 식용 해파리에 대한 소비가 일부 이뤄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해파리는 상품성이 떨어지고 보관이나 유통도 까다로워 산업화에 한계가 있다. 최근에는 해파리를 원료로 한 바이오소재나 화장품 원료 개발이 시도되고 있지만 본격적인 해파리 저감 대책으로 보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해파리 제거 작업에서는 성체 해파리뿐만 아니라 '폴립(polyp)' 제거가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해파리는 수정란에서 유생을 거쳐 바닥에 고착되는 폴립 단계로 진화한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이 폴립이 수십~수백 마리의 작은 해파리를 반복적으로 방출한다. 폴립은 해저에 고착된 채 오랜 시간 생존할 수 있고 환경 조건이 적절해지면 다시 다수의 해파리를 배출하기 때문에 해파리 개체 수를 근본적으로 줄이려면 폴립을 제거하는 것이 핵심이다. 성체 해파리를 포획하더라도 폴립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이듬해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이 때문에 일부 해역에서는 폴립의 서식지를 파악하고 물리적으로 제거하거나 특수 코팅을 이용해 부착 자체를 억제하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실제 해양수산부는 폴립 제거 사업을 통해 해파리의 대량 발생을 예방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폴립을 제거할 수 없어 이 방법만으로 개체수를 조절하는 것은 역부족이다. 이는 해파리 유생의 시기별 분포나 해류 이동 경로를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시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정확한 예측이 가능해야 방제 시기를 조절할 수 있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데 현재의 해양 관측 기술은 해파리 대량 출현을 사전에 감지하거나 차단하기에 아직 어려운 상황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해파리 피해는 어업 종사자와 해양관광업계는 물론 연안 지역 주민들에게도 큰 고통을 안기고 있다. 해수온 상승이라는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 한 이 같은 문제는 더 자주, 더 크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인 기후 대응 전략과 더불어 실효성 있는 해파리 관리 정책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