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농사 끝” 축구장 6090개 크기 피해…폭우로 다 쓸려가고 초토화된 '이곳'

2025-07-23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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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작물 침수되면서 내년 농사 불투명한 상황
농산물 재해보험 시설 피해까지 지원하지 않아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낸 이번 폭우로 경남에서 축구장 6090개에 달하는 농경지가 피해를 본 가운데 그중에서도 산청에 피해가 집중됐다. 농민들은 "올해 농사 끝"이라며 당장 생계를 어떻게 이어 나갈지 걱정으로 날밤을 새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사용해 만든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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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폭우 피해를 입은 경남 산청군 신등면 모례마을 인근 고추밭에서 한 주민이 고추를 따고 있다. / 뉴스1
22일 폭우 피해를 입은 경남 산청군 신등면 모례마을 인근 고추밭에서 한 주민이 고추를 따고 있다. / 뉴스1

나흘간 800mm에 가까운 폭우가 내린 경남 산청군에서는 산사태 등으로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산청에서 접수된 피해 신고는 548건이며 피해 금액은 1300억 원에 달한다.

지난 22일엔 실종자 수색 작업 중 실종자 1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발견된 사람은 지난 19일 산청 모고마을에서 실종된 70대 남성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현재까지 산청 산사태 사망자는 11명, 실종자는 3명으로 집계됐다.

이런 가운데 이 지역 농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 주말 폭우로 제방이 무너지면서 강물에 잠긴 뒤 농가의 작물들이 전부 휩쓸려갔기 때문이다.

실제 이 지역의 농가 피해 현황은 처참한 상황이다. 지난 22일 KBS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비닐하우스 철골은 엿가락처럼 휘고 내부에 심어뒀던 딸기 모종이 휩쓸려간 자리엔 쓰레기만 가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청군 신안면 일대 딸기 농가는 모두 70여 곳에 달한다.

심지어 한 농민은 지난해 무려 2억 원을 들여 비닐하우스 6동을 새로 만들었지만 이번 폭우로 1년 만에 철거하게 생겼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사용해 만든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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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군에서 딸기 농장을 운영하는 A 씨는 "올해는 아예 농사를 포기해야 할... 못할 것 같고. 내년 농사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많이 속상한 게 아니고 아주 죽을 맛이다"라고 털어놨다.

사과나무 1100여 그루가 심겨 있던 과수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해당 과수원은 산사태로 나무가 뿌리째 뽑혀 과수원이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상품성이 있는 사과를 다시 수확하려면 최소 5년은 기다려야 한다.

경남뿐만 아니라 전남 농가도 폭탄을 맞았다. 애플수박과 방울토마토, 블루베리 등 모두 침수돼 상품성을 잃었다. 피해를 복구하려면 최소 몇 달은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에서 이번 폭우로 침수된 농경지 규모는 약 7700 ha(헥타르)다.

작물별로는 벼가 6721ha로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논콩 665ha, 시설 원예 263ha, 과수 115ha 순이다.

문제는 침수 이후다. 한 번 침수되면 병해충이 창궐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침수된 과일은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일 수 있지만 내부 조직이 손상됐거나 병해충에 쉽게 노출될 수 있어 유통과 소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과일이 침수되면 먼저 과실의 세포가 물리적으로 손상을 입는다. 물에 오랜 시간 잠기면서 산소 공급이 차단되고 과일 내부의 호흡 작용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과실이 연화되거나 썩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침수된 물에는 다양한 병원균이 존재하기 때문에 과일 표면이나 상처 부위를 통해 곰팡이나 세균이 침투하면서 저장성과 안전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특히 복숭아, 자두, 포도와 같이 껍질이 얇고 상처를 입기 쉬운 과일들은 침수 후 부패 속도가 빠르고 상품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침수 피해는 단순히 수확량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출하 직전에 침수가 발생하면 농가는 이미 들어간 생산비를 회수하지 못하고 폐기 비용까지 부담하게 된다. 소비자들도 외형은 멀쩡하지만 보이지 않는 품질 저하가 발생한 과일을 구매하게 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식품 안전과 신뢰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침수 과일은 유통 과정에서 변질되거나 곰팡이가 생기는 경우가 많아 유통업자들도 기피하는 과일이다. 이는 곧 가격 하락과 재고 증가로 이어진다.

과일이 침수되면 표면 세척만으로는 병원균 제거가 어렵다. 흙탕물에 포함된 세균이나 곰팡이 포자가 과일의 기공이나 미세한 상처를 통해 이미 침투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세척으로는 이들 병원체를 완전히 제거하기 어려운 데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이 증식해 부패를 가속한다. 실제로 과거 일부 농가에서 수확한 과일을 세척해 출하했다가 유통 중 과일에서 악취가 나거나 표면이 물러지는 현상이 발생해 반품된 사례도 많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사용해 만든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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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 피해는 과일뿐만 아니라 나무 전체의 생육에도 영향을 준다. 뿌리가 침수되면 산소 부족으로 인해 근권이 약해지고 이는 곧 수분과 영양분 흡수 능력 저하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나뭇잎이 누렇게 변하거나 낙엽이 일찍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과일 침수에 따른 피해는 지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과수 재배가 집중된 지역에서는 출하 차질로 인해 도매시장 전체의 거래량이 줄고 이는 소매가격의 불안정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침수된 과일이 시장에 혼입되면 소비자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소비자 사이에서는 겉모습만으로 침수 여부를 판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확산해 침수 피해 지역의 과일은 정상적인 제품이라 해도 외면받는 경우가 생긴다. 결과적으로 해당 지역 농산물 전반에 대한 소비 위축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설상가상으로 농산물 재해보험은 작물 종류가 제한될 뿐만 아니라 시설 피해를 지원하지 않아 농가의 한숨은 깊어져만 가고 있다.

농가에서는 침수에 대비한 시설 개선과 품종 선택, 재배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중소 규모 농가의 경우 비용과 인력 문제로 대응이 쉽지 않다. 지자체와 정부 차원의 지원과 함께 침수 피해 농산물의 유통 기준 정비, 품질 보증 시스템 마련 등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 더불어 소비자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와 정확한 정보 제공도 병행돼야 침수 과일에 대한 오해를 줄이고 피해 농가를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을 것이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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