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만마리 폐사…'이것' 없이 못 사는 한국인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 전해졌다
2025-07-2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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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인플루엔자로 이미 가격 오른 가운데 더 상승할 것으로 전망
전체 가축 폐사 규모 약 178만 마리…파손 축사 면적 5.5헥타르
닷새간 내린 전국적 폭우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100배에 달하는 농지가 침수 피해를 본 가운데 142만 마리가 넘는 닭이 폐사해 달걀과 닭고기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무더위에 삼계탕, 치킨 등 닭고기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 와중에 양계장이 심각한 타격을 입으면서 가격 상승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1일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폭우 기간 침수 피해를 본 농지는 2만 8491ha(헥타르)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98배다. 작물별로는 벼, 논콩, 고추, 멜론, 수박, 딸기 순으로 피해 정도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유실·매몰된 농경지는 250ha로 파악됐다. 추가 조사에 따라 피해 범위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침수 지역은 충남이 1만 6709ha로 가장 많았다. 당진·서산·홍성·예산 지역에 피해가 집중됐다. 이어 전남(7757ha), 경남(3972ha) 순이었다. 전남은 신안·함평·나주, 경남은 의령·창녕의 피해가 컸다.

특히 국내외 조류인플루엔자(AI) 영향으로 닭고기와 달걀 가격이 이미 크게 상승한 상황에서 폭우까지 발생해 당분간은 가격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 집계 결과 이번 폭우 기간에만 무려 142만 마리가 넘는 닭이 폐사했다.
오리와 돼지, 염소 등 다른 가축 폐사율까지 합하면 피해 규모는 178만여 마리에 육박한다. 또 파손된 축사 면적은 5.5ha에 육박한다. 지난해 장마철 전체 가축 피해 규모(102만 2000마리)를 닷새 만에 셈이다.
치킨 프랜차이즈에서 주로 사용하는 육계 10호(1kg) 도매가는 이미 kg당 4041원으로 지난 4월 30일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는 치킨 프랜차이즈 원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격이다. 달걀 특란 30개 도매가도 6273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1.5%나 올랐다.

삼계탕 가격도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일 가격조사기관 '한국물가정보'가 초복을 맞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삼계탕(4인 기준) 주요 재료 7종을 전통시장에서 사는 데 드는 비용은 평균 3만 6260원, 1인분에 약 9000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3만 2260원)보다 12.4%, 5년 전(2만 6870원)보다 34.9% 오른 셈이다.
삼계탕 가격은 한국물가정보가 2018년 조사를 시작한 뒤 해마다 오르다 지난해 처음으로 하락했으나 올해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닭고기(영계), 수삼, 찹쌀, 마늘, 밤, 대파, 육수용 약재 등 재료 7종 가운데 영계와 찹쌀, 마늘, 대파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닭고기는 앞서 폭염으로 인한 집단 폐사와 복날 특수 등이 겹치면서 1만 8000원(2kg)으로 지난해보다 12.5%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찹쌀은 재배면적 축소로 인해 생산량이 감소해 4300원(800g)으로 59.3% 상승했고 기상 여건으로 생육 부진을 겪은 마늘과 대파는 각각 600원(50g)으로 20%, 1800원(300g)으로 20% 올랐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가 진행 중인 할인 행사 수요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마트는 간편식 삼계탕을 오는 28일까지 신세계포인트 적립 시 3980원에 판매하고 홈플러스는 23일까지 '1등급 생닭'(700g)을 세 마리 이상 구매 시 마리당 3650원에 판다. 쿠팡은 다음 달 10일까지 '양반 보양삼계탕'(1팩)을 비롯해 더미식 삼계탕, 올반 삼계탕 정, 오뚜기 옛날 삼계탕 등 여름철 보양식을 최대 50% 할인한다.

제철 과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기준 수박 한 개 소매가는 3만 1374원으로 한 달 전(2만 1109원)보다 48% 올랐다. 복숭아(백도) 가격도 10개에 2만 1554원으로 지난해보다 25.5% 비싸다. 이미 폭염으로 당도가 낮은 물수박, 물복숭아가 늘어난 상태에서 폭우까지 겹쳐 공급량마저 불안해졌다.
한국은행이 지난 22일 발표한 ‘6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19.77(2020년 수준 100)로, 지난달보다 0.1% 올랐다. 지난 4월(-0.2%)과 6월(-0.4%) 내림세를 보이다가 3개월 만에 소폭 반등했다.
축산물(2.4%)과 농산물(1.5%) 등이 포함된 농림 수산품은 지난달 대비 0.6% 상승했다. 그중에서도 배추(31.1%), 돼지고기(9.5%), 달걀(4.4%)의 상승 폭이 컸다. 이번 달 집중호우로 농작물의 침수 피해가 커져 농축산물 가격이 이번 달 들어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