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 하나 사니 밥·계란·반찬이 공짜…“편의점 맞아요?”
2025-07-2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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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한복판서 밥 퍼주는 편의점

고물가 시대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이들이 솔깃한 '착한 편의점’이 등장했다. 손님들에게 밥과 계란, 반찬이 무료인 이 편의점은 간판은 편의점이지만 ‘숨은 밥집’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2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CU편의점'에서는 컵라면이든 봉지라면이든 하나만 사면 밥과 계란이 무료다. 밥솥 옆엔 아삭한 콩나물이 있고, 원하면 김치도 곁들일 수 있다.
규칙이 엄격하지도 않다. 라면이 아닌 다른 음식을 구매한 손님도 이 모든 반찬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지난 18일 매체가 찾은 이곳에서 손님들은 이구동성 주인장 이시원(56) 씨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손님 장 모(25) 씨는 "근처 식당 가격이 부담스러워서 자주 온다"며 "사장님께서 준비해 주시는 게 많아서 거의 매일 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장님을 '엄마'라고 부르는 분도 몇몇 봤다"며 "다들 편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 모(23) 씨는 "계란이나 콩나물 전부 사 먹으려면 돈이 드는데 이곳에선 그냥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편하게 쉬어 갈 수 있는 분위기라 자주 오래 머무른다"라고 말했다.
모두 인근 직장인들이다.

편의점 식사 테이블 앞 유리창엔 포스트잇이 빼곡하다. '나는 할 수 있다', '밥 꼭 챙기세요' 같은 이 씨의 메시지 위에 손님들의 응원이 더해졌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편의점', '사장님 정성이 감동이에요' 등 정이 오간 흔적이 남아 있다.
이 씨는 원래 이 편의점 자리에서 분식집을 운영했다. 2016년부터 8년간 운영했지만 주변 상권이 쇠퇴하며 작년 문을 닫았다. 이후 같은 자리에 편의점을 열었다. 공간은 바뀌었지만 '밥 챙겨주고 싶은 마음'은 그대로였다.
모든 식사 재료는 이 씨가 자비로 마련한다. 매달 쌀 40㎏ 한 포대(약 10만원)와 15만원어치의 계란·김치 등이다.

물가 상승에 부담을 느낀 적은 없냐는 매체의 질문에 "경기 어렵다고 해도 (내가) 외식 몇 번 안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오히려 젊은 친구들이 끼니 제대로 못 챙기는 게 더 마음 쓰인다"는 답이 돌아왔다.
밥도 이 씨가 직접 짓는다.
보통 오전 7시와 오후 4시, 하루 두 번 쌀을 손수 씻어 밥을 안친다.
구매한 김치도 그냥 내놓는 게 아니라 양념을 더해 무치고, 자취하는 청년들에겐 싸서 챙겨 주기도 한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무료로 밥과 계란을 제공하는 편의점'이라는 미담이 퍼지면서 도움의 손길도 이어졌다.
지난 13일엔 한 인천 시민이 쌀 10kg 두 포대를, 15일엔 한 밥솥 브랜드 직원이 찾아와 압력밥솥을 기부했다.
이 씨는 "힘들 땐 작은 것 하나에도 큰 위로가 된다"며 "이 공간이 청년들에게 힘을 주는 곳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