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 60g밖에 안되는데...지구 반바퀴 넘게 이동한다는 한국 천연기념물
2025-07-2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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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생물자원관, 두견이 이동 연구 결과
이동 경로 2만 7340km에 달해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 여름 철새 ‘두견이’가 아프리카 모잠비크까지 이동해 겨울을 보낸 후 다시 돌아오는 이동 경로가 세계 최초로 확인됐다. 아프리카까지의 이동 경로는 2만 7340km에 달한다. 지구 둘레(약 4만km)의 70%에 육박하는 거리다.

24일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번식한 두견이의 이동경로를 추적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두견이는 천연기념물 제447호로 두견이목 두견이과에 속하는 조류다. 몸길이가 약 28cm이며 양 날개를 폈을 때는 45cm에 이른다. 체중은 약 60g 정도다. 우리나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탁란(다른 종 혹은 다른 개체의 둥지에 알을 낳아 자신의 새끼를 기르는 번식 방법)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번식하는 종으로, 우리나라에 5월부터 6월 초에 도래하여 8월 말에서 9월 중순까지 머문다. 이후에는 인도·아프리카로 이동해 월동한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정확한 이동 경로가 파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0년부터 철새의 이동 경로를 밝히기 위해 매년 ‘철새 이동 생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해 5월 제주도에서 두견이 두 마리에 위치 추적 발신기를 부착했다. 두 마리는 8~9월 제주도에서 출발해 서쪽으로 이동했으며, 중국·인도·스리랑카를 거쳐 12월 초 아라비아해와 인도양을 건너 그해 말 아프리카 대륙에 도착했다.
이 중 한 마리는 모잠비크에서 겨울을 난 후 올해 4월 동쪽으로 이동했으며, 이전 해에 이동했던 경로를 반대로 거슬러 6월 초에 제주도로 되돌아왔다. 번식지로의 귀소성도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특히 올봄 아프리카 동쪽으로 이동하며 아라비아해와 인도양을 건널 때는 약 4180km의 거리를 6일 동안 쉼 없이 횡단한 것이 확인됐다. 이는 현재까지 알려진 산새 중 가장 먼 거리의 바다를 이동한 것이다.


유호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위치 추적 발신기 등 첨단기기를 이용해 두견이의 이동경로를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라며, “향후 개체군의 이동경로 등 기초자료 확보와 관리를 위한 국제협력 등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동경로 추적은 국경을 넘나드는 철새들을 보전하기 위해 몹시 중요하다. 이 같은 추적 연구를 통해 번식지, 중간기착지, 월동지에 위치한 모든 국가에서의 보호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기후변화, 질병 또는 환경 변화에 따른 영향을 파악하고 예측하는 데에도 이동경로 연구가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