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으로 담배 사재기…소비쿠폰 ‘왜곡 소비’ 우려
2025-07-2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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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지원금 지급 당시에도 비슷한 흐름 보여
정부가 지급한 '민생 회복 소비쿠폰'이 기대와 달리 담배 소비에 집중되면서 사용처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내수 진작을 위해 정부가 지급한 '민생 회복 소비쿠폰'이 본격적으로 사용되면서 전반적인 매출 증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소비쿠폰은 연 매출 30억 원 이하의 소상공인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며 대부분의 편의점이 해당 조건을 만족해 술과 담배 등 일반 상품도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사용이 가능한 품목 중 담배를 중심으로 소비가 몰리는 양상이 일부에서 포착되면서 구매 품목에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소비쿠폰으로 담배를 사재기하는 사례까지 등장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소비쿠폰으로 전부 담배를 샀다는 인증 사진이 올라왔다. ‘민생지원금 절망편’이라는 제목 아래 여러 보루의 담배를 찍은 게시물에는 “차라리 담배 사는 게 제일 확실하다”, “이럴 땐 유통기한 없는 담배가 최고” 같은 반응도 있었다. “결국 지원금으로 질병을 산 셈”이라며 씁쓸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일정한 가격과 긴 보관 가능 기간 덕분에 담배가 '확실한 소비'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현장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25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소비쿠폰 사용이 제한된 대형마트 대신 편의점이나 동네 마트를 찾는 이들이 늘면서 담배를 찾는 문의도 함께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40대 A 씨는 “소비쿠폰 지급 첫날부터 어르신들이 담배를 두세 보루씩 사 가곤 한다”며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원 때도 이런 경험이 있어서 술, 담배 발주를 더 넣을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최 모(25) 씨는 “소비쿠폰을 취급하는 매장이 제각각이어서 매우 복잡하더라”며 “차라리 어디서든 같은 가격으로 구할 수 있는 담배 한 보루를 미리 사놓으려 한다”고 했다.
편의점 업계는 소비쿠폰 지급 이후 전반적인 매출이 오르고 있다는 점은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담배 매출만 유독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점에는 다소 복잡한 심경이다. 한 점주는 “다른 건 그대로인데 담배만 확 늘었다”고 전했다.
담배는 편의점이나 동네 마트 점주들에게는 ‘매출은 크지만 수익은 적은’ 애물단지에 가깝다. 담배 마진율은 약 5%에 불과해 4500원짜리 담배 한 갑을 팔아도 점주가 손에 쥐는 돈은 200원 남짓이다. 일반 상품의 마진율이 20~30%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낮다.

사실 이런 현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도 비슷한 흐름이 있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2020년 5월부터 8월까지 담배 판매량은 약 12억 5000만 갑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 늘었다.
게다가 유통기한이 없고 보관도 쉬워 일부에선 담배를 현금처럼 돌리는 ‘담배깡’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1일부터 1차 소비쿠폰 지급 신청을 받고 있다. 지원금은 국민 1인당 15만 원이며 차상위계층과 한부모 가족에게는 30만 원,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40만 원이 지급된다. 당초에는 식료품이나 생필품 중심의 소비를 유도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의외로 담배 소비가 몰리면서 다음 차수부터는 사용처를 일부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