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00마리나 와르르…서해에 '긴급히' 대량으로 풀린 '이 생명체' 정체

2025-07-25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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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급격히 뜨거워진 바다, 정부가 꺼낸 긴급 카드?!

해양수산부가 여름철 고수온에 따른 양식 어류 피해를 막기 위해 전남 여수 앞바다에 조피볼락 13만 마리를 긴급 방류했다.

조피볼락 수만 마리.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조피볼락 수만 마리.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지난 24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올해 첫 긴급 방류 사례다. 이는 남해와 서해 연안에서 수온이 평년보다 높게 유지되면서 양식 생물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 따른 선제 대응으로 평가된다.

방류된 조피볼락은 ‘우럭’이라는 이름으로 대중에 더 익숙한 어종이다. 수산 생물 전염병 검사를 마친 개체만 선별돼 방류됐으며, 추가로 신청된 48만 마리에 대해서도 향후 절차를 거쳐 방류가 진행될 예정이다. 해수부는 방류 어가에 대해서는 어업대책심의위원회를 열어 별도 지원도 추진할 방침이다.

우럭 13만 마리 서해로…왜 갑자기 바다에 생선을 푸는가

올해 여름 한국 연안은 고수온 특보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발효됐다. 전남 해남은 27.3℃, 충남 서산은 25.1℃를 기록하며, 이미 7월 초부터 수온 25℃를 넘기는 고수온 상황이 나타났다. 이는 양식 어류에 치명적인 환경이다. 실제로 2024년 한 해 동안 고수온 피해로 인한 양식 피해액은 1,430억 원에 달했으며, 이는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 수준이다.

고수온은 어류의 면역력을 약화시키고, 해수 내 산소 농도를 낮춰 대량 폐사를 유발한다. 이에 따라 해수부는 고수온 특보 시 수산물 조기 출하, 긴급 방류, 액화산소 공급장비 지원, 보험 권장 등 다층적인 대응을 시행 중이다.

양식어종 긴급 방류. / 해양수산부 제공
양식어종 긴급 방류. / 해양수산부 제공

한국 연안 수온, 세계 평균보다 2배 빠르게 상승 중

기후변화에 따른 장기적 해양 환경 변화도 이번 긴급 방류의 배경이다. 최근 57년간(1968~2024년) 한국 해역의 표층 수온은 1.58℃ 상승했는데, 이는 전 세계 평균 상승폭인 0.74℃의 두 배를 넘는다. 북태평양 고기압 강화, 연이은 폭염, 해수 혼합구조 약화 등 복합적 원인이 수온 상승을 가속화하고 있다.

고수온은 단지 양식업에 그치지 않고 해양 생태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친다. 수직 순환이 약해진 해수는 산소가 부족한 저층을 만들어내며, 기초생산력(클로로필-a 농도) 저하와 연근해 어업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 연근해 어업 생산량은 1980년대 151만 톤에서 2024년 84.1만 톤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적조·이상 어종 출현까지…해수부, ‘고수온-적조 종합대책’ 시행

고수온은 적조 발생 위험도 높이며, 상어 등 열대성 어종이 평소 출현하지 않는 해역에서 발견되는 종 분포 이상 현상도 보고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해 정부는 2025년 5월부터 ‘고수온·적조 종합대책’을 시행 중이다. 전국 200곳의 수온관측망을 통해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고, 액화산소 공급장치 등 장비를 현장에 지원하고 있다. 또한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높은 양식장을 위해 다국어 매뉴얼도 배포 중이다.

조피볼락(우럭). / 국립수산과학원
조피볼락(우럭). / 국립수산과학원

‘조피볼락’이라는 이름의 우럭, 왜 방류되는가

이번에 방류된 생명체, 조피볼락은 일반적으로 ‘우럭’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어종이다. 한국 연안에서 흔히 양식되거나 소비되는 대표적 횟감이자 생선요리 재료로, 몸길이는 보통 30~40cm이며 검은 띠와 반점이 특징이다.

특히 조피볼락은 수온에 민감한 종으로, 28℃ 이상 고수온이 지속되면 생존율이 급격히 낮아지는 특성이 있다. 해수부가 대량 폐사를 방지하기 위해 조기 출하나 분산 방류를 추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긴급 방류는 양식장에서 높은 수온으로 생존이 어려운 상황의 우럭을 해역으로 풀어 자연 생존을 유도하는 조치다. 물론 방류된 어류가 모두 생존하거나 어업으로 회수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량 폐사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어업 자원을 일부라도 보존하려는 실질적 대응책이다.

고수온으로 폐사한 조피볼락. 과거 자료사진. / 경남도 제공-뉴스1
고수온으로 폐사한 조피볼락. 과거 자료사진. / 경남도 제공-뉴스1

기후가 바꿔놓은 바다…우럭 13만 마리 방류는 시작일 뿐

조피볼락 13만 마리의 서해 방류는 하나의 상징적 조치다. 이제 바다는 더 이상 ‘자연 그대로’가 아닌, 기후 변화에 따라 사람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유지되기 어려운 생태계가 됐다. 정부의 긴급 방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응책일 뿐, 고수온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본질적 해결책은 아니다.

수산 자원의 안정적 확보와 생태계 보호를 위해, 국가 차원의 장기적 전략과 어민·기업·소비자 간의 협력 구조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한 가운데에, 지금 이 순간도 바다 위를 헤엄치고 있는 '13만 마리의 우럭'이 있다.

유튜브, KIOST-한국해양과학기술원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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