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활짝 열어도 괜찮다... 사람들 괴롭히던 이 곤충, 갑자기 싹 사라졌다
2025-07-27 07:03
add remove print link
때 이른 폭염의 역설... 덥지만 한적한 여름밤 보내는 한국인들
끈적한 여름밤, 귀를 괴롭히던 모기의 윙윙거리는 소리가 사라졌다. 폭염이 휩쓸고 있는 자리엔 고요함만 남았다. 문을 활짝 열어도 모기 걱정 없이 잠을 청할 수 있을 정도. 모기가 자취를 감춘 이유는 무엇일까.
연일 기승을 부린 폭염이 예상치 못한 변화를 가져왔다. 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밤잠을 설치게 하는 모기가 자취를 감춘 것이다. 서울시민들이 평소보다 한적한 여름밤을 보낼 수 있는 이유는 기록적인 더위 때문이다.
서울시민 사이에서는 올해 들어 모기약, 모기향을 꺼내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모기에 시달려 방충망을 교체하거나 각종 방충용품을 준비할 시기임에도 올해는 모기 대신 러브버그, 날파리 등 다른 해충들만 눈에 띄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여름모기가 사라졌다. 초여름부터 보이기 시작해 7월 중순부터 8월까지 정점에 달했어야 할 모기가 올해 때이른 폭염에 자취를 감춘 것이다.
27일 서울시가 제공하는 '모기예보'에 따르면 25일 기준 모기 발생지수는 2단계인 '관심'을 기록했다. 모기 예보는 쾌적·관심·주의·불쾌 등 4단계로 나뉘는데, 보통 7월 중순의 경우 모기예보는 '주의', '불쾌' 수준이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모기활동지수가 '100'인 경우 밤에 야외에서 10분 정도 서 있으면 5번 이상 모기에 물릴 수 있는데 올해는 모기 활동 지수도 38.9에 불과하다. 최근 일주일 모기활동 지수를 보면, 19일 52.8에서 21일 65.3으로 살짝 올랐다가 22일 23.1로 뚝 떨어졌다.
모기는 일반적으로 15~30도 기온에서 활발히 활동한다. 폭우보다는 비가 주기적으로 내리는 환경이 모기에게 적합하다. 이에 보통 모기는 6월 중순에 개체수가 증가하기 시작해 8월 중순 정점을 찍은 뒤 서서히 줄어드는 것이 정상적인 패턴이다.
그러나 올해는 양상이 달랐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5월 평년보다 높은 기온 탓에 급증했던 모기가 7월 평년에 비해 23.5%나 감소했다.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된 후엔 전체 모기 발생밀도는 무려 43.6%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6월 초부터 시작돼 7월 초에는 35도를 넘나든 역대급 폭염에 모기 개체수가 급감한 것으로 분석한다. 모기는 고인 물이나 물웅덩이 등에 산란하는데 6~7월 초 폭염에 물이 말라 모기가 알을 낳을 곳이 없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짧은 장마, 단기간에 많은 양의 비를 퍼부은 집중호우 등으로 인해 모기가 살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
모기 서식지인 물웅덩이가 마를 정도의 폭염이 지속되거나 모기 유충이 쓸려 내려갈 정도의 폭우가 내리면 모기 개체 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
실제 지난해 6월 '100'까지 치솟았던 모기 활동지수는 올해 6월의 경우 줄곧 100 아래를 유지했다. 가장 높았던 날은 6월 28일로 77.2였다. 6월 6일에는 27.4에 그치기도 했다. 지난 7월 10일 모기활동지수는 '0'을 기록하기도 했다.
밤낮 할 것 없는 더위가 웅덩이까지 다 말린 까닭에 모기 수가 크게 줄어든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여름 모기가 자취를 감추자 가을 모기에 대한 경고가 나오고 있다. 9월 들어 되레 모기 개체 수가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인 데다가 일본뇌염 매개 모기도 발견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유독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발생했던 지난해에도 여름모기 대신 가을모기가 기승을 부린 바 있다. 지난해의 경우 6월 정점을 찍었던 모기 활동이 폭염과 폭우가 심했던 7, 8월 감소했다가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한 9월 말부터 다시 증가했다.
작은빨간집모기의 개체수가 35%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가을철 기온이 적정 수준으로 내려가고 적당한 강수량이 유지되면 모기 개체수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모기 발생단계가 지금처럼 '관심'(2단계)을 유지할 경우, 창문과 문에 방충망을 사용하고 늦은 시간 환기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 문과 창문 방충망 등 모기 침입 통로는 수리해야 한다. 또 지역별로 물이 고일 수 있는 가능성을 제거하고 야외 모기유충 서식 방제 및 관리에 나서야 한다.
모기발생단계가 '주의'(3단계)를 유지할 경우, 실내에서는 출입문과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것을 자제하고 특히 아기침대에는 모기장을 사용하는 것이 권고된다.
야외에서는 고여있는 물을 비워내고 뒤집어 놓고 집주변에 모기가 발견될 경우 가정용 에어로졸로 방제해야 한다. 야외활동 시에는 가급적 긴팔과 긴바지를 착용하고 유모차에는 모기장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