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 지긋지긋했는데…내년에 더 끔찍한 소식 전해졌다

2025-07-2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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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개체 수 증가로 불쾌감 유발

'러브버그'라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는 생태계에서 낙엽 분해나 꽃가루 매개 역할을 담당하는 곤충이지만, 최근 과도한 개체 수 증가로 인해 불쾌감을 유발하며 해충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러브버그로 뒤덮인 계양산 정상   / 연합뉴스
러브버그로 뒤덮인 계양산 정상 / 연합뉴스

김주일 강원대학교 생물자원과학부 교수는 21일 열린 ‘제25회 국민생활과학 토크라운지’에서 “러브버그는 생태적으로는 이익을 주는 종이지만, 발생량이 많아지면 인간 입장에서는 해충처럼 여겨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강연은 ‘러브버그는 익충, 모기는 해충? 진실은?’을 주제로 진행됐다.

러브버그는 붉은등우단털파리라는 공식 명칭으로 불리며, 파리목에 속한다. 파리목은 모기, 일반 파리 등과 함께 포함되며, 러브버그는 특히 길쭉한 더듬이를 가진 특징 때문에 모기와 진화적으로 가까운 관계로 추정된다.

현재 한국에는 우단털파리 속 곤충이 총 4종 존재한다. 기존 3종에 러브버그가 유입되며 4종으로 늘어난 것이다. 러브버그는 원래 중국, 대만, 일본 오키나와 등지에 분포하는 종으로, 2015년 인천 항만을 통해 처음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며, 2018년부터 정착해 2020년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개체 수가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서울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2022년 북한산 일대에서 환경 조건이 맞물리며 개체 수가 크게 증가했다.

러브버그의 생태적 기능은 유충 시기 낙엽 분해, 성충 시기 꽃가루 운반 등으로 요약된다. 이런 특성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생태계에 기여하는 익충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인간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는 않더라도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유발한다면 해충으로 인식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해충의 정의에 따르면 인간에게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해를 끼치는 곤충을 의미한다. 농작물 피해나 질병 매개처럼 명확한 해악이 있는 종은 해충이라 분명히 구분할 수 있지만, 러브버그처럼 명확한 피해는 없더라도 불쾌함을 주는 곤충은 '뉴슨스(Nuisance)'라 분류된다. 이들은 일종의 불쾌곤충이며, 사람들 일상에서 혐오감이나 위생상의 불편을 유발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최근 러브버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점차 해충 쪽으로 기울고 있으며, 올해처럼 대량 발생할 경우 해충이라 볼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고 말했다.

내년 러브버그가 더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는 주로 서울 은평구 등 수도권 중심으로 출몰하고 있지만, 충청권이나 경기 북부, 강원도 지역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 교수는 “올해 성충이 얼마나 퍼졌고, 산란과 부화율, 유충 생존율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내년 발생량을 가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방제 방법에 대한 조언도 있었다. 김 교수는 대규모 살충제 살포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효과가 있다고 해도 환경 영향에 대한 검증이 부족하고, 그로 인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러브버그가 살충제에 대한 저항성을 가지고 있다는 추정도 있지만, 아직은 그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일상적인 방제는 비교적 간단하다. 집 안에 들어온 러브버그를 급하게 처리할 경우 일반 모기약으로도 충분히 방제할 수 있다. 러브버그가 모기와 유전적으로 가까운 만큼 모기용 기피제나 살충제가 효과가 있다. 또한 물로 분사해 죽인 경우라도, 사체에서 알이 나올 가능성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러브버그의 대량 번식이 계속될 경우 국내 생태계 안에서 새로운 천적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김 교수는 숲속에 거미줄을 치고 있는 다양한 거미들이 대표적 예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주장에서는 러브버그가 맛이 없어 천적이 기피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거미는 먹잇감의 맛보다는 물리적 포획과 체액 섭취 방식으로 사냥하기 때문에 천적 역할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기존 우단털파리 3종에 대한 천적은 존재하지만, 러브버그는 유입종이기 때문에 생태계에 적응하며 천적 관계가 형성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수도권 외 지역의 생물 다양성을 고려하면 지역에 따라 천적이 나타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날 토크라운지에서는 김주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열대의학교실 교수가 모기의 종류, 특징, 감염병 대응 전략 및 생활 속 예방 방법 등도 함께 소개했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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