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는 대체 어떤 물고기들이 사는지 그물을 쳐봤더니... 미쳤다
2025-07-27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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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한강 어업의 역사
한강을 바라보며 산책하는 시민들은 잔잔한 강물 위로 유람선이 지나가는 모습에 익숙하다. 하지만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한강도 있다. 새벽 어스름이 깔린 한강에서 물고기를 잡는 어부들의 모습이 소개됐다.
허가받은 26명의 어부만이 드나들 수 있는 민통선 안쪽 전류리 포구에서 40년 차 한강어부 장성환 선장이 어선을 몰고 나간다. 한강이 단순한 도심 속 휴식공간이 아니라 누군가에겐 삶의 터전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순간이다.
EBS가 지난달 25일 방송한 'PD로그 - 우리가 몰랐던 도시의 어부, 한강 어부 도전기'는 김윤영 PD가 28년 차 베테랑 어부 조선녀씨와 함께 한강 어부의 삶을 체험한 내용을 담았다. 25일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은 일주일 만에 10만 조회수를 넘어서며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한강 하구 전류리 포구는 "물길이 뒤집혀 흐른다"는 뜻의 이름처럼 하루 두 번씩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역조 조류를 일으키는 곳이다. 이곳에서 허가받은 26명의 어부가 조업을 하고 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독특한 환경 덕분에 전류리 포구는 숭어, 웅어, 황복, 장어, 새우, 참게 등 계절마다 다양한 물고기가 나는 ‘황금 어장’이다.
촬영 당일엔 물살이 세고 배가 계속 출렁거려 배 위에서 서 있기조차 힘든 상황이었지만 어로한계선 가까이에 그물을 치자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팔뚝만 한 크기의 숭어들이 줄줄이 올라왔고, 전류리의 명물인 웅어도 함께 잡혔다.
숭어는 참숭어와 보리숭어로 구분된다. 보리가 필 때 나온다고 해서 보리숭어로 불리는데, 참숭어는 눈이 노랗고 보리숭어는 눈이 까맣고 크다는 차이가 있다. 숭어는 사실 바닷고기지만 민물을 좋아해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한강 하구에서 잘 잡힌다.
웅어는 머리에 왕자가 있고 맛도 좋아 왕이 사랑한 생선으로 알려져 있다. 자산어보에는 횟감 중 최고라고 기록돼 있으며, 가을 전어와 비교되는 봄의 진미다.
한강에는 약 60여 종의 어종이 살고 있다. 전류리 포구에서만 숭어, 웅어, 황복, 장어, 새우, 참게 등 철마다 다채로운 물고기가 잡힌다. 새우잡이도 중요한 수입원인데, 알을 밴 중하새우는 크기가 새끼손가락보다 클 정도로 크다. 가을 새우철에는 하루 300만 원씩 벌기도 한다고 한다.
한강에 남아있는 또 다른 어촌인 행주나루터에는 33명의 어부가 있다. 이곳에서는 전류리 포구와는 또 다른 어종들이 잡힌다. 붕어, 잉어, 황복, 메기, 가물치, 실뱀장어 등이 주요 어종이다. 특히 실뱀장어는 행주나루터의 주수입원이다. 필리핀 인근 깊은 바다에서 태어난 뱀장어 유생이 치어기를 거쳐 실모양의 뱀장어로 변해 3월 중순 이후 한강 하류에 도착한다. 이렇게 잡은 실뱀장어는 장어 양식장에 공급된다.
골칫거리도 있다. 한강 토종 어종을 잡아먹는 강준치는 어부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존재다. 김태식 선장은 예전엔 없었떤 이입종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한강 어업의 역사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강은 어업뿐 아니라 무역과 교통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하지만 개발과 연이은 다리 건설로 어장이 축소되고 어업 금지 구간이 확대되면서 어부의 수도 많이 줄었다. 현재 내수면어업 허가를 받아 법적으로 조업이 가능한 곳은 전류리 포구와 행주나루터 단 두 곳뿐이다.
한때 거의 100명의 어부가 있었다는 전류리 포구에는 늙은 어부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면서 새우배도 4척만 남았다. 30년간 전류리 포구의 변화를 지켜본 김영식 선장은 "나 처음에 시작할 때만도 16대까지 있었는데 지금은 4대밖에 없다"며 "요즘 젊은 애들은 안 한다고 하는데 힘들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희망도 있다. 김태식 선장의 아들 김민우씨는 30대로 가장 젊은 한강 어부다. 올해 초 직장을 그만두고 아버지와 함께 배를 타기 시작한 그는 "아버지 세대가 물고기를 잡는 일만 했다면 나는 스마트 스토어나 양식업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장성환 선장은 "한강 어부가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길 바란다"며 "한강은 나의 보물이다. 여러 어종이 많이 나오니까 ‘오늘은 뭐가 나올까’ 보물 찾는 기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