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제대로 못 자면 병원 들락날락…장까지 망가진다

수면 부족, 몸과 마음을 동시에 망가뜨린다.

하룻밤만 잠을 설쳐도 온몸이 무겁고 머리가 띵하다. 짜증이 늘고 집중도 잘 되지 않는다. 단순히 피곤해서 생기는 불편함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을 때 인체에 나타나는 변화는 단순 피로를 넘어선다. 수면은 면역, 호르몬, 뇌 기능, 감정 조절 등 생명 유지에 관여하는 중요한 생리 작용으로, 하루만 부족해도 신체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

◆ 첫 번째 경고, 인지 기능 저하

수면이 부족하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것이 뇌 기능이다. 뇌는 잠을 자는 동안 낮 동안 받아들인 정보들을 정리하고, 감정을 조절하며, 세포 재생을 위한 정비 작업을 한다. 이 과정이 생략되면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고 판단력이 흐려진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거나 업무에 집중해야 할 상황에서 실수를 하게 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단기 수면 부족이 반복되면 우울, 불안, 공격성 같은 정서적 변화도 함께 나타난다.

◆ 심장이 뛰는 이유, 교감신경 흥분

잠을 못 자고 다음 날 아침을 맞이하면 유독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땀이 나고 숨이 가빠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교감신경이 각성된 상태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수면은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해 심박수와 혈압을 낮추고 몸을 이완시키는데, 잠이 부족하면 이완되지 못한 상태가 지속되면서 심장과 혈관에 부담이 간다. 실제로 수면이 부족한 사람은 고혈압, 부정맥,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높다.

◆ 면역력 약화로 병치레 잦아져

수면 중에는 면역세포가 활발하게 작동해 바이러스나 세균과 싸운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이 면역 반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감염병에 쉽게 노출된다. 감기 같은 가벼운 질환뿐 아니라 대상포진처럼 면역력이 약해질 때 재발하는 질병도 수면 부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제로 수면 시간이 짧은 사람일수록 백신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 호르몬의 균형도 무너진다

수면 부족은 호르몬 체계를 흔들어 놓는다. 성장 호르몬은 깊은 잠을 자는 동안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은 단순히 키 성장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세포 회복과 근육 형성, 지방 분해에도 관여한다. 수면이 부족하면 이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어 신진대사가 느려지고 살이 찌기 쉬운 체질로 바뀐다. 특히 렙틴과 그렐린이라는 식욕 조절 호르몬이 불균형해지면서 단 음식을 더 찾게 되고, 폭식으로 이어지기 쉽다.

◆ 피부와 장 건강도 타격

잠을 제대로 못 자면 피부도 푸석해진다. 이는 밤 동안 이뤄지는 피부 재생 작용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트러블이 잦아지고, 안색이 칙칙해지는 것도 수면 부족이 만든 결과다. 장 건강 역시 영향을 받는다. 수면이 부족하면 장내 유익균의 활동이 줄고, 유해균이 늘어나 복부 팽만, 설사, 변비 같은 소화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장은 뇌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수면이 장을 망치고, 장은 다시 정신건강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 수면 부족이 하루에 머무르지 않는 이유

문제는 이런 변화들이 단 하루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루 이틀의 수면 부족이 반복되면 만성적인 피로와 무기력, 체중 증가, 집중력 저하, 감정 기복 같은 증상이 누적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울증이나 불면증 같은 정신 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크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상태에 익숙해지면 스스로 수면 부족이라는 인식조차 흐려진다는 점이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고 살다 보면 건강은 어느새 한계점에 도달해 있다.

◆ 건강을 되찾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 잠

수면 부족은 특별한 약이나 치료 없이도 개선할 수 있는 문제다. 정해진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전자기기를 멀리하며, 잠들기 전 이완할 수 있는 습관을 들이면 숙면을 되찾을 수 있다. 하루 7시간 내외의 충분한 수면은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기본이 된다. 건강한 삶을 원한다면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바로 자신의 수면이다. ‘잘 자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