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가격이 왜 이래요?' 시장 분위기가 뭔가 예사롭지 않다는데...

2025-07-2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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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폐지됐는데 예상과 달리 너무 조용한 시장

11년 묵은 족쇄가 풀렸다.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 폐지됐다. 통신시장을 꽁꽁 묶어왔던 판이 흔들리면서 얼어붙은 호수에 금이 가듯 조용한 파장이 퍼졌다. 삼성전자는 기다렸다는 듯 갤럭시Z 플립6와 갤럭시Z 폴드6를 내놨고, 유통가는 “드디어 보조금 대란이 부활하는가”라면서 기대 섞인 긴장 모드에 들어갔다.

11년 가까이 국내 이동통신시장을 규제해 왔던 '단통법'이 오늘부터 폐지된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10년 만에 폐지되면서 일부 '성지'에서 암암리에 판매하던 '공짜폰'이 합법화되고, 기존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던 요금 할인과 기기 할인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사진은 22일 서울의 한 휴대폰 대리점에 걸린 단통법 폐지 관련 홍보물. / 뉴스1
11년 가까이 국내 이동통신시장을 규제해 왔던 '단통법'이 오늘부터 폐지된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10년 만에 폐지되면서 일부 '성지'에서 암암리에 판매하던 '공짜폰'이 합법화되고, 기존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던 요금 할인과 기기 할인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사진은 22일 서울의 한 휴대폰 대리점에 걸린 단통법 폐지 관련 홍보물. / 뉴스1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동통신 시장은 놀랄 만큼 차분하다. 대형마트 앞에서 현금 뭉치를 들고 줄 서던 그 시절의 진풍경은커녕 번호이동 시장조차 큰 변화 없이 지나가는 중이다. 이통사들이 서로의 눈치를 보며 일단 몸을 사리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2014년 도입된 단통법은 과열된 보조금 경쟁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당시엔 이통사들이 가입자를 끌어오기 위해 최대 60만~70만원까지 지원금을 쏟아부었고, 고객들이 '페이백'을 받기 위해 일부러 통신사를 갈아타는 일도 많았다. 단통법 이후 그런 관행이 줄었다. 하지만 소비자의 불만이 폭발했다. “이제는 보조금도 없고 혜택도 없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결국 정부는 지난 3월 단통법을 폐지하기로 했다. 지난 22일부터 효력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로써 이통3사와 제조사, 유통점 모두 지원금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길이 다시 열리게 됐다. “이젠 예전처럼 싸게 새 폰을 살 수 있는 것인가”라는 소비자들의 기대도 커졌다.

그러나 단통법 폐지 후 시장은 놀라울 정도로 조용하다. 단통법이 폐지된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 번호이동 건수는 6만8015건에 그쳤다. 첫날 3만5131건으로 비교적 활발하게 출발했지만, 23일엔 1만9388건, 24일엔 1만3496건으로 계속 줄었다. SK텔레콤이 유심 해킹 사건 대응으로 위약금 면제를 선언했던 이달 초보다도 못한 수치다.

시장이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소비자도 유통점도 변화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상태다. 실제로도 ‘보조금 폭탄’은 없었다. 대부분의 유통점에선 기기변경을 중심으로 상담이 이뤄지고, 신규 가입이나 번호이동을 유도하는 마케팅은 눈에 띄게 줄었다. 상황이 이런 까닭에 소비자들도 단통법 폐지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11년 가까이 국내 이동통신시장을 규제해 왔던 '단통법'이 오늘부터 폐지된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10년 만에 폐지되면서 일부 '성지'에서 암암리에 판매하던 '공짜폰'이 합법화되고, 기존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던 요금 할인과 기기 할인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사진은 22일 서울의 한 휴대폰 대리점에 걸린 단통법 폐지 관련 홍보물. / 뉴스1
11년 가까이 국내 이동통신시장을 규제해 왔던 '단통법'이 오늘부터 폐지된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10년 만에 폐지되면서 일부 '성지'에서 암암리에 판매하던 '공짜폰'이 합법화되고, 기존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던 요금 할인과 기기 할인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사진은 22일 서울의 한 휴대폰 대리점에 걸린 단통법 폐지 관련 홍보물. / 뉴스1

단말기 교체주기 변화도 이 같은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년마다 폰을 바꾸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요즘엔 3년, 심지어 4년을 넘기는 사람도 많다. 제품 완성도가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기능이 고만고만해진 까닭에 새 제품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졌다. 시선을 끌 만한 제품의 경우 비싼 가격이 발목을 잡는다.

점유율 경쟁 포화로 인해 통신사들이보조금 경쟁 과열을 꺼리는 것도 영향을 끼쳤다. 가입자를 늘리는 데 들어가는 마케팅비 부담을 버거워한다.

단통법 폐지 직후 3일간의 순증·순감 데이터를 보면 그 흐름이 확연히 보인다. KT는 527명 순증, LG유플러스는 420명 순증이었고, SK텔레콤은 937명 순감했다.

일각에선 SK텔레콤이 상황을 뒤집으려고 반격 카드를 준비 중이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SK텔레콤이 움직이면 KT와 LG유플러스도 대응 카드를 마련할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눈치 보기가 계속되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이 조용한 탐색전은 언제 끝날까? 업계는 오는 9월 공개되는 애플 아이폰17에 주목한다. 신형 아이폰은 매년 출시 때마다 시장 전체를 뒤흔들어왔다. 충성도 높은 소비자층, 높은 교체 수요, 그리고 플래그십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져 통신사들이 대대적 마케팅을 펼칠 수밖에 없다. SK텔레콤이든 다른 회사든 먼저 움직이면 즉시 시장이 과열할 수 있다. 소비자 지갑을 겨냥한 2라운드 전쟁이 언제든 펼쳐질 수 있는 셈이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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