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부서진 채 떠올랐다…제주 바다서 구조된 20kg '멸종위기종' 정체

2025-08-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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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 해수욕장에서 구조된 멸종위기 동물
발견 당시 등갑에 지름 21㎝의 골절 상처

제주 앞바다에서 등껍질이 크게 골절된 채 발견된 멸종위기종 붉은바다거북이 구조됐다.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서귀포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후 3시 20분경 서귀포시 표선해수욕장 인근 200m 해상에서 등갑에 큰 상처를 입은 붉은바다거북이 발견돼 구조됐다. 당시 해경은 신고를 받고 즉시 출동해 현장에서 붉은바다거북에 대한 산소 공급 및 수온 유지 등 응급조치를 진행한 뒤, 전문 구조기관인 아쿠아플라넷에 거북을 인계했다.

구조된 거북은 몸길이 약 70cm, 너비 40cm의 성체로, 무게는 약 20kg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양동물 전문구조기관 아쿠아플라넷 측은 진단 결과 이 붉은바다거북이 등껍질 후면에 지름 21cm에 이르는 심각한 골절상을 입은 상태라고 밝혔다. 현재 기력이 매우 약하며, 장기 치료와 보호가 절실한 상태라는 소견이 나왔다.

상처는 폐어구에 의한 외상이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등갑은 거북이의 주요 방어 구조물이자 내부 장기를 보호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해당 부위에 골절이 생겼다는 점은 치명적일 수 있다.

인양된 붉은바다거북.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속초해경 제공, 뉴스1
인양된 붉은바다거북.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속초해경 제공, 뉴스1

붉은바다거북은 국제동물보호단체가 지정한 멸종위기종 1급으로, 대서양과 태평양 등 전 세계의 따뜻한 바다에 널리 서식하지만, 남획, 해양 오염, 서식지 파괴 등으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서귀포해경 관계자는 "멸종위기 해양생물을 발견했을 경우 무리하게 만지거나 이동하지 말고 즉시 해양경찰에 신고해달라"며 시민들의 협조를 요청했다.

지난달 27일 오후 서귀포시 표선해수욕장 해상에서 멸종위기종인 붉은바다거북이가 등을 다친채 발견됐다 / 뉴스1, 서귀포해양경찰서 제공
지난달 27일 오후 서귀포시 표선해수욕장 해상에서 멸종위기종인 붉은바다거북이가 등을 다친채 발견됐다 / 뉴스1, 서귀포해양경찰서 제공

이번 구조는 최근 제주 해역에서 잇따른 바다거북 사체 발견과 맞물려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달 15일에는 죽은 지 25일이 지난 푸른바다거북 사체가 제주시 이호테우해수욕장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제주대학교 김병엽 교수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제주 전역에서 발견된 바다거북 사체는 15마리에 달하며, 이 중 4마리는 7월 한 달 동안 발견됐다.

바다거북은 총 360여 종의 거북류 중 바다에 서식하는 7종에 해당하며, 대부분이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이다. 이들은 육지에서 알을 낳고 부화 후 곧바로 바다로 나가 수천km를 이동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해변 개발과 해양 폐기물, 기후 변화 등으로 인해 생존에 큰 위협을 받고 있다.

붉은바다거북은 특히 알을 낳기 위해 5월부터 7월 사이 뭍에 올라오는 특성을 지니며, 이 시기에는 해양 쓰레기나 인위적 방해 요소에 더욱 취약하다. 어류, 갑각류, 해파리 등을 먹는 잡식성으로 생태계 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이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해양 생태계 건강의 지표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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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는 붉은바다거북 외에도 푸른바다거북, 매부리바다거북 등이 자주 목격되며, 이들 모두 보호가 시급한 종이다. 바다거북은 등딱지 안으로 몸을 숨길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어 육지에서는 매우 취약하다. 물속에서는 빠른 속도로 유영할 수 있지만, 육상에서 사고나 외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바다거북의 보호를 위해 해양 폐기물 수거 및 처리시설의 확대, 해양 생태교육 강화, 해양경찰과 지자체, 치료기관 간 협력체계 구축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멸종위기종 붉은바다거북이 구조. 기사와 무관한 자료 사진 / 뉴스1, 울산해양경비안전서 제공
멸종위기종 붉은바다거북이 구조. 기사와 무관한 자료 사진 / 뉴스1, 울산해양경비안전서 제공

구조된 붉은바다거북은 현재 아쿠아플라넷 치료소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상태가 호전될 경우 자연 방류 여부도 검토될 예정이다. 해경은 이번 구조를 계기로 바다거북 보호에 대한 대중 인식과 관심이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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