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학점 받아도 등산 성공하면 '최대 70만원' 주는 서울대
2025-07-2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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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학번 선배의 기금이 뜻깊은 취지로 쓰여져
서울대가 매우 독특한 장학금 제도를 운영하기로 했다.
일명 '미산 등산 장학금'이다.
성적도, 소득도 아닌 ‘등산 실적’만으로 장학금을 지급한다.
서울대 학생처는 지난 8일부터 18일까지 미산 등산 장학생을 모집했으며, 이 기간 동안 총 1457명의 학생이 신청서를 접수했다. 선발 예정 인원은 70명 내외였으나, 20.8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학생들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 오르는 만큼 받는다… 최대 70만 원까지 지급
이 장학금은 블랙야크가 선정한 ‘100대 명산’ 혹은 ‘명산 100+’에 포함된 산을 오르고, 인증을 완료하면 지급된다. 5개월간 6회 이상 인증 시 70만 원, 3~5회는 3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신청 시에는 계획한 산과 등반 일정을 함께 제출해야 했다. 서울대 인근의 관악산도 인증 산에 포함돼 있어 상대적으로 접근성도 높다.
특이한 점은 선발 기준에서 학업 성적이나 경제 사정, 사회봉사 이력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직 ‘얼마나 꾸준히 산을 올랐는가’만이 평가 기준이다.
◆ 기부자는 서울대 선배… "산을 오르며 성장하길"
이번 장학금은 서울대 상과대학 63학번 출신인 권준하 신익산화물터미널 대표이사가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대표는 지난해에도 경영대학과 경제학부, 자유전공학부 소속 학생 50명에게 등산 장학금을 지원한 바 있다. 당시에도 예정 인원을 초과해 장학생을 추가 선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는 서울대 전 학과 학생에게 문호를 개방한 첫 시도다. 다만, 경영대·경제학부·자유전공 경영경제전공 학생들은 소속 단과대학의 ‘상대동창회 향상장학회’에서 별도로 장학금을 신청해야 한다.
서울대 학생처 관계자는 “기부자께서 신청률을 보시고 인원을 더 늘릴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다”며,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70명보다 더 많은 학생이 선발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전했다.

◆ “힘든 산행이 오히려 힐링”… 학생들 긍정 반응
학교 측은 신체 활동만으로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는 파격적인 조건 덕분에 많은 학생이 흥미를 느낀 것으로 분석했다. 학생처 관계자는 “기존 장학금은 지원 조건이 복잡하지만, 미산 등산 장학금은 건강한 활동 하나만으로 도전할 수 있어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장학금의 취지도 주목할 만하다. 단순히 금전적 지원에 그치지 않고, 지덕체를 고루 갖춘 인재 양성, 건강 증진, 성취감과 협동심을 기를 수 있는 경험 제공 등이 핵심 목표다.
최종 선발 결과는 오는 30일 발표될 예정이며, 등산 활동 기간은 다음 달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