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채소 아니다... 한국 정부가 '특허'까지 내고 브리핑 열어 발표한 식물
2025-07-3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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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채소로 먹기만 해도 호흡기질환 개선... 식물특허 육성 성과물 발표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이 일상이 된 시대에 한국인의 밥상에서 늘 함께했던 깻잎이 단순한 쌈채소를 넘어 호흡기 건강을 지키는 기능성 식품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조선시대 의학서 동의보감에 기록된 들깻잎의 효능을 현대 과학으로 입증한 성과물이 발표됐다.
농촌진흥청은 자체 육종한 국산 잎들깨 품종인 '숨들'의 호흡기 질환 개선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했다고 30일 브리핑에서 밝혔다.
농진청은 국내 약 200종의 잎들깨 자원에서 호흡기 건강개선 효과가 뛰어난 자원 56종을 1차 선발한 뒤 미세먼지에 대한 세포 보호 효과가 우수하면서도 염증 및 점액 과분비를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자원을 최종 선발해 '숨들'을 식물특허로 육성했다.
'숨들'은 '숨쉬기 편하게 하는 들깨'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농진청은 경상북도 울릉도에서 수집한 국내 자원(YCPL706)을 출발점으로 매년 20개체씩 전개해 초형, 잎색, 잎 모양 등 특성이 우수한 개체를 선정하고 순계 분리를 통해 세대를 고정시켜 양성해왔다.
실험 결과 '숨들' 잎 추출물을 미세먼지(PM2.5)로 자극한 인체 유래 비강 세포에 처리했을 때, 기관지 염증이 대조 품종 '남천' 대비 2.8배 감소했다. 과도한 점액 생성을 유도한 세포에서도 점액 분비가 1.8배 억제되는 효과를 보였다.
동물실험에서도 뚜렷한 효과가 확인됐다. 미세먼지를 호흡기에 투여한 실험용 쥐에게 '숨들' 추출물을 경구투여한 결과, 폐 조직 섬유화가 대조 품종 '남천' 대비 2.1배 완화됐으며, 염증반응을 유발하는 생물지표 수치도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이러한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푸드 사이언스 앤드 뉴트리션(Food Science & Nutrition)’(IF 3.9)에 게재됐다. 농진청은 별도로 들깨 화방 추출물에 대한 연구도 진행해 '들깨 화방 추출물을 포함하는 호흡기 질환 예방 또는 개선용 조성물' 특허를 출원하고 국제학술지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몰레큘러 사이언시스(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IF 5.6)에 게재했다.
'숨들'의 생육 특성을 살펴보면 개화 시기가 9월 18일로 대조 품종인 '남천'보다 12일 정도 빠르다. 경장을 비롯해 잎 길이와 너비가 일반 깻잎에 비해 작고 잎 뒷면에 특이한 보랏빛이 발현되는 생육 특성을 보인다.
항산화 성분 함량도 우수하다. '숨들'은 폴리페놀 70.29mg GAE/g, 플라보노이드 46.30mg CE/g로 '남천'(폴리페놀 39.05mg GAE/g, 플라보노이드 26.30mg CE/g)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숨들'에서 분리한 지표 물질 함량은 '남천'에 비해 최대 13배 높게 나타났다.
농진청은 '숨들'을 건강기능식품 소재로 산업화하기 위해 잎에서 분리해 구조를 확인한 활성 물질 4종을 지표 물질로 선정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재배실험을 통해 지표 물질 함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결과도 확보했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성인 60kg 기준 1일 섭취량은 잎들깨 추출물 972mg, 잎들깨 분말 4.14g, 생 잎들깨 34.5g(약 34장)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는 동물실험을 통해 간접적으로 인체 적용량을 계산한 수치인 까닭에 추후 임상실험을 통한 명확한 섭취량 제시가 필요하다.
현재 '숨들' 종자와 호흡기 건강 효능을 나타내는 조성물은 특허권('호흡기 질환 개선용 조성물을 위한 잎들깨 숨들 종자 및 이를 이용한 추출물', 10-2024-0136722)으로 보호받고 있다. 따라서 '숨들' 종자를 생산하고 잎들깨를 재배해 가공 제품을 판매하려면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나 특허청을 통한 기술이전 절차를 거쳐 권리이전을 받아야 한다.
농진청은 현재 약 1헥타르(1만㎡) 면적에 파종이 가능한 기본식물 1.4kg 종자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잎들깨 종자 5톤, 깻잎 생물 30톤 생산이 가능한 규모다.
국내 잎들깨 산업 현황을 보면 지난해 생산량이 3만7000톤으로 지속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 쌈채소용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재배지역은 충남 금산(371ha), 경남 밀양(310ha) 순이다. 반면 생산액과 단위 가격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생산액은 2532억원, 도매가격은 kg당 7252원을 기록했다.
수경재배도 확산하고 있다. 2024년 전국 12개 시군 54농가 11ha에서 수경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2018년 금산의 한 농가에서 처음 시작했는데 6년 만에 크게 확대된 것이다.
주요 재배 품종별 면적 비율을 보면 '남천'이 36.2%로 가장 높고, '잎들깨1호' 33.2%, '동글1호' 16.4%, '새봄' 1.5% 순이다.
농진청은 앞으로 '숨들'의 기능성 연구를 더욱 심화하고 산업체와 협력해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의 개별 인정형 등록 및 다양한 호흡기 건강 제품 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다. 농가 계약재배를 통해 국산 원료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다양한 가공식품 개발을 통해 시장 확대를 도모할 계획이다.
곽도연 국립식량과학원장은 "'숨들' 연구를 통해 국내에서 부족했던 호흡기 건강개선 기능성 원료를 확보하고 이를 건강기능식품 및 산업화로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호흡기 건강 관련 개별인정형 원료로 등재된 원료가 없는 상황에서, '숨들'이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등록된다면 기존 신선 채소로의 소비 형태를 넘어 추출물, 차, 음료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장할 수 있어 새로운 시장 창출이 기대된다.
국내에서는 이미 잎들깨 11개 품종에 대한 호흡기 건강개선 효과 평가가 완료됐다. 대부분 품종에서 염증지표 및 점액 과분비 지표가 유의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고, 그 중에서는 '보라'와 '동글 2호' 품종이 효과가 우수했다. 하지만 200여 종의 국내 수집 자원과 함께 평가한 결과 '숨들'이 가장 우수한 효과를 보여 식물특허 출원에 이르렀다.
농진청은 잎들깨 외에도 인지능력 개선 효과가 있는 '총명'이라는 이름의 유전자원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인지능력 개선 연구를 하고 있다면서 향후 좋은 결과를 발표하겠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