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어떻게 숨겼지? 20대 한국여성 허벅지서 나온 '50cm' 멸종위기 동물 정체
2025-07-30 17:33
add remove print link
인천공항에서 20대 여성의 치마 속에 숨겨진 채 발견된 50cm 크기 동물의 정체는?
지난해 5월 인천공항에서 20대 여성의 치마 속 허벅지에 숨겨진 채 발견된 50cm 크기 동물의 정체가 세계 최대 도마뱀인 코모도왕도마뱀으로 밝혀졌다. 국내에서 이 멸종위기종의 밀반입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30일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 심사대에서 긴 치마를 착용한 20대 여성 승객이 세관 검색대를 통과하던 중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세관원들이 여성의 허벅지 부근에서 헝겊에 싸인 채 숨겨진 희귀 파충류를 발견한 것이다.
발견된 동물은 '지구상 마지막 공룡'이라 불리는 코모도왕도마뱀 새끼였다. 몸길이 50cm에 달하는 이 개체는 CITES(멸종위기 야생동식물 국제거래협약) 부속서 1급으로 분류된 최고 등급의 보호종이다.

여자친구를 운반책으로 활용한 치밀한 범행
수사 결과 이번 밀반입 사건의 배후에는 20대 남성 A 씨가 있었다. A 씨는 직접 운반할 경우 적발 위험이 높다고 판단해 여자친구를 운반책으로 이용했다. 그는 코모도왕도마뱀 새끼를 천에 감싼 뒤 여자친구의 치마 안쪽 허벅지에 고정시켜 세관 검색을 피하려 했다.
A 씨 일당의 범죄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다. 인천공항본부세관에 따르면 이들은 2022년 7월부터 2024년 5월까지 약 2년간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총 1865마리의 희귀 외래생물을 국내로 몰래 반입했다.
밀반입 수법도 다양했다. 컵라면 용기, 담뱃갑, 속옷 등 일상용품을 활용해 동물들을 숨겼으며, 세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지인들에게 무료 해외여행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운반을 맡겼다.

10억 원 넘는 범죄 수익...현지가의 10배로 판매
추재용 인천공항본부세관 조사총괄과 팀장은 머니투데이에 "주범의 통장 거래 내역을 확인해 봤더니 2년간 벌어들인 범죄수익이 10억 원이 넘었다"며 "이들은 세관검사를 피하기 위해 공짜 해외여행을 미끼로 지인들을 운반책으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A 씨 일당은 동남아 불법 시장에서 개체당 약 1000만 원에 구입한 코모도왕도마뱀을 국내 지방 아쿠아리움 등에 5억~10억 원에 판매할 계획이었다. 이는 현지 가격의 10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들은 허위 CITES 서류까지 제작해 다른 희귀 파충류들도 지속적으로 밀반입하려다 적발됐다. 세관 당국은 A 씨를 포함한 14명을 관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지난해 11월 검찰에 송치했다.
'지구의 마지막 공룡' 코모도왕도마뱀...전 세계에 5000마리 미만만 남아
'지구의 마지막 공룡'이라고도 불리는 코모도왕도마뱀은 현존하는 가장 큰 도마뱀으로 성체가 되면 평균 3m, 최대 150~165kg까지 자란다. 인도네시아 코모도섬과 플로레스섬 등 극히 제한된 지역에서만 서식하며, 전 세계 개체수가 5000마리에도 미치지 못해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 '위기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파충류는 강력한 포식자로 사슴, 멧돼지, 물소 등 대형 포유류를 사냥한다. 특히 이빨 표면이 철분으로 코팅돼 있어 먹이를 쉽게 찢을 수 있으며, 9.5km 떨어진 거리에서도 후각으로 먹잇감을 감지할 수 있다.
코모도왕도마뱀은 연구나 보전 목적을 제외하고는 국제거래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으며, 한국에 정식 수입된 사례는 전무하다.

밀수 단속 강화..."생태계 교란하는 중대 범죄"
인천공항세관 관계자는 "압수한 외래 동물 중 살아있는 개체는 국립생태원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며 "국제적 멸종위기종 등 외래 동물을 밀수하는 행위는 국내 생태계를 교란하고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인 만큼 앞으로도 불법 반입을 적극 차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 팀장은 "밀수 수법이 복잡해질수록 세관 단속 체계도 한층 정밀하게 정비하고 있다"며 "불법 이득보다 리스크가 더 크다는 인식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도와 기술을 모두 활용해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희귀 동물 밀수는 대부분 고도의 은닉 기법과 반복 범죄로 이어지며, 20~30대 젊은층이 쉬운 돈벌이로 인식해 지속적으로 가담하고 있어 당국의 지속적인 단속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