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캐슬전 1-0 깜짝 격파...간판스타 싹 다 제치고 끝낸 한국 ‘이 선수’
2025-07-31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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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캐슬과의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1차전 1-0 우승
전반 36분 깜짝 선제 결승골 터뜨린 한국 축구 에이스
프리미어리그(EPL) 강호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K리그 올스타가 통쾌한 한 방을 날렸다. 그것도 잉글랜드 간판스타들을 줄줄이 제치고, 예상을 깬 ‘한국 선수’가 결승골의 주인공으로 이름을 새겼다.

김판곤 감독(울산 HD)과 이정효 수석코치(광주FC)의 지휘 아래 꾸려진 ‘팀 K리그’는 3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1차전에서 뉴캐슬을 1-0으로 격파했다. 명실상부한 K리그의 별들이 하나로 뭉쳐, EPL 상위권 팀을 상대로 조직력과 패기, 그리고 한 방으로 승리를 거머쥔 것이다.
이번 승리는 쿠팡플레이 시리즈 역사상 두 번째 승리이기도 하다. 2022년 시작해 4회째인 쿠팡플레이 시리즈에 매년 참가해 온 팀 K리그는 2023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를 3-2로 누른 이후 2년 만에 이겼다. 2022년엔 토트넘(잉글랜드)에 3-6패, 지난해엔 토트넘에 3-4로 진 바 있다.
‘결승골 주인공’ 김진규, 모두를 놀라게 하다
화제의 중심은 단연 김진규(전북 현대)였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이목은 공격 핵심 알렉산데르 이사크를 비롯한 주요 골잡이들이 빠진 뉴캐슬, 그리고 팀 K리그의 간판급 공격수들에게 쏠려 있었다. 하지만 승부를 가른 단 한 골은 전북의 미드필더 김진규의 발끝에서 나왔다.

전반 36분, 역습 상황에서 이동경(김천 상무)이 중앙을 돌파해 왼쪽으로 패스. 김진규는 이를 골 지역 왼쪽에서 받아 뉴캐슬 수비 사이를 뚫는 오른발 슛으로 연결하며 선제이자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세계적 수문장 닉 포프도 손 쓸 수 없을 만큼 정확한 타이밍과 각도였다.
득점 직후 펼친 세리머니도 화제였다. 김진규는 팀 동료 이동경의 손에 이끌려 그라운드 위에서 파닥거리며 ‘월척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이에 대해 그는 “골을 넣은 사람이 물고기처럼 파닥거리기로 했다”며 웃으며 밝혔다.
하루 만에 맞춘 발, 그러나 완벽에 가까웠다
이번 팀 K리그는 사실상 ‘원데이 팀’에 가까웠다. 경기 하루 전 모여 발을 맞췄고, 전술 훈련도 짧은 시간 안에 이뤄졌다. 하지만 경기력은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
김진규는 “어제 하루 발을 맞췄지만 준비한 부분이 잘 먹힌 것 같다”며 “선수들과 정말 재밌고 즐겁게 경기를 치렀다”고 말했다. 결승골 어시스트를 기록한 이동경 역시 “전진적인 움직임을 주문하신 코치진의 요구에 따라 플레이했더니 좋은 찬스가 났고, 진규 형이 마무리를 잘 해줬다”며 팀워크를 강조했다.
김진규는 최근 전북에서도 2경기 연속 득점을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경기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는 소속팀 전북 현대에서 전력의 핵심 역할을 하고,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에도 승선해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도 출전했던 그다.

그는 “득점에 욕심을 내고 들어간 건 아니다. 경기를 하다 보면 운 좋게 내 앞에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겸손함을 보였지만,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한 경험을 떠올리며 “이번엔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며 2026 북중미 월드컵을 향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EPL도 놀란 K리그, 김판곤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김판곤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 선수들이 상당히 좋은 경기력을 보이며 K리그의 수준을 잘 알렸다.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하루 동안 전술을 설명하고 리허설한 내용을 잘 소화한 걸 보며 한국 선수들이 얼마나 스마트한지 다시 느꼈다”고 전했다.
특히 김 감독은 “초반 뉴캐슬의 강한 압박을 잘 벗겨냈다”며 전술 이해도와 경기 집중력, 기술적인 능력 모두에 높은 점수를 줬다. 다만 그는 “프리시즌 경기라 이겼다고 해서 우리가 뉴캐슬보다 낫다고 단정할 순 없다”며 냉정함도 잃지 않았다.

안방에서 상대하던 수원을, 뉴캐슬 유니폼 입고 다시 밟은 17살
이날 또 하나의 화제를 몰고 온 선수는 뉴캐슬로 최근 전격 이적한 2007년생 박승수였다. K리그2 수원 삼성 소속이던 그는 이번 투어에 참가하며 뉴캐슬 유니폼을 처음 입고 친정팀의 홈구장인 수원월드컵경기장을 밟았다.
후반 37분 교체 투입된 박승수는 왼쪽 측면을 흔들며 존재감을 드러냈고, 후반 39분에는 단독 드리블로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비록 공격 포인트는 없었지만, 그가 볼을 잡을 때마다 수원 홈팬들과 K리그 팬 모두가 기립해 환호할 정도로 특별한 순간이었다.
뉴캐슬은 이날 경기에서 최정예 라인업은 아니었지만 닉 포프, 토날리, 윌록, 러셀스 등 EPL 실전 경험이 풍부한 주전급 자원을 대거 투입했다. 그러나 전반과 후반 모두 날카로운 장면을 만들지 못했고, 결국 후반 추가시간엔 윌록이 부상으로 들것에 실려 나가는 악재까지 겹치며 완패를 받아들여야 했다.

K리그, 단순한 쇼가 아닌 ‘수준 증명’
이날 승리는 단순한 쇼매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유럽 톱리그 팀과의 맞대결에서 단순한 화려함을 넘어, K리그가 전술·기량·조직력 모두에서 밀리지 않는 수준을 증명해낸 경기였다.
경기력만큼이나 의미 있었던 건 선수들의 태도였다. 김진규의 “즐거웠다”는 말처럼, 선수들이 경기 내내 긴장보다는 자신감 있는 움직임을 보였고, 실제로도 압박 탈출, 연계 플레이, 침투 타이밍 모두에서 뉴캐슬을 능가하는 순간들이 수차례 있었다.
김판곤 감독은 “이번 승리가 선수들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줄 것이다”라고 평가했고, 팬들은 이 한 경기로도 K리그의 저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김진규라는 이름 역시 그 중심에 분명히 있었다.

2026년 월드컵을 향한 여정, 그리고 K리그의 세계적 도약을 꿈꾸는 순간. 그 시작은 바로 수원에서 ‘깜짝 격파’를 완성한 이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