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림잡아 수천 마리” 10년 만에 논 곳곳서 무더기로 발견된 '멸종위기종'
2025-08-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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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글바글 사방에서 흙탕물 일으킨 생명체
장흥의 한 유기농 논에서 멸종위기종이자 친환경지표종인 긴꼬리투구새우가 10년 만에 대량으로 출현했다. 이와 함께 풍년새우, 토종 우렁이 등 다양한 생물이 함께 발견돼 유기농업이 이룬 건강한 생태계에 놀라움과 감탄이 쏟아지고 있다.

KBC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장흥군 친환경농업단지 내 논 곳곳에서 긴꼬리투구새우들이 바글바글하게 몰려다니며 흙탕물을 일으키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새우는 논바닥을 헤집으며 잡초 싹을 먹고, 풍년새우는 긴 꼬리와 다리로 논을 휘저어 잡초 발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두 생물 모두 친환경 농법의 '조력자'로 통한다.
김재기 작목반장은 “유황을 뿌린 뒤 모내기를 하고 나서 불과 3일 만에 논에서 수없이 많은 새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며 “친환경 농법을 시작한 이후 이렇게까지 많이 나온 해는 처음”이라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로 매체는 긴꼬리투구새우와 풍년새우의 개체수가 “어림잡아 수천 마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관찰은 지난 10여 년간 보기 힘들었던 긴꼬리투구새우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고생대 생물로 알려진 긴꼬리투구새우는 무려 3억 년 전부터 존재해온 ‘살아있는 화석’이다. 이들은 건기에 알 상태로 마른 논에서 휴면하며, 습도와 온도, 토양 상태 등 조건이 맞아야만 부화하는 특성이 있다. 최근 몇 년간은 논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었다.
긴꼬리투구새우는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이 일반화되던 시기에 급격히 사라져, 현재는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돼 보호되고 있다. 이들의 귀환은 그 자체로 생태계 회복의 신호탄이자, 친환경 농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전라남도 친환경관리팀장 최광일 씨는 “긴꼬리투구새우와 풍년새우의 서식은 친환경농업이 자연과 함께 공생하는 길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토종 우렁이, 수서 곤충 등 다양한 생물들이 유기농 논에 서식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는 화학물질이 아닌 생태순환 시스템이 조성된 환경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으로, 장흥 지역의 유기농 정책 효과가 실질적으로 입증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 전문가들은 멸종위기종 보존을 위해서는 단순 발견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서식지 보호와 시민 인식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긴꼬리투구새우는 살아 있는 환경지표이자, 생태적 경고등이다. 그들이 돌아왔다는 건 생태계가 회복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어떻게든 지켜내야 할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현재 장흥군은 긴꼬리투구새우의 생태 조사와 보호 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며, 친환경농업 확산을 위한 지원 방안을 확대할 계획이다.

긴꼬리투구새우의 ‘귀환’은 단지 생물학적 발견 그 이상이다. 유기농업의 방향성과 자연과의 공존을 향한 실질적 진전을 확인시켜주는 지표이자, 우리 사회가 생태적 전환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되새기게 만든다.
“지켜야 할 건 생명, 시작은 우리 일상부터”
전문가들은 멸종위기종을 보호하려면 우리 모두의 꾸준한 관심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첫째, 서식지를 지켜야 한다. 개발이나 오염으로 자연이 망가지면 멸종위기종은 삶의 터전을 잃는다.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려면 서식지를 지키는 게 가장 기본이다.
둘째, 친환경적인 생활을 실천해야 한다. 무분별한 소비 대신 환경을 생각한 선택을 하고, 멸종위기 생물에서 나온 제품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관심을 갖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멸종위기종 보호는 전문가만의 일이 아니다. 불법 거래나 훼손 사례를 보면 신고하고, 관련 캠페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작은 실천이 모이면 멸종위기 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건강한 환경을 만드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