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차 괴롭힘 당한 이주 노동자 “처벌 원치 않는다”…이유는?

2025-07-3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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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혀

전남 나주의 벽돌공장에서 지게차에 매달리는 인권침해를 당한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A 씨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건이 일어난 당시 동영상 캡처 /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제공
사건이 일어난 당시 동영상 캡처 /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제공

광주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와 전남노동권익센터는 30일 “A 씨가 전날(29일) 지게차 운전자 B 씨 측과 만나 피해 보상금을 포함한 합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단체에 따르면 A 씨는 향후 경찰 조사에 응하고 가해자와 대면하는 과정 자체가 심적으로 고통스럽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단체 측은 이 같은 결정이 곧 용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손상용 광주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 위원장은 “피해자는 사건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더 이상 겪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수사기관에 탄원서나 처벌불원서를 제출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사건은 지난 2월 26일 전남 나주시의 한 벽돌공장에서 발생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지게차 운전자 B 씨는 피해자인 A 씨가 웃었다는 이유로 A 씨의 몸을 비닐로 벽돌 더미에 감아 묶은 뒤 지게차로 들어 올린 혐의(특수감금·특수폭행)를 받고 있다. 전남경찰청은 B 씨를 지난 25일 불구속 입건한 상태다.

A 씨는 지난해 12월 고용허가제(E-9) 비자로 입국해 해당 사업장에 배정됐고 출근한 지 두 달 만에 심각한 인권침해를 겪었다. 사건은 A 씨가 노동단체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 사건에 대해 “민주주의 모범국가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렵다”고 언급하며 관련 부처에 철저한 진상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지시한 바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노동단체들은 이주노동자의 고용 구조에 내재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제도 개편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30일 전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 간 문제가 아니라, 고용허가제라는 구조 속에서 반복돼 온 인권침해의 연장선”이라고 강조했다.

단체는 “사업주의 허가에 노동자의 체류와 생계가 좌우되는 현 제도는 노동자를 무권리 상태로 내몬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노동 허가제 전환, 사업장 변경 자유 보장, 공공기관 송출 전환, 이주노동자 쉼터 확충 등을 요구하며 정부와 지자체의 실질적 대응을 촉구했다.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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