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초록색이지만 딴판... '풋귤'과 '청귤'의 결정적 차이, 이것이었다

2025-08-0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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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귤과 청귤, 같은지 다른지 알아봤더니 달라도 너무 달라

풋귤 / 뉴스1
풋귤 / 뉴스1
초록빛 감귤 출하철을 맞아 소비자들이 자주 혼동하는 풋귤과 청귤이 사실은 전혀 다른 품종이라는 정부 발표가 나왔다. 농촌진흥청은 많은 사람이 같은 감귤로 여기고 있는 풋귤과 청귤은 외형, 유전자, 성분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별개의 품종으로 확인됐다고 1일 발표했다.
청귤 / 연합뉴스
청귤 / 연합뉴스

농촌진흥청은 풋귤 유통 시기를 맞아 소비자가 궁금해하는 정보와 그동안 연구한 풋귤의 우수성을 소개하며 시중에서 혼용해 불리는 풋귤과 청귤의 차이점을 상세히 공개했다. 특히 풋귤을 덜 익은 초록색 껍질 때문에 청귤로 부르는 사례가 많지만 두 감귤은 엄연히 다른 품종이라고 강조했다.

풋귤은 '풋'이라는 접두사에서 알 수 있듯 덜 익은 귤을 말한다. 제주특별자치도 감귤 유통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 개정에 따라 '감귤의 기능성 성분을 이용하기 위해 농약 안전 기준을 준수하여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정한 날짜까지 출하되는 노지감귤'로 정의된다. 당도는 6~7브릭스(Brix), 산도(신맛) 2~3.5%로 여름에만 생산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풋귤은 8월 1일~9월 15일 출하되는 노지 온주감귤을 가리킨다. 만다린 계통의 감귤로 우리가 흔히 먹는 귤의 덜 익은 상태다. 유기산과 플라보노이드 등 기능성 성분이 풍부해 가공용으로 이용 가치가 높다. 제주도 감귤 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에 따라 8월 1~9월 15일에 출하된다. 올해는 214개 농가에서 출하할 예정이다.

풋귤은 껍질 색이 초록색을 띠므로 청귤로도 불리지만, 제주 재래 귤인 청귤과 풋귤은 엄연히 다르다. 청귤은 3~4월에 수확하는 재래 감귤이다. 옛 고서인 제주풍토록(1521년), 귤 유보(1578년), 탐라지(1653년), 탐라문견록(1732년)에 기록된 재래귤이다. 소량 생산되며 주로 한약재 등으로 사용된다. 풋귤이 청이나 식초 등으로 만들어 먹는 용도로 쓰이는 것과는 활용법도 다르다.

외형상으로도 두 감귤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풋귤은 무게 80g, 가로지름 5.8cm 정도이고 껍질이 매끈하며 안에 씨가 없다. 반면 청귤은 무게 25g, 가로지름 4cm 정도로 풋귤의 절반 정도 크기다. 껍질이 거칠고 안에 씨가 많다는 점도 구별되는 특징이다.

연구진이 감귤연구센터에서 보유하고 있는 풋귤과 청귤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3종의 분자표지에서 뚜렷한 유전적 차이를 확인했다. 단순염기반복(Simple sequence repeat)으로 불리는 DNA의 단순반복 염기서열을 이용한 분석에서 두 품종 간 명확한 구분이 가능했다. 이는 식물에서 널리 사용되는 분자표지의 한 종류로, 품종 구분에 신뢰성 높은 지표가 된다.

성분 분석에서도 흥미로운 차이점이 드러났다. 감귤류의 대표 기능성 성분인 플라보노이드 구성을 분석한 결과, 풋귤과 청귤은 서로 다른 주요 성분을 함유하고 있었다. 풋귤 껍질 추출물에는 항산화, 항염증 효과가 있는 나리루틴이 100g당 3399mg으로 가장 많이 들어있었다. 이어서 헤스페리딘 791mg, 노빌레틴 108mg이 검출됐다.

풋귤 / 뉴스1
풋귤 / 뉴스1

청귤 껍질 추출물의 성분 구성은 완전히 달랐다. 혈관 보호 효과가 있는 헤스페리딘이 100g당 656mg으로 가장 많이 함유돼 있었고, 노빌레틴 590mg, 나리루틴 253mg이 뒤를 이었다. 특히 풋귤에서 가장 많았던 나리루틴은 청귤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양이 검출됐다.

이번 연구는 30% 주정 추출물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탄제레틴 성분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청귤에서는 64.60mg, 풋귤에서는 37.21mg이 검출돼 청귤에서 더 높은 함량을 나타냈다.

풋귤의 기능성 성분에 대한 추가 연구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풋귤은 다 익은 귤보다 피로 해소에 좋은 구연산 함량이 3배 정도 높고, 항산화 활성이 우수한 플라보노이드 함량은 과육에서 1.9배, 껍질에서 2.3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미노산이 함유돼 있으며 그 중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아스파라긴과 아스파트산이 과육 100g당 각각 2029mg, 1923mg씩 함유돼 있다는 2022년 연구 결과도 있다.

풋귤의 염증 완화 효과도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촌진흥청이 동물대식세포(RAW-Blue 세포)에 염증 반응을 유발한 뒤 풋귤 추출물을 처리한 결과, 염증 반응 지표 물질인 산화질소(nitric oxide, NO) 생성은 40%가량 억제됐다. 또한 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2개 단백질인 유도성 산화질소 합성효소(inducible nitric oxide synthase, iNOS)와 사이클로옥시게나아제-2(cyclooxygenase-2, COX2)는 각각 45%, 35%씩 발현이 억제된 것을 확인했다.

대식세포는 병원체나 감염체들을 감지해 염증 인자인 산화질소(nitric oxide, NO), 프로스타글란딘 E2(prostaglandin E2, PGE2), 인터루킨-1베타(interleukin-1β, IL-1β), 인터루킨-6(interleukin-6, IL-6), 종양괴사인자-알파(tumor necrosis factor-α, TNF-α) 등의 염증성 사이토카인(cytokine), 케모카인(chemokine), 염증 신호 관련 단백질을 분비해 인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세포다.

주로 껍질째 이용하는 풋귤의 올바른 세척과 보관 방법도 중요하다. 물에 식초나 소금을 넣어 세척하고, 꼭지 부분은 제거한 뒤 사용하는 것이 좋다. 공기가 차단된 비닐봉지에 담거나 저온(5℃)에서 보관하면 풋귤의 특징인 껍질의 초록색이 잘 유지된다. 여름에 출하되는 풋귤은 유통기간 동안 상품성이 떨어지는 착색이 진행되는데, 풋귤 껍질이 노랗게 물들면 초록색이 유지되지 않아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풋귤 / 뉴스1
풋귤 / 뉴스1

농가에서 대량으로 풋귤을 유통할 때도 가정에서와 마찬가지로 공기가 차단된 비닐봉지로 싸거나 저온(5도)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상온에서 종이상자를 이용할 때는 비닐로 1차 포장한 후 상자에 담는 것이 좋고, 스티로폼 상자를 이용할 때는 냉매제가 과일에 직접 닿지 않도록 종이를 깐 뒤 포장한다.

풋귤은 신맛이 강하기 때문에 그냥 먹기보다는 주로 청을 담가 먹는다. 풋귤 청은 설탕과 귤, 착즙액을 1.1:1:0.4 비율로 섞어 만들 수 있고, 풋귤 음료나 풋귤 샐러드에 이용하면 좋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감귤연구센터의 안현주 센터장은 "풋귤과 청귤은 다른 품종임에도 이름과 정보를 혼용하는 사례가 많다"며 "올바른 명칭을 알려 나가는 한편 유용성분을 함유한 두 자원을 식의약 소재 원료로 활용하기 위한 원료 판별, 기능성 소재화 연구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감귤 산업 발전과 소비자 혼동 해결에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각기 다른 기능성 성분을 가진 풋귤과 청귤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향후 맞춤형 가공 제품 개발과 기능성 소재 연구에 활용될 전망이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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