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리보다 골 아프다…여름철 사람 얼굴에 달려들어 환장하게 하는 '해충' 정체
2025-08-01 14:13
add remove print link
초파리와 혼동하지만 엄연히 다른 해충
약제 반응 적고 박멸도 어려워 골칫거리
여름철만 되면 집안을 장악해 흔히 초파리와 혼동되지만 사실은 그보다 더 박멸이 어려운 데다가 약에도 내성이 강한 해충이 있다. 이 해충은 쓰레기통, 냉장고 뒤편, 싱크대 등 사람의 눈과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그리고 빠르게 번식해 박멸하기도 어려운 것으로 악명이 높다.

여름철 주방에서 자주 보이는 초파리는 주로 음식물 쓰레기통 주변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이 해충은 초파리와 엄연히 다르다. 벼룩파리로 불리는 이 해충은 음식물 쓰레기통뿐만 아니라 비교적 교체 회수가 적은 일반 쓰레기통에서도 번식해 자라난다.
벼룩파리란?
벼룩파리는 알, 유충, 번데기, 성충의 네 단계를 거치는 완전변태 해충이다. 각각의 단계에서 성장 속도가 빠르다. 암컷 벼룩파리는 주로 오물이나 하수구, 썩은 음식물 찌꺼기 같은 유기물이 풍부한 곳에 알을 낳는다. 알은 약 1mm 크기로 맨눈으로는 식별하기 어렵고 약 1~2일 만에 유충으로 부화한다. 유충은 부패 유기물을 먹으며 빠르게 성장하며 약 5~10일간 세 차례 탈피를 거친다. 마지막 유충기 이후에는 번데기 단계에 진입하는데 외부는 단단한 갈색 껍질로 싸여 있고 이 상태로 약 3~6일을 보낸다. 이후 성충으로 탈피해 날아다니며 짝짓기를 하고 다시 알을 낳는다. 온도와 습도 등 조건이 적당하면 알에서 성충까지 걸리는 시간은 7~14일에 불과하다.
벼룩파리는 집안에서 주로 부엌, 싱크대 배수구, 욕실 하수구, 쓰레기통 주변에서 번식한다. 이들은 특히 습하고 유기물이 많은 환경을 좋아하며 배관 틈, 젖은 걸레, 쓰레기통 내부, 음식물이 고여 있는 배수구 안쪽 등에 알을 낳는다. 한 번에 수십 개의 알을 낳을 수 있어 번식 속도가 매우 빠른 까닭에 집안에 몇 마리만 들어와도 짧은 시간 내에 수십 마리로 늘어날 수 있다.
여름철에 활동량이 많이 증가한다는 것도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다. 높은 기온과 습도가 벼룩파리의 성장과 번식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낮보다는 이른 아침이나 해 질 무렵에 더 활발히 움직이는 경향을 보인다. 빛에 덜 반응하는 초파리와 달리 벼룩파리는 형광등이나 주방 조명 근처를 선회하며 일정한 패턴으로 원을 그리듯 날아다니는 특성이 있어 집안에서 특정 위치를 맴도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행동 특성을 활용하면 트랩 설치나 박멸 작업에도 도움이 된다.
벼룩파리는 직접적으로 사람을 물지는 않지만 위생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이들은 오염된 장소에서 서식하고 그곳의 세균을 몸에 묻힌 채 날아다니기 때문에 음식물이나 식기류에 앉아 병원성 세균을 옮길 수 있다. 특히 살모넬라,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같은 식중독균이 벼룩파리의 몸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파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지속적으로 날아다니며 사람의 얼굴이나 음식 주위를 맴돌기 때문에 불쾌감과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위생 관리에 민감한 장소에서는 큰 골칫거리가 된다.

초파리와 벼룩파리, 뭐가 다를까?
벼룩파리는 초파리와는 유전적, 생물학적으로 명확한 차이를 가진다. 초파리는 학명상 드로소필라속(Drosophila melanogaster)으로 실험실에서 유전학 연구용으로 널리 사용되는 반면, 벼룩파리는 패니아속(Fannia canicularis)에 속한다. 생태적 역할과 서식 환경에서도 다르고 생활 공간에서 나타나는 방식 역시 상이하다.
벼룩파리는 초파리보다 약제에 대한 내성이 강하고 박멸도 훨씬 어렵다. 이는 벼룩파리가 서식하는 장소가 주로 배수구, 오수관, 쓰레기통 안쪽처럼 손이 닿기 힘든 밀폐된 곳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살충제를 뿌려도 알이나 유충이 있는 내부까지 약효가 도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번데기 상태에서는 외피가 단단해 약물 침투가 잘되지 않아 생존율이 높다. 초파리는 비교적 노출된 곳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방충망, 살충 스프레이 등으로 어느 정도 방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벼룩파리는 이런 방법으로 쉽게 제거되지 않는다. 환경 적응력도 뛰어나고 습기만 있으면 어떤 곳에서도 번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박멸이 어렵다.
또 외형은 비슷하지만 여러 면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벼룩파리는 몸길이가 약 3~6mm로 초파리보다 조금 더 크고 길쭉한 몸체를 지녔다. 색상은 회갈색에 가까우며 날개는 초파리에 비해 투명하고 반짝이는 느낌이 강하다. 초파리의 눈은 빨간색이지만 벼룩파리의 눈은 까맣다. 초파리는 식물성 음식물이 썩을 때 나는 시큼한 냄새에 끌리는 특성 탓에 과일이나 발효 음식 근처에서 주로 출몰하지만 벼룩파리는 동물성 유기물이 썩을 때 나는 구린내에 끌려 초파리보다 더럽고 습한 환경을 선호한다는 점도 다르다.
비행 능력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초파리는 빨라도 사람의 눈으로 그 움직임을 쫓아갈 수 있지만 벼룩파리는 간혹 놓칠 정도로 빠르다. 도망갈 때도 그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다. 초파리는 도망갈 때 날아서 도망가지만 벼룩파리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기어서 도망가는 모습을 보인다.
또 모기가 이산화탄소에 끌리듯 벼룩파리도 이산화탄소에 끌리는 특성이 있다. 지금껏 사람 얼굴에 돌진하는 것을 초파리라고 생각했다면 사실은 벼룩파리였을 가능성이 높다.

박멸 & 예방 방법은?
벼룩파리의 번식을 예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서식 환경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주방이나 욕실 등 습한 장소는 환기를 자주 하고 물기를 제거해야 한다. 싱크대 배수구나 욕실 하수구는 주기적으로 뜨거운 물이나 배수구 전용 세정제를 사용해 청소해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는 밀폐된 용기에 담아 보관하고 가능한 한 자주 버려야 한다. 쓰레기통 바닥에 남은 액체나 찌꺼기는 벼룩파리의 번식지가 되므로 꼼꼼히 닦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젖은 걸레나 수세미도 벼룩파리의 산란처가 될 수 있어 사용 후에는 완전히 건조해야 한다.
이미 벼룩파리가 집 안에 번식했다면 단순한 살충제로는 해결이 어렵다. 성충은 날아다니는 동안 전기 파리채나 에어로졸형 살충제로 제거할 수 있지만 알과 유충은 별도의 조처를 해야 한다. 배수구 안에 있는 유충은 끓는 물을 붓거나 락스와 같은 살균 세제를 희석해 붓는 방식으로 제거할 수 있다.
심한 경우엔 해충 방제 전문 업체의 도움을 받아 근본적인 서식처를 제거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끈끈이 트랩이나 페로몬 유인 트랩 등을 설치해 벼룩파리의 개체 수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지속적인 청소와 예방조치를 병행해야만 벼룩파리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