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유일... 전북 고창에 오직 딱 한 그루 있다는 나무
2025-08-0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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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루에 무려 4500송이가 열리는 나무

전북 고창군에 가면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포도나무를 볼 수 있다. 한 포도농장에서 세계 농업사에 유례없는 기록을 탄생시켰다. 한 그루의 포도나무에서 무려 4500송이의 포도가 열린 것이다. 이는 일반적인 포도나무 한 그루에서 수십 송이 정도 수확하는 것과 비교하면 믿기 어려운 수치다.
이 놀라운 기록의 주인공은 H농장의 도덕현 대표다. 30년간 유기농으로 포도를 재배해온 그는 2017년 머스캣 베일리 품종 포도나무 한 그루에서 4500송이라는 경이로운 수확량을 기록했다.
도덕현 대표는 지난해 ‘작목반장’이라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2005년 4월에 식재한 나무가 2017년에 4500송이까지 달았다. 지금은 나무 건강을 위해 수량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그의 농장에는 이런 대형 포도나무가 4그루 있으며, 이 나무들이 차지하는 면적은 약 1000평에 달한다. 한 그루당 약 300평의 공간을 차지하는 셈이다.
이 4그루의 포도나무에서 연간 5톤에서 6톤의 포도를 수확한다고 한다. 일반적인 포도나무와 비교하면 엄청난 수확량이다.
도덕현 대표는 1994년부터 농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과를 관행농법으로 재배했지만, 과도한 농약 사용으로 인한 건강 악화와 높은 농자재 비용 때문에 유기농으로 전환했다. "사과를 관행농법으로 짓다 보니 농약을 너무 많이 해서 내 몸이 아프고 지출이 50% 이상이었다. 이렇게 농사지어서는 못 먹고 살겠다 싶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과일 유통업을 하면서 경매도 했던 경험이 있어 농업에 대한 이해가 깊었다. 유기농에 대해 알아보던 중 완전히 매료돼 지금까지 30년간 유기농 농법을 고수하고 있다.
도덕현 대표가 이런 놀라운 수확량을 올릴 수 있었던 비결은 '탄소 순환 농법'이다. "땅속으로는 아무것도 안 집어넣고 땅 위에 뿌려서 6개월 정도 호기 발효시킨다. 땅속에서 혐기 발효하지 않고 호기 발효를 완전히 시킨 다음에 땅속으로 묻어야 그 땅이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깻묵, 쌀겨, 버섯배지, 옥수수씨눈박 등 천연재료로 퇴비를 만들고, 여기에 숯과 대나무 톱밥을 함께 사용한다. "20년 동안 숯값만 한 평에 10만원씩 들어갔다"고 말할 정도로 토양 개선에 공을 들였다.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풀 관리는 자연스럽게 한다. "처음 밭을 만들고 식재하면 풀이 엄청 자라는데, 어느 정도 자라면 기계로 자른다. 다년생 키큰 잡초들은 자연적으로 없어지고, 해가 지날수록 키 작은 것들만 남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인위적인 처리를 하지 않는 자연 재배를 고집한다. 일반적으로 샤인머스캣 같은 품종은 지베렐린(식물의 생장을 조절하는 식물 호르몬의 일종)으로 씨를 없애고 비대제(과립 비대 촉진제)로 알맹이를 크게 키우지만 그는 이런 방식을 거부한다. "씨 없애는 그런 것을 농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기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H농장에서 나오는 샤인머스캣은 씨가 다 있다"고 말했다.
그의 농장에서는 독특한 실험도 진행한다. 포도에 이쑤시개를 꽂아두는 것이다. 이는 나무의 자가치유능력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이쑤시개로 뚫어서 꽂아두면 치유능력이 없는 나무는 곪아서 썩어 떨어지지만 치유능력이 좋은 나무는 나아서 까맣게 익으면서 이쑤시개 찌른 부위에 딱지가 앉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그의 포도 판로는 직거래 40%, 유기농 전문매장 30%, 나머지는 학교 급식으로 구성돼 있다. "포도 농사를 지어서 못 팔아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자신했다. 그는 매출은 연간 2억원 내외이며 자재비가 적게 들어 소득률이 80%를 넘는다고 했다.
도 대표는 2023년 대산 농촌상을 수상했다. "며칠 동안 목소리가 안 나올 정도로 감격했다. 그 상 받는 게 꿈이긴 했지만 내가 받을 것이라고 상상을 못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현재 총 3500평 규모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농장이 2000평, 바닷가 쪽에 1000평, 읍내 쪽에 500평짜리 농장을 보유하고 있다.
30년간 유기농을 고집해온 그는 "요즘은 유기농이 조금 인정받는 세상인데, 내가 농사를 시작할 때 30년 전만 해도 유기농은 다 정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했다"며 "보람 있게 살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 농업이다. 확고한 신념만 있으면 농사를 지어도 괜찮다"고 귀농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