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원짜리 13만원에 팔아요"... 거짓 아닌 사실이라도 문제 심각해진다

2025-08-02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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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사용 잇따라... 소비쿠폰 현금화는 불법

7월 31일 대구 남구의 한 전통시장에 있는소비쿠폰 사용처. / 뉴스1
7월 31일 대구 남구의 한 전통시장에 있는소비쿠폰 사용처. / 뉴스1

지난달 21일 시작된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 11일 만인 지난달 31일 90% 지급률을 달성하며 빠른 집행 성과를 냈다. 하지만 불법 현금화 시도와 선불카드 색상 구분으로 인한 인권침해 논란이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는 소비쿠폰의 본래 목적인 지역경제와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불법 유통 단속을 강화하고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광주시 5개 자치구에 따르면 소비쿠폰 지급 첫날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총 9건의 부정 사용 사례가 적발됐다. 광산구에서 6건, 서구에서 2건, 남구에서 1건이 확인됐다. 연 매출 30억 원을 초과해 소비쿠폰 결제가 불가능한 업주들이 다른 가맹점의 카드 단말기를 빌려 대리 결제하거나 매장 내 임대 사업자의 단말기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편법을 사용하다 적발됐다. 부산시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보고됐다. 한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이 지역 소상공인 가맹점의 단말기를 빌려 소비쿠폰 결제를 유도하다 적발됐다.

전국에선 소비쿠폰으로 결제한 뒤 현금을 요구하는 불법 현금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광주의 한 자영업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민생지원금으로 주문한 고객이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왔다고 주장하며 사진을 요구하자 카메라가 고장 났다고 했다"며 "식약처 고발을 언급하며 계좌로 환불해줬다"고 밝혔다.

또 다른 자영업자는 "고객이 소비쿠폰 사용 가능 여부를 확인한 뒤 음식을 주문해 배달했는데, 아들이 음식을 먹자마자 토했다며 음식값과 약값을 계좌로 보내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대전에서는 소비쿠폰으로 결제한 뒤 상품이 불량이라며 현금 환불을 요구한 사례가 적발됐고, 해당 고객은 결국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조사받았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불법 현금화 시도가 빈번했다. 당근마켓과 중고나라 등에서 15만 원짜리 선불카드를 13만 원에 판매하겠다거나 직접 만나 결제하며 현금을 요구한 사례가 발생했다. 제주에서는 30만 원 선불카드를 25만 원에 판매하려는 글이 다수 발견됐다. 일부는 소비쿠폰을 사용해 고가의 상품을 구매한 뒤 이를 중고로 되팔아 현금화하려고 시도했다가 적발됐다.

서울에서는 한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소비쿠폰을 할인 판매하려던 20대가 경찰에 적발됐으며, 부산에서는 가맹점 단말기를 불법 대여한 업주 3명이 조사를 받았다.

정부는 이런 행위가 여신전문금융업법과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다고 밝혔다. 명의를 빌리거나 타인에게 양도하는 행위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이며, 현금화 시도는 지원금 반환과 제재부가금 부과, 향후 보조금 지급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자체에 지역별 부정유통 신고센터를 운영하며 가맹점 단속과 온라인 커뮤니티 모니터링을 강화해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도 오는 11월 30일까지 카드깡, 허위 매출, 개인 간 직거래 사기, 타인 양도 등을 단속한다.

광주시, 부산시, 울산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선불카드 색상을 지급 금액별로 달리하거나 카드에 금액을 표시해 차별 논란이 발생했다. 소비쿠폰은 1인당 기본 15만 원, 차상위계층과 한부모가족엔 30만 원, 기초생활수급자엔 40만 원이 지급된다. 비수도권 지역 주민은 3만 원, 농어촌 인구감소지역 주민은 5만 원이 추가된다. 광주시는 소득 상위 10%와 일반 시민에게 빨간색, 차상위계층과 한부모가족에게 연두색, 기초생활수급자에게 남색 카드를 배포했다. 부산시도 유사한 방식으로 카드 색상을 구분해 소득 수준이 노출되는 문제를 낳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급자 중심의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며 인권 감수성이 부족한 조치"라고 지적하자 지자체는 선불카드에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으로 문제를 수정했다.

이번 소비쿠폰 지급은 2020년 긴급재난지원금이나 2021년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때보다 준비 기간이 짧았음에도 안정적으로 운영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광역자치단체 공무원은 "코로나19 시기 여러 차례 지원금을 지급하며 공무원들의 경험과 시스템이 쌓였다"며 "지급 대상자 10명 중 9명이 이미 지원금을 받은 점에서 이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소비쿠폰의 경제 활성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 기한인 11월 30일까지 단속과 홍보를 병행할 계획이다. 지역별로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매장에서 소비쿠폰 사용을 장려하는 캠페인을 진행하며, 불법 유통 방지를 위해 가맹점에 ‘소비쿠폰 사용 가능’ 스티커 부착을 독려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부정 유통 신고를 위해 전담 콜센터를 운영하며, 스미싱 피해를 막기 위해 링크가 포함된 문자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7월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슈퍼마켓에서 손님이 장을 보고 있다. 소비쿠폰 발급으로 매출이 증가한 업종은 동네슈퍼와 정육점, 농축수산품 판매점 순이다. 정부는 지난 21일부터 전국민을 대상으로 소비쿠폰을 지급했으며 첫 주에 국민 80%가 쿠폰을 발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 뉴스1
7월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슈퍼마켓에서 손님이 장을 보고 있다. 소비쿠폰 발급으로 매출이 증가한 업종은 동네슈퍼와 정육점, 농축수산품 판매점 순이다. 정부는 지난 21일부터 전국민을 대상으로 소비쿠폰을 지급했으며 첫 주에 국민 80%가 쿠폰을 발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 뉴스1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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