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눈 의심…골프장 상공에 돌연 출몰한 '전 세계 660마리' 멸종위기종 중 한 마리
2025-08-0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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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1급
골퍼들 눈길 단번에 사로잡아
충남 태안의 한 골프장에서 진귀한 광경이 포착돼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충남 태안의 한 골프장에서 황새 한 쌍이 조명탑 위에 둥지를 틀고 자유롭게 하늘을 누벼 골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31일 솔라고컨트리클럽과 예산황새공원 등에 따르면 솔라고컨트리클럽 라고 코스 9번 홀 중간 지점에 있는 18m 높이 조명탑 위에 황새 부부가 올해 초부터 터를 잡았다.
이 황새들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된 귀한 몸이다. 전 세계적으로 660마리 정도만 남아 있어 보호가 절실한 종이기도 하다.

황새 부부는 2019년 태어난 개체들로, 수컷(C54)은 예산황새공원 인근 둥지탑에서 자연 부화했고 암컷(C65)은 예산군 대술면에서 방사한 개체다. 두 마리는 지난 3월 말에 새끼 두 마리를 부화시키고 약 60일 동안 정성껏 돌봤다.
이후 지난달 새끼들이 독립한 이후에도 부부는 여전히 둥지를 지키며 주변 농경지와 저수지를 오가며 먹이를 찾아다니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들은 조명을 박차고 날아오르며 골프장 이용객들에게 인상적인 장면을 제공하고 있다.
골퍼 중 한 명은 황새를 실제로 보게 될 줄 몰랐다며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황새가 혹시 공에 맞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골프장 측은 황새의 출현을 행운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성호 이사는 황새가 나타난 뒤로 좋은 일만 생길 것 같다며 앞으로도 황새 부부가 안전하게 자리를 잡고 해마다 새끼를 키우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황새목 황새과에 속하는 겨울 철새 황새는 흰색과 검은색 깃털을 가진 대형 조류로, 부리는 검은색, 다리는 붉은색을 띤다. 키는 약 112cm, 날개를 펼쳤을 때의 길이는 2m가 넘는다. 주요 서식지는 호수, 습지, 하천, 논과 같은 저지대이며 물고기나 개구리, 들쥐 등을 먹는다. 예민하고 청결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어 서식지 변화에 민감하다.
황새는 1년에 한 번, 보통 3~5월 사이에 번식기를 맞이해 3~4개의 알을 낳는다. 부부가 함께 알을 품고 새끼를 기르지만 낮에는 주로 암컷이 알을 품는다. 새끼는 약 두 달 정도 부모의 보호 아래 있다가 독립한다.
보통 초원이나 낮은 산 등지의 큰 나무나 인공철탑, 전신주 등 나뭇가지를 이용해 둥지를 짓는다. 번식기에는 부리를 부딪쳐서 '가락, 가락, 가락'하는 소리를 낸다.
국내에는 1950년대까지 한반도 전역에서 번식하는 텃새이자 겨울에는 일부 북쪽에서 번식한 무리가 도래해 월동하는 겨울 철새여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1970년대 말 번식 개체가 완전히 사라진 뒤 겨울철에 천수만, 해남, 제주도, 순천만, 낙동강 하구, 대구, 우포늪, 울산, 사천, 강릉 등지에 불규칙하게 도래한다. 최근 국내에서 인공증식 후 방사된 개체 중 일부는 연중 국내에서 관찰되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시베리아, 아무르강, 연해주 남부, 중국 동북부 지방에서 번식하고 홍콩, 일본 등지에서 월동한다.
서식지 아닌 도심에서 발견되는 황새들
황새가 서식지가 아닌 곳에서 포착된 사례는 종종 있다. 지난 1월 충남 홍성군의 한 민가에서도 황새가 민가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도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해당 황새는 조사 결과 근처 예산 황새 마을에서 자연 방사된 개체로 밝혀졌다. 당시 황새 다리에 걸린 인식표에 의하면 러시아 엄마와 우리나라 아빠 황새 사이에서 태어난 개체로 확인됐다.
또 2년 전엔 한 아파트 옥상에서 황새 부부가 둥지를 짓고 알을 품은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 황새 부부는 아파트 근처에서 먹이를 먹으며 체력을 기르다가 둥지로 돌아와 알을 품는 등 활발한 활동을 보였다.

서식지 파괴로 삶의 터전 잃은 황새들의 잇따른 도심 출몰
최근 도심에서 멸종위기종 황새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황새는 원래 한반도 전역의 습지나 하천 주변에 서식하던 대형 조류로, 환경 변화와 무분별한 남획, 서식지 파괴로 1970년대 이후 야생에서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최근 충남 예산을 비롯해 전남, 경기 일부 지역까지 황새가 도심에 가까운 장소에서 관찰되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런 현상은 황새 복원 사업과 도심 생태환경 변화가 맞물린 결과다.
황새는 1990년대부터 복원 작업이 시작됐고 2015년부터는 본격적인 야생 방사가 이뤄졌다. 이후 방사된 황새가 적응력을 발휘해 다양한 지역으로 퍼지면서 도심 외곽이나 농촌 인근에서 자주 목격되고 있다.
특히 전신주나 조명탑 같은 구조물이 황새가 둥지를 틀기에 적합한 장소로 인식되면서 도심에서도 번식 활동이 가능해졌다. 예전과 달리 일부 지역에서는 친환경 농업이 확산하면서 황새가 먹이를 찾기 쉬운 환경도 조성됐다.
도심 인근에 소하천, 인공습지 등이 늘어나면서 황새가 접근할 수 있는 서식 공간도 확대됐다. 동시에 철탑에 인공 둥지를 설치하거나 전력선 충돌 방지 장치를 다는 등 인간과 황새의 공존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황새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199호로 지정돼 있으며 정부와 지자체는 복원 개체의 이동 경로와 번식 여부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도심에서 황새가 발견되는 일은 단순한 자연 복원의 상징을 넘어 도시 생태계가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로 기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