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위해 만들었다는 '빨간 모자'의 정체
2025-08-0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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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조선이 없었으면 협상이 평행선 달렸을 것"

한국 정부가 한미 관세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미국에 제시한 한미 조선 협력안인 일명 마스가(MASGA: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카드가 한미 관세협상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대통령실이 3일 밝혔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의 돌파구를 마련한 마스가 프로젝트를 미국 측에 각인하기 위해 정부가 마스가 모자를 제작해 미국으로 긴급 공수한 사실이 3일 확인됐다.
한미 관세 협상을 진두지휘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사실 조선이 없었으면 협상이 평행선을 달렸을 것"이라며 마스가 프로젝트 제안이 이번 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마스가 프로젝트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거 구호인 '메이크 아메리카 그레이트 어게인(Make America Great Again)'에서 착안해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의미로 명명된 150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 조선업체들의 미국 내 조선소 건립, 조선 인력 양성, 조선 공급망 재구축, 유지보수(MRO) 분야까지 포괄하는 종합적인 산업안보 프로젝트로 구성됐다.
한국은 미국의 조선업 재건을 돕기 위해 1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이 제안은 한국이 잠재적인 25%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과의 대규모 조선업 파트너십을 제안한 것으로 미국 조선업 시설에 대한 상당한 한국 투자와 기타 금융 지원을 포함하고 있다.
이 계획에는 한국 민간 조선업체들의 대규모 투자가 포함돼 있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한국 조선업체들의 미국 대규모 투자와 정부 차원의 대출 및 보증 등 금융 지원 조치를 포함한 종합적인 패키지 딜을 제공한다.
김 실장은 이날 스튜디오에서 마스가 모자 실물을 공개하며 이같이 설명했다. 김 실장은 "우리가 디자인해서 미국에 10개를 가져갔다"며 "이런 상징물을 만들 정도로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마스가 모자는 산업부 조선해양플랜트과 직원들의 아이디어로 6월 초부터 인공지능(AI) 챗GPT를 활용해 디자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세 협상에서 중요한 카드로 제시할 한미 조선 협력의 내용을 압축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마스가' 슬로건을 만든 산업부 직원들이 이를 각인하기 위해 한 장의 그림과 함께 마스가 모자도 미리 제작해 준비했다는 것이다.
애초 마스가 모자는 3, 4개의 시안이 있었으나 논의 끝에 붉은색 모자 위에 성조기와 태극기를 배치하고, 흰색 실로 글씨를 새긴 현재 디자인으로 결정했다. 골프를 좋아하고 빨간색 모자를 즐겨 쓰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고려한 것이었다.
모자 시안을 만든 후 산업부 실무자들은 섬유 업체가 밀집한 서울 동대문에 있는 업체를 직접 찾아 수소문하며 모자 제작에 나섰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워싱턴 DC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을 만나 마스가 프로젝트를 제시한 뒤 협상이 진전되자 현지에서 마스가 모자를 급히 찾았고, 국내에서는 모자를 미국으로 긴급 공수하기 위한 '작전'이 펼쳐졌다.
산업부 실무진은 '마스가 모자가 24시간 안에 도착해야 한다'는 현지 요청에 대한항공과 긴밀히 협의하며 밀봉한 마스가 모자 10개를 들고 인천공항을 찾아 워싱턴발 비행기에 실었다. 직원들의 노력으로 마스가 모자는 다음날 무사히 현지 협상팀 손에 들어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