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 사망, 4명 중상, 1명 실종' 산청에 또 산사태 경보... 주민 긴급대피
2025-08-03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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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이 없다... 하늘 처분만 기다리고 있다"

3일 저녁부터 경남 지역에 다시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지난달 극한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산청군에 또다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산청군은 이날 오후 8시쯤 “삼장면, 단성면 산사태 경보 발령. 산사태 취약지 및 산불피해지 주변 거주민들은 산사태 발생에 대비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군은 오후부터 삼장·단성면 외에도 산사태와 침수, 하천 범람 위험이 큰 지역의 주민들을 사전 대피시키고 있다.
산청군 신안면 신기마을의 이상록 이장은 뉴스1 인터뷰에서 “방법이 없다. 하늘 처분만 기다리고 있다”며 “마을이 침수된 지 얼마나 됐다고 또다시 비가 오는지 걱정만 많다”고 말했다. 생비량면 송계마을의 차규석 이장은 같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어차피 집에는 벽밖에 남은 게 없어서 들어가지 못했었다”며 “집안에 들어온 토사는 다 치워뒀는데 또 비가 온다고 하니 그간 복구한 것들이 다 허사가 될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신안면 야정마을에 사는 유승연 한국후계농업경영인 경남연합회 산청군지회장은 “이미 앞선 피해로 농경지는 침수되고 가축도 폐사돼 농민들은 다 잃어버려서 더 잃을 게 없다”며 “이번에는 인명피해만 없었으면 좋겠다”고 뉴스1에 밝혔다.
산청군은 이날 오전부터 군청에서 긴급 대책 회의를 열고 주민 대비 태세와 산사태 피해 예방 상황을 점검했다. 오후 2시부터는 전 공무원 비상소집을 발령하고 각 읍면에서 주민 사전 대피 점검과 재해 취약 지역 순찰을 진행 중이다.
경남도는 이날 오전 초기 대응 단계를 거쳐 오후에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비상 1단계로 격상했다. 박완수 도지사는 “지난 호우로 피해를 본 시군에서는 부단체장을 중심으로 2차 피해가 없도록 대비·대응을 철저히 하라”며 “산사태 피해지역은 조속히 응급 복구와 예찰을 실시하고 일몰 전까지 사전에 주민 대피 조치를 하라”고 지시했다.
현재 경남도는 도내에 호우 예비특보를 내린 상태다. 이에 따라 자연재난과, 재난상황과, 도로과, 수자원과, 산림휴양과 등 풍수해 관련 부서의 공무원 33명이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군 관계자는 “현재 특별히 지역 내에 사고가 발생한 곳은 없지만, 예방 차원에서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있다”며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지방기상청에 따르면 3일 오후부터 5일까지 경남 전역에는 80~150㎜, 경남 남해안과 지리산 부근에는 250㎜ 이상의 많은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됐다. 특히 이날 밤부터 4일 오전 사이에는 시간당 30~80㎜의 매우 강한 비가 돌풍, 천둥·번개를 동반해 내릴 것으로 전망됐다. 기상청은 4일 오전까지 경남 전역에 시간당 최대 80㎜의 폭우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앞서 산청지역은 지난달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평균 632㎜, 최대 717㎜의 기록적인 호우로 침수와 산사태 피해가 잇따랐다. 이 폭우로 14명이 숨지고 4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1명이 여전히 실종 상태다. 피해 건수는 2만 8843건에 달하며, 재산피해 규모는 4752억 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