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후 러시아 병사들 에이즈 병원체 감염률 2000% 폭증
2025-08-03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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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내 주사 약물 사용과 비위생적인 의료 환경이 원인인 듯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군인들의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률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카네기재단 러시아유라시아센터가 발행하는 온라인 간행물 '카네기 폴리티카' 보고서를 인용해 1일(현지시각) 이같이 보도했다.
보고서는 러시아 국방부 자료를 바탕으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군대 내 HIV 신규 감염 사례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분석했다.
2022년 1분기부터 같은 해 가을까지 러시아 군대에서 확인된 HIV 신규 감염 사례는 전쟁 전보다 5배 증가했다. 같은 해 말에는 신규 감염 사례가 13배로 급증했으며, 2024년 초에는 전쟁 전 대비 20배에 달하는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는 러시아 군대 내 HIV 감염률이 2000% 폭증한 수치에 해당한다.
HIV는 에이즈(AIDS)로 불리는 후천성면역결핍증을 유발하는 병원체다. HIV에 감염됐다고 해서 모두 에이즈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에이즈는 HIV 감염으로 인해 면역세포인 CD4 T세포가 파괴되면서 면역기능이 저하되고, 이로 인해 기회감염이나 암 같은 합병증이 발생하는 상태를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HIV 감염자는 적절한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ART)를 받으면 에이즈로의 진행을 막고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 하지만 치료를 받지 않으면 HIV 감염은 수년 내에 에이즈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군대에서 HIV 감염률이 급증한 주요 원인으로는 수혈, 야전 병원에서의 오염된 주사기 사용, 성적 접촉, 약물 주입을 위한 주사기 공유 등이 지목됐다. '카네기 폴리티카' 보고서는 독립 언론인들을 인용해 특히 성적 접촉과 약물 주사기 공유가 감염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쟁 환경에서 위생 관리 부족과 의료 자원 부족이 이러한 위험을 더욱 부추겼다. 예를 들어, 야전 병원에서 소독되지 않은 의료 기구 사용이 빈번하게 보고됐으며, 이는 혈액 매개 감염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HIV 신규 감염자는 1990년대 중반 약 30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22년에는 약 130만 명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와 반대로 HIV 감염률이 꾸준히 증가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2022년 기준 러시아는 전 세계 HIV 신규 감염자의 3.9%를 차지하며 5위를 기록했다. 러시아에서는 매년 약 5만~10만 건의 신규 감염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동유럽 및 중앙아시아 지역 전체 신규 감염의 약 70%를 차지한다. UNAIDS는 러시아의 높은 감염률이 주사 약물 사용, 성매매, 그리고 HIV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낮은 검사율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내 HIV 감염자 수는 2022년 기준 약 110만 명으로 추정되며, 이는 전체 인구의 약 0.8%에 해당한다. 특히 젊은 층과 군인 같은 특정 집단에서 감염률이 높게 나타난다.
WHO 자료에 따르면 HIV는 주로 혈액, 정액, 질 분비물, 모유를 통해 전파되며, 주요 감염 경로는 비보호 성교, 오염된 주사기 사용, 수혈, 모자 감염 등이다. 러시아에서는 주사 약물 사용이 HIV 전파의 주요 경로로, 전체 감염의 약 60%를 차지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군대 내 주사 약물 사용과 비위생적인 의료 환경이 증가하면서 이러한 경로를 통한 감염이 더욱 심화한 것으로 보인다.
'카네기 폴리티카' 보고서는 HIV 감염률 증가가 러시아 사회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경고했다. 보고서는 "(HIV) 발병으로 인해 러시아가 겪게 될 인구통계학적·경제적 손실은 수십 년 동안 영향을 미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얻은 손실을 넘어설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HIV 감염자의 증가로 인해 노동력 감소, 의료비 부담 증가, 사회적 비용 상승 등이 예상된다. 특히 군대 내 높은 감염률은 군사 작전 수행 능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러시아 정부는 HIV 확산을 막기 위해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 확대와 예방 교육을 시행하고 있지만, 전쟁으로 인한 자원 부족과 사회적 혼란이 이러한 노력을 저해하고 있다. UNAIDS는 러시아가 HIV 검사와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약물 중독 치료 프로그램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현재 전쟁 상황에서 이러한 정책이 효과적으로 실행되기 어려운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