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작품인데…갑자기 넷플릭스 톱10 휩쓴 '레전드 실화 바탕 영화'
2025-08-0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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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갇힌 운명, 희망을 노래하다?!
'옛날 영화' 한 편이 사람들에게 큰 감동과 재미를 주고 있다.

2004년 개봉한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터미널'이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된 직후, 대한민국 ‘오늘의 톱10 영화’에 진입하며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개봉 20년 가까이 지난 작품이 OTT 플랫폼에서 흥행 순위에 오르는 현상에 많은 이들 이목이 쏠렸다. 넷플릭스 등 OTT를 통해 명작들의 재발견이 이어지고 있는데, 인간적인 이야기와 휴머니즘을 담은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터미널'은 동유럽 가상의 국가 크로코지아에서 온 남성 빅터 나보르스키가 뉴욕 JFK 공항에 도착한 후, 고국에서 쿠데타가 발생해 국적이 사라지는 상황을 맞으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입국도 귀국도 불가능해진 그는 공항이라는 특수한 공간에 갇힌 신세가 된다. 영어조차 능숙하지 않은 그는 생존을 위해 공항에서 일자리를 찾고, 직원들과 교류를 쌓으며 차츰 자리를 잡아간다. 그 와중에 승무원 아멜리아와 특별한 인연을 만들고, 관리국장 프랭크 딕슨과는 끊임없는 갈등과 미묘한 긴장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빅터는 끝내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순수함과 성실함으로 공항 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간다.
이 작품은 단순한 코미디도, 단순한 로맨스도 아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특유의 섬세한 연출로 공항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 군상의 교차를 포착했고, 톰 행크스는 이 낯선 공간에서의 고군분투를 실감 나는 연기로 소화해냈다. 특히 빅터가 전하는 소박한 희망, 타인에 대한 배려, 묵묵한 용기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 관객에게 오래 남는 울림을 준다.

'터미널'은 실존 인물인 메흐란 카리미 나세리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나세리는 1988년부터 약 18년 동안 프랑스 파리의 샤를 드골 공항에 머물렀던 무국적 이민자로, 그의 사연은 전 세계 언론에 보도되며 '공항에 산 남자'로 알려졌다. 영화는 실화의 전체적인 골격은 유지하되, 미국적 감성과 희망적인 상상을 더해 보다 대중적인 휴먼 드라마로 재구성됐다.
작품 속 빅터는 단순히 공항에서 생존하는 인물이 아니다. 그는 무국적자가 된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고, 타인과의 소통을 포기하지 않으며, 삶의 목적을 찾기 위해 나아간다. 이런 설정은 오늘날 이민, 경계, 난민 문제 등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현대 사회가 직면한 정체성과 소속감의 문제를 은유적으로 비춘다.
평단에서는 스필버그의 필모그래피 중 비교적 박한 평가를 받은 작품이지만, 톰 행크스 연기만큼은 이견이 거의 없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외국인이라는 설정을 설득력 있게 구현한 그의 연기는 섬세함과 유머, 따뜻함이 공존하며 극 전체의 분위기를 이끈다. 또한 이 작품에서는 디에고 루나, 조 샐다나 등 당시 신인 배우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으며, 존 윌리엄스의 OST는 감정선의 깊이를 더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엔딩 장면은 영화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가장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 마침내 공항을 떠나는 빅터의 마지막 걸음은 단순한 이동이 아닌, 그의 존엄과 선택, 목적의 완성을 상징한다. 특히나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장면의 배경과 그가 품고 있던 사연의 맥락이 더욱 진하게 다가올 수 있다.
공항이라는 공간은 끊임없이 누군가가 떠나고 누군가가 도착하는 장소다. 이 작품은 그 속에서 멈춰버린 한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며, 이동하지 못하는 자가 지닌 감정 깊이를 조명한다.


'오늘 대한민국의 톱 10 영화'(8월 4일 오후 2시 30분 기준)는 다음과 같다.
1.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2. 케이팝 데몬 헌터스
3. 바이러스
4. 84제곱미터
5. 플라이트 플랜
6. 옥스퍼드에서의 날들
7. 해피 길모어 2
8. 뽀로로 극장판 바닷속 대모험
9. 올드 가드2
10. 터미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