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이 더 무서워요…" 제대로 알고 봐야 하는 뇌전증

2025-08-0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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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오해와 편견을 넘어서는 진실
발작을 멈추고 일상을 되찾는 희망

뇌전증, 흔히 간질로 알려진 이 질환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오해와 편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뇌전증은 전 세계 인구의 약 1%가 앓고 있는 비교적 흔한 신경계 질환이다. 한국에서는 약 40만 명 이상이 뇌전증을 경험하고 있으며, 치료와 관리만 잘하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 병이다. 최근에는 약물 치료의 발전과 사회 인식 변화로 인해 뇌전증에 대한 이해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뇌전증은 뇌의 전기 신호가 갑작스럽게 과도하게 방출되면서 발생하는 신경학적 질환이다. 이로 인해 환자는 의식을 잃거나, 경련을 하거나, 감각이나 감정이 일시적으로 이상해지는 등 다양한 증상을 겪는다. 증상은 개인마다 다르며, 단 몇 초간 멍하니 있는 형태에서부터 온몸이 경련을 일으키는 대발작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진 속 남성은 재연 배우입니다. / KBS1 '생로병사의 비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진 속 남성은 재연 배우입니다. / KBS1 '생로병사의 비밀'
◆ 뇌전증의 원인과 종류, 꼭 유전병은 아니다

뇌전증은 크게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뇌전증과, 뇌손상이나 기저 질환 등 명확한 원인이 있는 증후성 뇌전증으로 나뉜다. 신생아기나 유아기에는 분만 중 산소 부족, 고열에 의한 경련, 뇌손상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청소년기에는 유전적 요인이, 성인 이후에는 뇌졸중, 외상성 뇌손상, 뇌종양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전체 환자의 약 60%는 정확한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뇌전증은 일반적인 유전 질환과는 다르다. 일부 가족력이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가족력이 없어도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뇌전증은 유전된다"는 편견은 잘못된 인식이며, 이는 환자의 사회 활동이나 결혼, 취업에 불필요한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 증상과 진단, 뇌파검사가 핵심

뇌전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발작’이다. 발작은 일회성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으며, 유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대발작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온몸이 경련하며, 소발작은 짧은 시간 동안 멍하게 있거나 입을 오물오물하는 식의 가벼운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뇌전증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병력 청취와 뇌파검사(EEG)가 핵심이다. 뇌파검사를 통해 비정상적인 뇌 전기 활동을 확인할 수 있으며, 필요시 MRI나 CT와 같은 영상 검사로 뇌 구조의 이상 여부도 함께 확인한다. 특히 처음 발작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뇌전증이 아닌 다른 질환(일과성 허혈발작, 실신, 수면장애 등)과 구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진 속 인물들은 재연배우들입니다. / 유튜브 '굿닥터인부산'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진 속 인물들은 재연배우들입니다. / 유튜브 '굿닥터인부산'
◆ 치료와 예후, 약물로 조절 가능한 질환

뇌전증은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발작을 조절하며 일상 생활이 가능하다. 약물 치료로도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수술적 치료(뇌전증 병소 제거 수술), 미주신경 자극기(VNS) 삽입, 케톤식이요법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발작이 일정 기간 없고 뇌파 검사상 이상이 없으면 의사 판단에 따라 약을 줄이거나 중단할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치료 중 스스로 약을 끊지 않는 것이다. 임의로 약을 중단하면 발작이 재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일상생활과 뇌전증, 피할 게 아니라 관리해야 할 질환

뇌전증 환자도 치료와 자기관리를 잘하면 직장 생활, 학업, 운동 등 대부분의 활동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다. 다만 발작 유발 요인(수면 부족, 스트레스, 과음, 불규칙한 약 복용 등)은 주의해야 하며, 주기적인 검진과 약 복용이 중요하다.

특히 2년 이상 발작이 없고 의사의 판단으로 운전 가능 판단을 받으면, 자동차 운전면허도 취득할 수 있다. 단, 발작 재발 시에는 운전이 금지된다. 군복무의 경우는 일정 기준에 따라 면제되기도 하지만, 공무원이나 기업 취업 시 뇌전증 병력만으로 차별을 받는 것은 법적으로도 보호받지 못한다. 최근 뇌전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며, 점차 뇌전증을 ‘관리 가능한 만성 질환’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확대되고 있다.

◆ 응급 상황 대처법도 알아두자

주변 사람이 갑자기 발작을 일으킨다면 당황하기 쉽지만, 침착한 대처가 필요하다. 첫째, 환자를 안전한 장소로 옮기고 머리를 부드럽게 보호한다. 억지로 움직이거나 입을 벌리게 하려 하지 말고, 발작이 끝날 때까지 지켜본다. 보통 발작은 수분 내 자연스럽게 멈춘다. 5분 이상 발작이 지속되거나 처음 발작을 경험하는 경우, 호흡 곤란이 동반될 경우에는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 뇌전증, 편견보다 정확한 정보가 먼저다

뇌전증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질환이다. 중요한 것은 조기 진단과 꾸준한 치료, 그리고 주변의 이해와 지지다. 질병 자체보다 ‘질병을 바라보는 시선’이 환자에게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뇌전증은 숨겨야 할 병이 아니라, 관리하고 극복할 수 있는 ‘일상 속 질환’이다.

home 위키헬스 기자 wikihealth75@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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