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에는 생와사비…" 찰떡같이 음식 궁합 맞춰주는 와사비 종류

와사비도 종류에 따라 음식과의 궁합이 달라진다.

와사비는 단순한 향신료를 넘어 요리 전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때가 있다. 뿌리 식물의 한 종류인 와사비는 특유의 알싸함으로 고기나 생선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동시에 음식의 풍미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와사비는 생각보다 다양한 종류로 나뉜다. 주로 사용되는 와사비는 크게 생와사비(본와사비), 가루 와사비, 튜브형 와사비, 그리고 혼합 와사비(고추냉이 포함)로 구분된다.

생와사비는 실제 와사비 뿌리를 갈아낸 것으로 고급 요리, 특히 스시나 사시미에 주로 사용된다. 반면 일반적으로 가정이나 식당에서 흔히 사용하는 것은 고추냉이 성분을 포함한 혼합 와사비로, 향과 알싸한 자극은 강하지만 생와사비 특유의 섬세한 풍미는 다소 떨어진다.

생선회·스시에는 생와사비

생선 본연의 맛을 살리는 사시미나 고급 스시에는 생와사비가 가장 잘 어울린다. 생와사비는 매운맛보다 향이 섬세하고 부드러워 생선살의 단맛을 해치지 않는다. 특히 흰살 생선처럼 맛이 연한 생선에는 생와사비가 단연 우위다.

구운 고기나 육회 등에는 튜브형 와사비 중 고추냉이 함량이 높은 제품이 어울린다. 소고기의 육향이나 기름진 풍미를 잡아주는 데 효과적이며, 스테이크에 간장 또는 소금 대신 와사비를 곁들이면 느끼함이 줄고 감칠맛이 배가된다.

가루 형태의 와사비는 간편하게 물에 타서 만들 수 있고, 향이 빨리 퍼지는 특성 덕분에 냉모밀이나 소바에 자주 활용된다. 다만 풍미가 빠르게 날아가기 때문에 만든 즉시 사용하는 것이 좋고, 장시간 보관은 추천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크림 와사비 소스나 마요네즈 혼합 와사비 제품도 등장해 퓨전 요리에 쓰인다. 초밥 샌드위치, 와사비 마요 덮밥, 와사비 크림파스타 등과 같은 새로운 음식에 응용되며, 강한 매운맛보다는 부드러운 끝맛과 풍미가 강조된다.

와사비는 단순히 향미를 위한 조미료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로 와사비 뿌리와 잎에는 다양한 생리활성 성분이 포함돼 있어 항균, 항산화, 소염 작용 등 건강상 이점이 보고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성분은 이소티오시아네이트(Isothiocyanate)라는 천연 화합물로, 이 성분이 바로 와사비 특유의 알싸한 향과 매운맛을 만든다. 이소티오시아네이트는 입 안의 세균 번식을 억제하고, 위장 내 나쁜 박테리아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어 생선회와 같은 날음식과 함께 먹는 데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또한 와사비에는 항암 활성이 보고된 글루코시놀레이트, 혈액순환을 돕는 성분,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는 기능도 있어, 심혈관 건강을 위한 식단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

다만 위가 약한 사람, 특히 위염이나 소화기 질환이 있는 사람은 와사비 섭취를 과도하게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시중 제품 중에는 첨가물이 많은 혼합 와사비도 있으므로 성분표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와사비의 활용 범위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단순한 고기·생선 요리를 넘어, 샐러드 드레싱, 디핑소스, 아보카도롤, 치킨 소스 등 다양한 퓨전 음식에 쓰이며 세계적인 ‘그린 매운맛’으로 자리잡았다.

일본에서는 와사비를 절임(와사비즈케)이나 간장에 절여 반찬처럼 먹는 조리법도 있다. 또 최근 한국에서도 ‘수제 생와사비’ 제품이나 ‘순수 고추냉이 100% 제품’이 인기를 끌며 프리미엄 향신료로 주목받고 있다.

고기엔 자극적이면서 기름기를 잡아줄 수 있는 강한 와사비, 생선엔 향이 섬세한 생와사비, 면 요리엔 퍼짐성 좋은 가루 와사비 등, 요리에 따라 와사비를 바꿔 쓰는 선택이 맛의 완성도를 좌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