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발견되다니…한국 숲 속에서 포착돼 화제인 '멸종위기' 생명체 정체
2025-08-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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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생태계…숲속의 비밀 보물
전북 정읍 내장산 깊은 숲속에서 멸종위기종인 대흥란이 모습을 드러내 화제를 모았다.
최근 내장산국립공원사무소가 전한 개화 소식에 따르면 이날 연자주색 꽃망울을 터뜨린 대흥란은 조용한 숲 바닥에서 조심스럽게 피어올라 이례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대흥란은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식물로, 전국적으로도 일부 지역에서만 희귀하게 자생하는 난초과 부생식물이다.
대흥란은 난초목 난초과에 속하며 일반적인 난초와 달리 잎이 없다. 줄기만 존재하는 형태로 성장하며, 뿌리줄기는 길이 15cm가량이고 꽃줄기는 15~20cm 정도까지 자란다. 꽃은 7~8월에 피고, 흰색 바탕에 붉은 자주색이 감도는 꽃잎이 특징적이다. 꽃잎은 긴 타원형이고, 꽃받침은 마치 달걀을 거꾸로 세운 형태이며 끝이 까락처럼 뾰족하다. 줄기 끝에 2~5개 정도의 꽃이 성글게 달려 수수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국내에서는 전남 해남군 두륜산 대흥사 부근을 비롯해 전북, 강원, 충청, 경남, 제주 일부 지역의 습한 숲 속에서 제한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특히 낙엽이 많이 쌓인 부엽토 환경이나 부식질이 풍부한 소나무림, 곶자왈 지형 등에서 주로 자생한다. 숲속의 낮은 빛 환경에 적응한 부생식물로서, 주변의 낙엽, 썩은 식물에서 영양분을 흡수하는 독특한 생존 전략을 가진다.
대흥란은 완전한 기생식물이 아닌 부생식물로, 줄기와 열매에 엽록소가 있어 일정 수준의 광합성도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여러해살이 식물로, 해마다 같은 자리에서 피어나는 특성이 있지만, 그 개체수는 매우 제한적이다. 잎이 없어 육안으로는 쉽게 발견되지 않으며, 꽃이 필 때에서야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탓에 발견 자체가 극히 드물다.
멸종위기 식물로 분류된 이유는 서식지 파괴와 무분별한 채취 때문이다. 대흥란은 자생지가 매우 국한적이며, 개발과 산지 훼손, 등산로 확장, 임산물 채취 등의 요인으로 개체수가 꾸준히 줄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미세한 기온 상승과 강수량 변화도 부생식물인 대흥란의 생육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현재 국내 레드리스트에서는 ‘위기(EN)’ 등급으로 평가되며, 법적 보호를 받고 있다.
최근 국립공원공단과 일부 생태보전기관은 대흥란 개체군 보전을 위한 조사와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지리산, 내장산, 제주 등에서 시민과학자 및 지역 주민들과 함께 자생지 모니터링이 진행 중이며, 일부 국립공원에서는 신규 서식지 발굴과 인공 증식 실험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이 같은 보전 노력은 단순히 종 보존을 넘어, 우리 숲 생태계의 건강성과 다양성을 회복하는 데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