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뱀이라 생각했는데…사실 '뱀'이 절대 아니라는 '이 동물' 정체
2025-08-08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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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독측한 비주얼의 동물
길쭉한 몸매에 다리가 전혀 보이지 않아 멀리서 보면 뱀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사실 뱀이 전혀 아니라는 특이한 동물이 있다.
그 동물의 정체는 바로 '레그리스 리자드'다.
엄연히 도마뱀의 한 종류인 이 동물은 최근 유명 생물 유튜버 정브르가 영상에서 이 생물을 소개하며 주목을 받았다. 분류상 파충류 도마뱀과에 속하는 레그리스 리자다는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한 무다리 도마뱀 종들을 통칭한다.
레그리스 리자드 외형은 뱀과 놀랄 만큼 비슷하다. 길고 매끈한 몸통에 유연한 움직임을 보이지만, 얼굴 형태와 비늘 구조는 스킨크 계열 도마뱀을 닮았다. 뱀과 가장 뚜렷하게 다른 점은 눈꺼풀과 귀구멍의 존재다. 뱀은 눈꺼풀이 없어 눈을 깜빡일 수 없지만, 레그리스 리자드는 눈꺼풀이 있어 깜빡임이 가능하며 일부 종은 머리 양옆에 뚜렷한 귀구멍이 있다. 또한 턱 구조가 발달해 먹이를 씹을 수 있으며, 해부학적으로도 도마뱀의 특징을 유지한다. 꼬리 길이가 몸 전체 길이의 3분의 2에 이를 정도로 긴 종도 많고, 다리 흔적이 미세하게 남아 있는 경우도 있으나 걸음에는 사용되지 않는다.
이들은 주로 건조지, 사막, 초원, 풀밭, 부드러운 모래나 낙엽층, 덤불 속 등에서 서식한다. 땅속을 파고 들어가거나 풀잎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데 최적화된 체형 덕분에 다리가 사라진 형태로 진화했다. 겁이 많아 낮에는 은신처에 숨어 지내다가 해질녘이나 밤, 새벽에 주로 활동하며, 곤충·거미·달팽이·지렁이 같은 무척추동물을 먹는다. 때때로 알이나 아주 작은 척추동물을 먹기도 한다.

레그리스 리자드가 포식자를 만났을 때 가장 유명한 방어 전략은 꼬리 자르기다. 꼬리를 쉽게 절단해 포식자의 시선을 끌고, 그 사이 몸통은 도망친다. 잘린 꼬리는 꿈틀거리며 한동안 움직이지만, 다시 자라더라도 처음처럼 완벽하지 않다.
뱀과 비교했을 때 레그리스 리자드는 귀구멍과 눈꺼풀, 뚜렷한 몸통·긴 꼬리 비율, 뾰족하지 않은 혀, 옆구리의 피부 주름 같은 차별점을 가진다. 어금니 등 치아 구조와 턱뼈 형태도 달라 큰 먹이를 통째로 삼키는 뱀과 달리 먹이를 잘게 씹어 삼킨다.
대표적인 종으로는 동유럽~서아시아 건조 초원과 산비탈에 사는 유럽 레그리스 리자드, 미국 서부의 건조지·모래언덕에 사는 캘리포니아 레그리스 리자드, 호주 초원에 서식하는 줄무늬 레그리스 리자드 등이 있다.

학계에 따르면 레그리스 리자드 형태는 전 세계에서 최소 8회 이상 독립적으로 진화했다. 그만큼 땅속이나 좁은 풀밭을 기어다니는 환경에 적응하는 데 다리 없는 체형이 유리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외형 때문에 뱀으로 오인돼 불필요하게 해를 입는 경우도 많지만, 독이 없고 사람에게 위협을 주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도 제주도에 ‘반다리가진 도마뱀’처럼 다리가 매우 작아 눈에 잘 띄지 않는 종이 서식하지만, 완전히 다리가 없는 종은 없다.
즉 레그리스 리자드는 뱀 같은 몸매에 도마뱀의 얼굴과 해부학적 특징을 지닌, 진화와 적응의 독특한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뱀과 닮았지만 전혀 다른 생물학적 계통을 가진 이 동물은, 그 외형만큼이나 진화사와 생태가 흥미로운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