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 때문에 급격하게 검소해진 미국인들 “커피 한 잔 사는 것도 죄책감 들어”

2025-08-04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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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 보도

미국 소비자들이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동안 이어졌던 소비 여력은 점차 사라지고, 최근 들어 물가 상승과 고용 불안,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겹치며 지출을 줄이는 분위기가 뚜렷해지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Sundry Photography-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Sundry Photography-shutterstock.com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 시각) 보도를 통해 "미국인들이 충동구매를 자제하고 생필품 중심의 소비로 전환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상반기 미국의 소비 지출은 정체를 보였다. 미 연방정부의 데이터를 인용한 WSJ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이는 단순한 경기 사이클이 아니라 전반적인 소비 패턴의 변화라고 진단했다. 과거 팬데믹 시기 정부 지원금과 저금리 등으로 인해 활발했던 소비는 이제 고물가와 고금리 환경 속에서 수축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건축가 케빈 어빈 켈리는 수입에는 변동이 없지만, 불안을 느껴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호텔 여행 대신 부모 집을 방문하고, 아이가 새 가방을 원하자 "작년에 산 가방이 멀쩡하다"며 설득했다. 일상 속에서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소비마저 조정 대상이 된 것이다.

둘째 아이 출산을 앞둔 키워라 카니에프스키 또한 지출을 60~70%까지 줄이려 애쓰고 있다. 그는 "임금은 그대로인데 모든 물가가 비싸졌다"고 토로하며 5달러짜리 커피 한 잔조차 죄책감을 느끼게 된 현실을 언급했다. 팬데믹 당시 쇼핑몰을 자주 찾던 그는 이제 소비에 앞서 깊은 고민부터 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 중 하나인 크로거는 최근 고객들의 소비 패턴이 뚜렷하게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류나 고급 식품 등 비필수 품목의 판매가 감소하고 있으며, 할인 쿠폰을 활용하는 소비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론 사전트 최고경영자는 "고객들이 가성비를 따지는 제품을 우선적으로 찾는다"고 말했다.

외식 문화도 달라졌다. 고급 부리토 전문점 치폴레는 지난 분기 매출이 감소했다. 반면 도미노피자는 '2+1' 행사 등 가격 혜택을 앞세워 가족 단위 고객을 공략하고 있다. 이는 외식비를 줄이려는 소비자들의 수요에 발맞춘 전략으로 해석된다.

프록터앤갬블(Procter & Gamble)의 최고경영자 존 밀러는 "강경한 이민정책, 지속되는 물가 상승, 트럼프 행정부 당시의 관세 여파까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면서 소비자들이 불확실한 미래에 좌절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런 환경이 새로운 소비 양식을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WSJ는 마지막으로 "미국인들의 삶은 여전히 빨래하고, 머리를 감고, 아기 기저귀를 갈아주는 일상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그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소비는 점점 더 신중하고 절제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home 방정훈 기자 bluemoo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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