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하느라 119 신고 늦었다…” 홍천에서 사망한 20살 육군 병사
2025-08-04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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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골든타임을 놓친 아미산 군 인명사고의 충격
군 구조 매뉴얼의 허점, 한 병사의 비극적 죽음
지난해 11월, 군 훈련 도중 숨진 육군 병사 사건과 관련해 당시 구조 과정의 부실이 드러났다.
4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선임병의 짐을 대신 들고 산을 오르던, 당시 20살이었던 고 김도현 일병은 실족한 뒤 수 시간 동안 구조가 지연됐고, 이 과정에서 군의 초기 대응과 구조 체계에 혼선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는 지난해 11월 25일 오전 발생했다. 김 일병은 당시 강원도 홍천군 아미산 정상에 통신 장비를 설치하는 훈련에 투입됐다. 현장 지휘관 홍 모 중사는 산행에 참여하지 않고 군용차에 남겠다고 했다. 오전 10시경, 이모 하사와 상병 2명, 김 일병 등 총 4명이 산에 올랐다.

아미산 일대는 경사가 급하고 지형이 험한 편이었다. 이 과정에서 선임병은 다리에 통증을 호소하며 김 일병에게 짐을 대신 맡겼다. 김 일병은 기본 장비 25kg에 추가로 12kg을 더해 총 37kg에 달하는 무게를 짊어지고 이동했다. 유가족에 따르면, 김 일병은 짐을 한 번에 옮기지 못하고 몇 차례 오르내리며 반복적으로 장비를 운반했다.
이동 중 김 일병은 비탈길에서 실족해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하지만 함께 있던 이 하사와 다른 병사들은 한동안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일병의 실종 사실은 오후 1시 36분경 확인됐고, 이를 현장 지휘관인 홍 중사에게 보고했다. 14분 뒤인 오후 1시 50분, 부대원들은 김 일병의 "살려달라"는 구조 요청 음성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도 군은 119에 신고하지 않았다. 김 일병이 쓰러진 상태로 발견된 것은 오후 2시 29분, 실종이 확인된 지 약 1시간 뒤였다. 구조가 시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때까지도 외부 구조 요청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오후 2시 56분이 돼서야 119에 첫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은 뒤 산림청 소속 구조 헬기가 출동했으나, 오후 4시 44분 군 헬기가 상공에 도착하자 군은 산림청 헬기의 철수를 요청했다. 하지만 군 헬기는 로프가 나뭇가지에 걸렸다는 등의 이유로 구조 작업을 중단했다. 이후 오후 5시 18분, 군은 다시 119 구조 헬기를 요청했고, 오후 6시 5분에 구조가 완료됐다. 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 18분. 하지만 이미 김 일병은 숨진 상태였다. 부검 결과 유력하게 추정되는 사인은 콩팥 파열이었다.
실종 인지 시점부터 병원 이송까지 소요된 시간은 약 4시간 40분에 달한다. 구조 요청이 즉시 이뤄졌다면, 혹은 헬기 투입에 혼선이 없었더라면 생존 가능성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구조에 투입된 산림청 관계자는 “현장 요청이 있었다면 초기에 구조 작업을 이어갈 수 있었고, 날씨나 지형도 투입에 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군 측은 내부 보고 체계상 절차를 우선시했으며, 상황 판단과 관련한 명확한 기준이 부족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앞서 MBC '실화탐사대'에서도 김 일병 사건을 다룬 바 있는데, 방송에서 조항주 대한외상학회 이사장은 전화 인터뷰로 "(김 일병의 유력 추정 사인) 콩팥 손상 같은 경우는 1시간 안에 처치가 들어가면 결과가 아주 좋다. 그래서 골든아워라고 한다. 출혈이 심하면 사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일병의 경우처럼) 4시간 안이라면, 그런 사람들은 수혈을 빨리 해야 한다. (김 일병이 빠른 처치를 받았다면) 살았을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4시간이면 조금 많이 늦은 거 같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군 내 안전 관리 체계와 응급 구조 매뉴얼의 부실함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군이 사고 발생 직후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점, 민간 구조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점 등이 지적받고 있다. 군은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와 함께 구조 지연 경위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김 일병 유가족은 “아들이 구조 요청을 했지만 그 목소리를 듣고도 즉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책임 있는 해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국방부는 해당 사건에 대한 군 검찰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책임 소재를 밝히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