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언석이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몰래 보낸 문자메시지 공개 '일파만파'

2025-08-0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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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식 실장에게 “사면해달라” 4명 명단 보내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 뉴스1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 뉴스1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광복절 특별사면을 앞두고 대통령실에 자당 전직 의원들에 대한 사면과 복권을 요청해 논란이 일고 있다. 송 원내대표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에 대한 사면을 반대한 바 있다.

송 원내대표가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로 광복절 특별사면과 관련한 요청사항을 전달하는 장면이 이데일리 카메라에 잡혔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문자메시지. TV조선이 이데일리로부터 제공받아 방송에서 공개한 사진.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문자메시지. TV조선이 이데일리로부터 제공받아 방송에서 공개한 사진.

송 원내대표는 강 비서실장에게 정찬민·홍문종·심학봉 전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 부인 김모 씨의 사면을 요청했다. 송 원내대표는 강 실장의 질문에 “현재까지 연락 온 건 이게 전부입니다^^”라면서 눈웃음 이모티콘까지 첨부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 뉴스1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 뉴스1

송 원내대표가 사면해달라고 요청한 이들에겐 각종 비리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정 전 의원은 용인시장 재직 당시 부동산 개발업자로부터 뇌물을 수수해 징역 7년을 선고받았고, 홍 전 의원은 사학 교비 횡령과 뇌물 수수 등으로 징역 4년 6개월의 형이 확정됐다. 심 전 의원은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 수수로 징역 4년 3개월을 선고받고 선거권이 박탈된 상태다. 김 씨는 대선 경선 과정에서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지난 5월 징역 1년을 확정받아 수감돼 있다.

송 원내대표는 기자들의 질문에 “얘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당 회의에서 “광복절 특사는 철저하게 민생 사범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사면은 정치적 거래나 흥정의 수단이 돼선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당시 발언과 명백히 배치된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대통령실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강유정 대변인은 “사면에 대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정치인 사면은 뚜렷한 논의가 오가고 있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논란의 중심이 됐다.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5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한 “이게 뭔가. 이렇게 되면 일단 거명된 분들은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송 원내대표가 반대했던 조국 전 대표의 사면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이게 나오면 안 되는 거 아니냐”며 “‘체리 따봉’보다 더 큰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체리 따봉’이란 2022년 7월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다”는 윤석열 전 대통령 텔레그램 대화가 공개돼 당무 개입 논란이 불거진 것을 뜻한다.

송영훈 전 국민의힘 대변인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사면 요청”이라며 “정치인 간의 사면 거래로 비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들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사면받을 수 없는 처지라면 이 같은 요청에 더 분노할 것”이라며 “사면권은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데 쓰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불과 며칠 전 조국 사면을 ‘사법 시스템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하던 송 원내대표가 눈웃음까지 보내며 자당 인사 사면을 요청한 건 위선”이라며 “이 정도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제 당원들이 송 원내대표에게 텔레그램을 보내야 할 판”이라며 “친한 사람만 챙길 게 아니라 공고를 내고 공개적으로 의견을 받아야 하지 않겠냐”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장윤미 변호사는 “송 원내대표는 평소 민주당에 강성 발언을 일삼았던 인물인데, 뒤에서는 눈웃음까지 띄우며 사면을 요청했다”며 “사진 한 장이 낯설고 부조리하다. 사면을 요청한 대상자들의 혐의도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이 같은 사면 요청이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재홍 진행자는 “사면은 대법원 확정 판결 뒤에도 대통령이 이를 뒤집을 수 있는 매우 중대한 권한”이라며 “국민은 더 신중하고 제한적인 행사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송 원내대표가 본회의장에서 사면 청탁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촬영된 것을 두고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윤 전 대변인은 “찍힐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면 휴대전화를 열지도 말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강훈식 실장이 ‘이게 다예요?’라고 묻는 장면은 사면 거래 의혹을 더욱 짙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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