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이후 최대…일본서 수출량 0이었는데 사상 최고치 찍은 '한국 식품'
2025-08-0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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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일본 수출된 한국산 쌀 416t 기록
일본에서 찬밥 신세던 한국 식품이 역대 최대 수출 수치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일본에 수출된 한국산 쌀이 416t을 기록하면서 1990년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를 나타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2012년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구호용 쌀이 일본에 전달되며 세워졌던 종전 최대 기록인 16t의 26배에 달하는 수치다. 당시와 달리 올해 수출은 상업적 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산 쌀은 그동안 일본 시장 진입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수출 실적이 미미했다. 어떤 해에는 수출량이 0t이었던 적도 있었다.
이런 배경에는 일본의 높은 관세 정책이 있다. 일본 정부는 자국 쌀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 쌀에 1kg당 341엔, 원화 기준 약 3194원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는 지난 5월 기준 일본산 쌀 평균 판매가 1kg당 840엔의 40%가 넘는 수준이다.
이처럼 높은 관세 장벽으로 인해 한국산 쌀은 일본 내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올해 일본 내 쌀값이 급등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일본 현지 유통업체들은 미국 캘리포니아산 칼로스 쌀을 비롯해 해외산 쌀 수입에 나섰고 한국산 하동 쌀과 해남 쌀 등도 일본에 수입됐다.
일본 농림수산성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5월 중순 기준 일본 내 쌀 소매가는 5kg에 4268엔, 약 4만 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전년 대비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이후 정부의 비축미 방출 등의 조치로 가격은 7월 들어 3500엔대로 내려갔다.
한국 내 쌀 소비 감소도 일본 수출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00년 93.6kg에서 지난해 55.8kg으로 약 40% 줄었다. 같은 기간 일본도 64.6kg에서 51.5kg으로 감소했지만, 한국의 하락 폭이 더 컸다.

일본 쌀값 폭등의 원인으로는 기상이변과 생산량 감소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일본 주요 산지인 호쿠리쿠 지역에서 작년 여름 이상 고온과 집중 호우가 이어지며 벼 생육에 문제가 생겼고 이는 전반적인 수확량 감소로 이어졌다. 태풍과 집중 호우로 인한 도정 설비 피해와 물류 차질도 일부 지역에서 발생했다. 여기에 더해 작년부터 이어진 농가의 고령화와 경작 포기 현상도 생산량 축소에 영향을 줬다. 생산 여건이 악화한 가운데 농가들의 재배 의욕이 떨어지면서 정부가 예상했던 쌀 생산량보다 적은 물량이 시장에 유통됐다.
쌀 수요는 장기적으로 줄고 있지만 올해처럼 공급이 급감한 경우는 드물다. 도매업체들의 사재기 심리도 한몫했다. 가격이 더 오를 것을 우려한 유통업계가 매입 물량을 늘리면서 시장 가격을 자극해 소비자 체감 가격이 더욱 높아진 것이다.
일부 유통점에서는 쌀 구매 수량을 제한하거나 가격을 인상하는 등 과열 양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부의 비축미 방출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가격 급등세가 진정되지 않았고 이는 결국 해외 수입 확대라는 선택으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한국산 쌀이 이례적으로 일본 유통망에 진입하게 된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