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대부분에 설치돼 있는데... 괜히 전기료만 축내는 전기제품

2025-08-0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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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안 하면 본연의 역할 못하고 되레 전기도둑 전락
배출구 열려있는지 필터는 교체할 때 됐는지 확인해야

경기 하남시에 있는 한 아파트단지 / 뉴스1
경기 하남시에 있는 한 아파트단지 / 뉴스1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분명 에어컨도 많이 안 틀고 전자제품도 아껴 썼는데 전기요금은 여전히 높다. 혹시 집 안 어딘가에 전기만 먹고 제 역할을 하지 않는 전기제품이 있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든다면 전열교환기를 확인해보자.

사람들은 대부분 이사를 와서 처음 마주하는 이 기계를 보며 ‘저게 뭐지?’라고 궁금해했다가, 몇 년이 지나면 ‘그냥 환풍기구나’ 하고 치부해버린다. 전원 버튼만 덜컥 눌러놓고 끝이다. 이런 식으로 사용하면 전열교환기는 그야말로 전기만 축내는 무용지물이 된다.

전열교환기는 2006년 이후 공동주택(100세대 이상)에 의무적으로 설치돼 있다. 2020년 10월 10일부터는 30가구 이상으로 확대됐기 때문에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엔 거의 설치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설치돼 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즘 아파트는 단열 성능 향상을 위해 기밀성이 매우 높아졌다. 과거와 달리 창문만 열어서는 충분한 환기가 어려운 구조로 설계됐다. 특히 여름철 에어컨을 틀고 창문을 닫아놓으면 실내 공기가 답답해지고, 겨울철에는 난방비 절약을 위해 창문을 잘 열지 않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전열교환기는 실내 온도 변화를 최소화하면서도 환기를 할 수 있는 핵심 장치다.

전열교환기는 열교환 소자를 통해 실내에서 배출되는 공기의 열을 회복해 외부에서 들어오는 신선한 공기를 예열하거나 예냉한다. 겨울철에는 따뜻한 실내 공기가 나가면서 찬 외부 공기를 데워주고, 여름철에는 시원한 실내 공기가 나가면서 더운 외부 공기를 식혀준다. 이를 통해 냉난방 효율을 높이면서도 지속적인 환기가 가능하다.

전열교환기 / '꿀팁노트'  유튜브
전열교환기 / '꿀팁노트' 유튜브

또한 전열교환기와 공기청정기의 역할은 완전히 다르다. 공기청정기는 실내 공기를 순환시키며 먼지나 세균을 거르는 역할을 하지만, 이산화탄소나 라돈 같은 가스는 제거할 수 없다. 반면 전열교환기는 오염된 실내 공기를 밖으로 배출하고 신선한 외부 공기를 공급하는 환기 시스템이다. 따라서 공기청정기가 있다고 해서 전열교환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집에서는 전열교환기를 올바르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흔한 실수는 단순히 전원 버튼만 누르고 끝내는 것이다. 전열교환기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반드시 배출구를 돌려서 열어야 한다. 배출구가 닫혀있으면 전원을 켜도 공기 순환이 이뤄지지 않아 전기만 낭비하게 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필터 관리다. 대부분의 사용자가 필터를 교체하기는커녕 아예 관리조차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전열교환기는 곰팡이가 끼어있는 상태로 방치된다. 이런 상태에서 전열교환기를 작동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 곰팡이와 세균이 가득한 필터를 통해 공기가 순환되면서 실내 공기질을 더욱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열교환기 필터는 3~6개월 주기로 교체해야 한다. 다만 환경에 따라 교체 주기는 달라진다. 프리필터는 1개월에 한번 점검과 청소가 필요하며 헤파필터는 일반적으로 6개월에 한 번 이상 점검 및 교체가 필요하다. 미세먼지가 심한 지역이나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정에서는 더 자주 교체해야 할 수도 있다.

필터 상태를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전열교환기 커버를 열어 필터를 꺼내 보면 된다. 새 필터는 흰색이지만 사용하면서 점차 회색이나 검은색으로 변한다. 만약 필터가 까맣게 변했다면 즉시 교체해야 한다. 또한 곰팡이 냄새가 나거나 눈에 보이는 곰팡이가 있다면 더 사용하지 말고 바로 새 필터로 교체해야 한다.

전열교환기를 제대로 활용하면 실내 공기질 개선뿐만 아니라 냉난방비 절약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나 황사가 있는 날에는 창문을 열기 어렵다. 이때 전열교환기를 통해 지속적인 환기를 할 수 있다. 또한 요리할 때 발생하는 냄새나 습기, 새집증후군의 원인이 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을 효과적으로 배출할 수 있다.

올바른 사용을 위해서는 먼저 배출구가 제대로 열려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다음 전원을 켜고 적절한 풍량으로 조절한다. 24시간 연속 가동이 기본이지만, 전기요금이 부담된다면 최소한 사람이 많이 활동하는 시간대에는 작동해야 한다. 취침 시에는 약한 풍량으로 설정해 소음을 줄이면서도 환기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

정기적인 점검과 청소도 중요하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필터 상태를 확인한다. 프리필터는 미지근한 물로 세척한 후 완전히 건조해 재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헤파필터나 중성능필터는 세척이 불가능하므로 교체해야 한다. 전열교환소자는 2년 주기로 교체를 권장한다.

전열교환기는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 장치가 됐다. 실내 공기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미 설치된 전열교환기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건강한 실내 환경을 만드는 첫걸음이다. 지금 당장 집안의 전열교환기 상태를 점검하고 배출구는 열려있는지, 필터는 교체할 때가 됐는지 확인해보자. 그러면 전기세만 축내던 전기제품이 비로소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꿀팁노트' 유튜브 채널이 전열교환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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