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두 팀뿐...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꼽은 '인생 최애 한국밴드'
2025-08-0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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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밴드는 라디오헤드, 퀸, 핑크 플로이드, 플레이밍 립스, 로우

아마도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평론가일 이동진. 이동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가 영화뿐 아니라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다. 실제로 그는 조선일보 재직 시절 대중음악을 2년간 담당한 바 있다. 1만 2000여장에 이르는 LP와 CD를 보유할 정도로 음악을 사랑하는 이동진이 최근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유튜브 채널에서 최애 밴드 일곱 팀의 정체를 공개했다.
이동진이 선정한 일곱 개 밴드는 라디오헤드, 들국화, 퀸, 시인과 촌장, 핑크 플로이드, 플레이밍 립스, 로우다. 그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밴드가 아니라 제가 평생 가장 많이 들어왔던 일곱 그룹"이라며 "가장 사랑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비틀스를 목록에 포함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비틀스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라며 "어차피 사람들 다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첫 번째로 소개한 밴드는 라디오헤드다. 이동진은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현존하는 최고의 밴드가 라디오헤드 같다"고 평가했다. 그 역시 '크립(Creep)' 때문에 처음 좋아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1990년대 말 음악 담당 기자로 일할 때 라디오헤드와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크립'에 관한 질문을 톰 요크가 그냥 넘겼다고 했다. 너무 많이 불렀단 이유로, 또 '크립'이란 노래가 밴드를 규정짓는 게 싫어서 '크립'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렸다는 것이다. 현재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클라이밍 어브 더 월즈(Climbing Up the Walls)'다. 이 곡에 대해 "미술로 이야기하면 뭉크의 절규에 딱 해당하는 악의 절규 같은 멋진 곡"이라고 표현했다.
두 번째는 들국화다. 이동진은 "우리나라 대중음악 역사상 최고의 명반은 들국화 1집"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들국화 공연을 찾아다니다가 결국 재수하게 됐다면서 "들국화 때문에 재수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그는 재수 학원에 다니면서도 들국화 공연을 보러 다녔을 정도로 빠져있었다고 회상했다.
세 번째는 퀸이다. 이동진은 "가장 많이 듣는 밴드 중 하나임에도 제일 좋아하는 밴드가 누구냐고 말할 때 퀸을 말하고 싶지 않은 충동도 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너무 대중적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몇 년 전 퀸+아담 램버트 내한공연을 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지난 몇 년간 가장 재밌게 본 공연이었다"며 "두 곡 빼고 모든 노래를 따라했을 정도로 퀸을 좋아하고 가사를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추천하는 퀸의 숨은 명곡은 '유 테이크 마이 브레스 어웨이(You Take My Breath Away)'다.
네 번째는 하덕규와 함춘호로 구성됐던 전설적인 밴드 시인과 촌장이다. 이동진은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하덕규 씨를 좋아하는 것"이라며 "하덕규 씨가 참여하고 사실상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는 시인과 촌장 3집 앨범 '숲'은 가요와 팝 모든 앨범을 통틀어서 제 인생에서 가장 많이 들은 앨범"이라고 했다. LP가 닳을 정도로 많이 들어서 새로 사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하덕규를 "제 평생 가장 좋아했던 한국 뮤지션"이라고 평가하며 대학생 때 자선행사를 기획해 하덕규를 초청한 일화도 소개했다. 시인과 촌장의 2집 '푸른 돛', 3집 '숲'은 한국 대중음악사의 명반 중 명반이다. 마지막 정규 앨범인 4집 '더 브릿지(The Bridge)'도 명반으로 꼽힌다.
다섯 번째는 핑크 플로이드다. 이동진은 "핑크 플로이드에 관한 제가 가장 핑크 플로이드를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다섯 명 중 한 명이 아닐까"라고 자신했다. 다른 음악들은 BGM으로 깔 수 있지만 핑크 플로이드는 못 깐다며 "그 즉시 일을 그만두고 음악만 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핑크 플로이드 사인 LP만 10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때 출판사와 핑크 플로이드에 관한 책을 쓰겠다고 구두 약속을 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여섯 번째는 플레이밍 립스다. 웨인 코인이 이끄는 이 밴드에 대해 "안드로메다에서 온 사람 같다"며 "외계인 같다"고 표현했다. 플레이밍 립스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자이렉카(Zaireeka)' 앨범을 소개했다. 이 앨범은 CD 4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4개의 CD 플레이어로 동시에 재생해야 완전한 음악을 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기 공연에서는 관객들에게 CD 플레이어를 가져오게 해서 함께 연주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고 했다.
마지막은 로우다. 이동진은 "굉장히 섬세한 밴드다. 밴드 이름이 로우잖나. 굉장히 낮으면서 슬프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로우는 미미 파커와 앨런 스파호크 부부가 중심이 된 밴드다. 이동진은 미미 파커가 3년 전 세상을 떠났다면서 안타까워했다. 그는 로우의 노래들에 대해 "영적으로 들리면서 정서적으로 너무 깊게 들어와서 아프게까지 느껴지는 노래들"이라고 평가했다. 추천 앨범으로는 '트러스트(Trust)'와 ‘씽즈 위 로스트 인 더 파이어(Things We Lost in the Fire)'를 꼽았다.
이동진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마음으로부터 선물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선물 중 하나가 음악 같다"며 "’누구누구 왜 없어‘ 이렇게 하지 마시고 ’저는 누구를 좋아해요‘ 이렇게 하시면 더욱 좋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