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서 허리 시술 받고 1명 사망, 2명 중환자실…'원인' 밝혀졌다
2025-08-05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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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시술의 숨겨진 위험, 포도상구균의 습격
치명적인 세균의 역습, 감염 예방의 중요성
최근 강원도 강릉에서 발생한 의료감염 사고가 국내 보건당국과 의료계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허리 통증 완화 시술을 받은 환자들 중 일부가 급성 감염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에 입원했고, 이 가운데 1명이 사망하는 중대한 사고로 번진 것이다.
조사 결과, 감염의 주요 원인으로 '황색포도알균(Staphylococcus aureus)', 일명 포도상구균이 확인되면서 이 세균의 실체와 위험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병원 시술 후 나타난 급성 감염... 주요 원인은 포도상구균
사건은 지난 6월 말 강릉의 한 의료기관에서 허리 통증 완화를 위한 신경 차단술을 받은 환자 8명에게서 두통, 고열, 극심한 통증, 심지어 의식 저하 등의 증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알려졌다. 이들은 인근 종합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1명은 사망했고 2명은 중환자실에, 나머지 환자 중 3명은 일반병동에서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는 퇴원했지만, 대부분이 중증 감염 증상을 겪었다.

환자들의 혈액과 뇌척수액 검사에서 검출된 것은 바로 황색포도알균이었다. 해당 병원 환경과 종사자들의 검체에서도 동일한 균이 검출되면서, 시술 도중의 감염 가능성이 강하게 의심되고 있다. 현재 질병관리청은 해당 균의 유전자 분석을 진행 중이며, 보건당국은 관계 기관과 함께 역학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 몸속에 잠든 세균, 왜 갑자기 병을 일으키는가?
포도상구균은 이름 그대로 포도송이처럼 무리를 이루는 구형 세균이다. 건강한 사람의 코속, 목, 겨드랑이, 피부 표면 등에도 존재할 수 있는 세균으로, 평소에는 특별한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문제는 이 균이 몸 안으로 침투하거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노출될 경우다.
특히 시술·수술·주사 등 의료 행위 중 멸균 상태가 완전하지 않으면, 포도상구균이 직접 혈류나 체내 조직으로 침입해 다양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이 세균은 병독성이 매우 강해 감염이 시작되면 혈류 감염(균혈증), 폐렴, 심장 내막염, 골수염, 관절염, 피부염, 뇌수막염 등 전신에 걸친 염증성 질환으로 확산될 수 있다.
◆ 항생제 내성 여부가 생명을 가른다
포도상구균은 항생제 반응에 따라 두 종류로 나뉜다. 이번 강릉 사건에서 발견된 것은 MSSA(메티실린 감수성 황색포도알균)으로, 비교적 치료가 가능한 형태이다. 반면에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는 항생제가 잘 듣지 않으며, 의료기관 내 집단 감염을 일으킬 수 있어 더 위험하다.
MSSA는 나프실린과 같은 항생제로 치료가 가능하고, 사망률도 10~15% 수준으로 보고된다. 그러나 MRSA는 일반적인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며, 사망률이 30% 이상에 이르고 제4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돼 감시 대상이다.

의료계는 이번 사례처럼 MSSA 감염이라도 고령자나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의 경우 조기 치료를 놓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면역 체계가 약한 환자에겐 상대적으로 약한 균조차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감염을 막으려면? 기본 위생 수칙이 생명을 지킨다
이처럼 의료 감염 사고에서 포도상구균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가장 중요한 예방책은 무엇보다도 위생 관리라는 사실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특히 병원은 멸균 소독, 기구 관리, 손 위생 등의 의료 감염 예방 프로토콜을 철저히 지켜야 하며, 시술 전 환자의 건강 상태나 감염 위험도 평가도 병행되어야 한다.
일반인도 손 위생을 철저히 하고, 피부에 상처가 났을 경우 깨끗하게 소독하며 감염 증상을 방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고열, 두통, 심한 통증, 의식 저하와 같은 증상이 있을 경우 즉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하며, 특히 최근 의료 시술을 받았다면 세균성 감염을 의심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