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노동자 폐암으로 사망, 벌써 14번째…생계 때문에 복직했었다

2025-08-05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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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급식실, 생명을 위협하는 보이지 않는 위험
30년 노동의 대가, 폐암으로 사망한 급식노동자

학교 급식노동자의 반복되는 폐암 산재에 제도 개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경기도 평택시의 한 학교에서 급식노동자로 근무해온 A(64)씨가 폐암으로 숨졌다. 급식노동자의 폐암 산업재해 사망 사례는 전국교육공무직본부에 확인된 것만 이번이 14번째다.

A씨는 지난 1998년부터 학교 급식실에서 조리 업무를 시작했다. 한때 현장을 떠났지만 생계 문제로 다시 복귀했고, 2023년 폐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오랜 기간 환기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급식실에서 일해온 사실이 확인되면서,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사례다.

작업복을 입은 학교급식조리사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학교급식 노동자 건강과 안전 확보를 위한 학교급식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 뉴스1
작업복을 입은 학교급식조리사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학교급식 노동자 건강과 안전 확보를 위한 학교급식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 뉴스1

2년에 걸쳐 항암 치료를 이어오던 A씨는 동료들에게 “많이 나아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난달 종아리 저림 증세로 병원을 찾았고, 암세포가 뇌로 전이됐다는 진단을 받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사망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5일 성명을 통해 “생계를 위해 30년 가까이 일한 급식실이 병의 시작이 되었고, 결국 죽음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공무직본부는 학교 급식실의 근무환경이 폐암 발생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리흄, 열기, 수증기 등 유해 물질이 밀폐된 공간에 가득한 데다, 적절한 배기시설 없이 수백 인분의 조리를 반복하는 작업 환경이 문제라는 설명이다.

급식노동자들의 건강 피해는 이미 여러 차례 지적돼 왔다. 고용노동부와 교육부는 급식실 환경 개선을 위한 권고를 내놓고 있지만, 대부분 가이드라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현재까지는 급식실 환기설비 설치 지침 마련, 건강관리 방안 권고, 건강검진 비용 지원 등의 대책이 진행 중이다. 정부는 2027년까지 급식실 환기설비 개선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급식 조리사의 근무 현장 / 유튜브 'TBS뉴스'
급식 조리사의 근무 현장 / 유튜브 'TBS뉴스'

공무직본부는 보다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선 A씨가 근무했던 학교를 포함한 경기도 내 학교 급식실의 환기시설 실태조사를 요구했다. 더불어 전국 단위 조사로 확대해, 노동자가 참여하는 환경개선 점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폐암 산재 신청 및 승인 사례의 공개와 중장기적인 건강관리 대책 수립도 요구했다.

이민정 공무직본부 노동안전국장은 “급식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조리흄이 국내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 유해인자로조차 포함되지 않았다”며 “세계보건기구 등 국제기구에서 조리흄을 발암물질로 분류한 만큼, 조리흄에 대한 체계적 관리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급식노동자의 폐암 산재는 개인의 질병이 아닌, 구조적인 산업환경의 문제로 보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반복되는 폐암 피해를 막기 위해선 실효성 있는 환기 설비 개선과 함께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이 요구된다.

home 위키헬스 기자 wikihealth75@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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