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망할수도" OECD 경고에도...'4세 고시' 왜 막냐는 부모들

2025-08-0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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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 고시 막는 법안에 반발하는 부모들
지난 3월 OECD 한국 저출산 원인으로 '사교육' 지적

기저귀를 찬 영유아들이 영어 유치원에 입학하기 위해 입시 학원까지 다니는 사교육 과잉 양상이 심해지고 있다. 이른바 '4세 고시', '7세 고시'라는 말까지 등장하고 있다.

책가방을 맨 엄마와 딸 / 뉴스1
책가방을 맨 엄마와 딸 / 뉴스1

최근 서울특별시교육청이 4세 고시 등 선행학습을 조장하는 유아 영어학원을 조사한 결과 무려 63곳이나 적발됐다.

이에 지난달 23일 국회는 '영유아 학원 금지법'을 발의하기로 결정했다. 이 법안에는 △36개월 미만 영유아에 대한 교과과정 연계 교습 전면 금지 △36개월 이상 영유아 하루 교습 시간 40분 이내로 제한 △위반 시 학원 등록 말소 또는 교습 정지 등 행정처분 규정이 담겼다.

국회는 물론 유엔도 심히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강경숙 국회 교육위원(조국 혁신당)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국가가 이걸 개입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서도 우리나라의 사교육을 들여다보니 '너무 과도하다, 우려스럽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내 자식 내가 가르치겠다는데…" 반발하는 학부모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4세 고시에 대한 법 개정안이 자녀 학습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학원법 개정안에 등록된 의견은 1만 460건인데, 거의 대부분이 '학습권 침해'를 이유로 삼은 반대였다.

법안에 반대하는 의견 댓글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캡처
법안에 반대하는 의견 댓글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캡처

작성자 김모씨는 "내 자식 내가 가르치겠다는데 왜 그걸 반대하는 건지 이유가 타당하지 않다”라는 의견을 남겼다.

법안을 철회하라는 국회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지난달 31일 게시된 4세 고시 법안 반대 청원은 5일 만에 3900여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아이의 잠재력과 재능을 조기에 발견하고 계발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법으로 억누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OECD "한국 이러다 출산율 절반 돼"

해외에서도 4세 고시 실태에 집중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도 "한국의 학문적 경쟁이 6세 미만의 절반을 입시 학원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4세 고시 현상과 더불어 한국의 치열한 사교육 경쟁을 강조했다.

한국의 사교육 경쟁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심각하게 우려했다. 지난 3월 OECD는 ‘한국의 태어나지 않은 미래: 저출산 추세의 이해’라는 제목의 정식 책자에서 한국은 출산율이 0.72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그 원인으로 주택 비용 상승과 함께 높은 사교육비 지출을 콕 집어 말했다.

신생아를 돌보는 산후조리원 / 연합뉴스
신생아를 돌보는 산후조리원 / 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교육 강화, 사교육 기관 규제, 수능 ‘킬러 문항’ 제거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대학 서열화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현재 사교육 경쟁 시장은 사교육비의 상승은 물론 교육 격차를 야기해 저출산 현상이 계속될 수 있다. OECD는 현재 수준의 출산율이 유지될 경우 한국 인구는 절반으로 감소(5100만 → 2500만)될 것이며, 2082년에는 전체 인구의 58%가 65세 이상 노인일 것이라 예측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4세 고시와 같은 영유아와 초등 교육 과잉이 정서 발달과 사회성 발달 등 뇌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빠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읽기나 쓰기, 의사소통을 통한 영어 시험은 인지 발달 수준을 넘어서기 때문에 영유아 인지·정서 발달을 왜곡할 수 있다. 또한 준비되지 않은 시기의 이른 학습 경험은 정말 공부에 집중해야 할 학령기 학습 부진과 자존감 저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교육당국도 영어유치원은 비용이 많이 들지만 교육 효과는 미미할 뿐이며, 과도한 학습은 영유아 인권을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home 유민재 기자 toto7429@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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