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비트코인 8천개 버린 남자, 12년 만에 쓰레기 더미 포기하고 이것 선택했다
2025-08-0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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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매립지는 누구도 열 수 없는 금고가 됐지만...”
하드디스크를 쓰레기장에 버린 뒤 암호화폐(가상화폐·코인) 비트코인(BTC) 8000개를 잃어버린 제임스 하웰스(James Howells)의 12년간 여정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그는 더 이상 물리적인 복구를 시도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해당 사건을 바탕으로 한 디파이(DeFi) 프로젝트에 집중할 계획이다.
하웰스는 영국 뉴포트 지역의 쓰레기 매립장에서 하드디스크를 되찾기 위해 드론 탐색, 법적 소송, 그리고 2500만 파운드(약 3330만 달러) 규모의 인수 제안까지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3월 영국 항소법원은 그의 발굴 허가 요청을 기각했다. 크리스토퍼 누지(Christopher Nugee) 판사는 당시 판결에서 "성공 가능성이 실질적으로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2013년 사무실을 정리하던 중 실수로 해당 하드디스크를 버렸다.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1달러 이하였지만, 현재 8000BTC는 약 9500만 달러에 달하는 가치로 평가된다. 이 사건은 암호화폐 자산을 스스로 보관하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경각심을 준 대표 사례로 회자돼 왔다.
과거 하웰스는 뉴포트 시 당국에 매립지를 직접 매입하거나 민간 자본을 통해 발굴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그는 "10년 동안 시 당국이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할 기회가 있었다"면서 "이제 군대를 모아 국왕에게 진격이라도 해야 하느냐"고 체념 섞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후 '비트코인 2025 콘퍼런스'에서 지갑 가치의 21%에 해당하는 오디널스(Ordinals) 기반 토큰 발행 계획을 언급하며 회수가 성공할 경우 수익을 토큰 보유자에게 배분하는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이 구상 역시 반응이 없어 무산됐다.
이제 하웰스는 해당 하드디스크를 상징적 자산으로 삼아 비트코인 기반의 레이어2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준비 중이다. 새로 발행할 토큰은 실질적으로 비트코인에 의해 담보되진 않지만, 잃어버린 8000BTC에 대한 서사를 바탕으로 한다. 그는 "이제 매립지는 누구도 열 수 없는 금고가 됐지만, 모두가 볼 수 있는 상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의 시선은 엇갈린다. 서킷(Circuit)의 창립자이자 CEO인 해리 도넬리(Harry Donnelly)는 "비트코인을 회수할 확률 자체가 매우 낮고, 그 토큰이 정당한 청구권으로 인정받을 가능성도 낮다"며 이 프로젝트는 "투자 자산보다는 밈코인(meme coin)에 더 가깝다"고 평가했다.
그의 이야기에는 콘텐츠 업계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하웰스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제작사 레불(Lebul)과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을 통해 그의 이야기는 다큐시리즈, 팟캐스트, 그리고 소셜 콘텐츠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될 예정이다. '더 버리드 비트코인(The Buried Bitcoin)'이라는 제목의 프로젝트는 암호화폐 역사상 가장 유명한 손실 사건 중 하나를 대중에게 소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