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했는데 왜 더 욕먹지?'… CEO 기자회견이 실패하는 결정적인 이유
2025-08-07 11:00
add remove print link
주장만 있고 논증이 없는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점

기자회견은 끝났다.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사과문도 올렸다. 그런데 사람들은 더 화를 낸다. 분명 해명했는데 왜 더 상황이 나빠질까. 기업 CEO의 기자회견이 역효과를 낳고, 공식 성명이 공분을 사며, 사과문이 더 큰 불신을 초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기업 플레시먼힐러드코리아의 최승호 대표는 최근 펴낸 저서 '주장하지 말고 논증하라'(이담북스)에서 ‘논증의 부재’를 이유로 제시한다.
'주장하지 말고 논증하라'는 25년 이상 전략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기업과 조직의 위기를 분석하고 해결해온 저자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위기 상황에서 검증된 45가지 논증 전략을 체계화한 실전 지침서다.
최 대표는 "기업이 위기에 취약한 이유는 대부분 주장의 내용이 아니라 논증의 부재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가장 명백한 사실도 취약한 논증으로 전달되면 의심받고, 가장 난처한 상황도 체계적 논증으로 설명되면 이해를 얻는다"고 강조하며 논증의 중요성을 피력한다.
저자는 현대 사회에서 설득력이 리더십, 전문성, 영향력의 핵심 역량이 됐지만 많은 기업이 '주장하기'와 '논증하기'를 구분하지 못한 채 위기 상황에서 실패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CEO 기자회견이 역효과를 낳고, 공식 성명이 공분을 사며, 사과문이 더 큰 불신을 초래하는 이유는 '무엇을 말했는가'보다 '어떻게 논증했는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책은 총 5개 장으로 구성돼 논증의 핵심 요소를 단계적으로 다룬다. 제1장은 설득, 설명, 반박이라는 세 가지 목적에 따른 최적의 논증 전략을 소개한다. 제2장은 가치와 원칙, 전문가 의견,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설득력 있는 논거 개발에 초점을 맞춘다. 제3장은 주장 설정부터 근거 배열, 논리 흐름 구성까지 효과적인 논증 구조 설계 방법을 제시한다. 제4장은 유추와 비유, 명확성과 간결성, 감정적 호소를 적절히 사용하는 논증 강화 표현 기법을 소개한다. 제5장은 우호적, 중립적, 적대적 이해관계자별 차별화된 논증 전략을 다룬다.
최 대표는 "글로벌 대기업의 제품 리콜 사태, 금융기관의 데이터 유출 사고, 식품기업의 먹거리 안전 이슈 등 수많은 위기 극복에 성공한 기업들은 예외 없이 체계적 논증 전략을 구사했다"며 실제 사례를 통한 검증된 방법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영숙 플레시먼힐러드코리아 사장은 "더욱 불안하고 불확실한 사회 환경에서 설득 리더십은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량이 되고 있다“라면서 ”이 시대에 설득의 진정한 힘은 이해관계자 역학 관계, 시대정신, 사회적 정서를 고려한 논증의 품질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인뿐 아니라 정책 결정자들도 '주장하지 말고 논증하라'를 읽으면 위기에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승호 대표는 플레시먼힐러드코리아의 위기대응센터를 이끌며 다양한 기업들의 커뮤니케이션 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위기대응의 정석'(2024), '생각의 역습'(2016) 등이 있으다. 현재 법률신문사에 '법과 여론'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