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 넘는 거구”…대낮 산책로에 갑자기 나타난 ‘위험 동물’ 정체

2025-08-0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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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산책길에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야생동물

지난 6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민오름 주변 등산로에서 거대한 위험 동물이 포착돼 충격을 주고 있다.

멧돼지가 파 놓은 웅덩이 자료 사진 / 뉴스1
멧돼지가 파 놓은 웅덩이 자료 사진 / 뉴스1

같은 날 오전 7시 54분쯤 이 지역을 산책하던 시민이 촬영한 영상에는 몸길이가 2미터를 훌쩍 넘어 보이는 검은색 멧돼지가 산책로 근처를 배회하는 모습이 담겼다.

목격자 김윤진 씨는 JIBS 제주방송에 "처음에는 노루인 줄 알았다. 근데 엄청 큰 멧돼지더라. 최소한 2m는 넘지 않을까 육안으로만 봐도 그 정도로 보이던데..."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곳은 평소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산책 코스로, 별도의 안전 통제나 경고 표시가 없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주 산책로에서 발견된 멧돼지 / 유튜브 'JIBS 뉴스/제주방송'
제주 산책로에서 발견된 멧돼지 / 유튜브 'JIBS 뉴스/제주방송'

전문가들은 이 멧돼지가 먹이를 구하기 위해 본래 서식지인 중산간 지역에서 1-2킬로미터 가량 이동해 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단발성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들어 한라산 등 고지대에만 머물던 멧돼지들이 도심 근처 저지대까지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지난해 12월에는 제주시 애월읍 제주외국어고등학교 인근에 멧돼지가 나타나 1시간여 동안 경찰과 포획단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2022년 11월에는 서귀포시 색달동 한라산 둘레길에서 멧돼지가 50대 부부를 공격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사려니숲길 주차장 관리인은 "작년인가 인근에서 멧돼지 보인다고 했었는데, 공사하다보니까 멧돼지들이 놀라서 일로 나온다고..."라며 개발로 인한 서식지 교란이 출몰 증가의 한 원인임을 시사했다.

멧돼지 개체수 급증에 농작물 피해도 확산

제주도가 5년 전 추정한 야생 멧돼지 개체수는 150여 마리에 불과했지만, 실제 상황은 이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부터 지난달까지 제주에서 포획된 멧돼지만 750여 마리에 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포획된 멧돼지는 벌써 240마리로, 지난해 전체 포획량의 70%를 넘어선 상태다.

야생생물관리협회 제주지부 장호진 사무국장은 매체에 "날씨가 안 좋을 때는 (번식) 실패율도 있는데 올해는 90% 이상은 전부 생존하는 것 같다. 이제 한 번 내려오면 이 밑에(저지대)가 먹이가 좋으니까 올라가지 않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활동 반경 확대는 농업 분야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2023년부터 최근까지 멧돼지 등 야생동물로 인한 농가 피해는 500여 곳에 달하며, 피해 면적은 135헥타르로 축구장 1800개 규모에 이른다.

건물 내부로 들어온 멧돼지 자료 사진 / 뉴스1
건물 내부로 들어온 멧돼지 자료 사진 / 뉴스1

연도별 농작물 피해 현황을 보면 2023년 258농가 0.68㎢, 지난해 192농가 0.58㎢, 올해 6월 기준 59농가 0.09㎢로 매년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제주도는 농작물 피해 저감과 아프리카돼지열병 예방 등 차원에서 제주시와 서귀포시, 한라산국립공원 등 3개 포획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제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부산에서도 멧돼지 출몰이 잇따르는 등 전국적으로 출몰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 5일 부산 금정구 금성동 야산에서 멧돼지가 나타나 경찰과 소방이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앞서 2일에는 남산동에서, 지난달 30일에는 은천동에서 각각 멧돼지가 발견돼 구청이 안전 안내 문자를 발송하기도 했다.

포획틀에 잡힌 멧돼지 / 뉴스1
포획틀에 잡힌 멧돼지 / 뉴스1

전국적으로 보면 2024년 한 해 서울시의 멧돼지 출몰 관련 119 신고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번식력 증가와 먹이 부족, 개체수 급증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환경부와 지자체 조사에 따르면 올 한 해 전국에서 약 10만 마리의 멧돼지가 포획되고 있다. 멧돼지 서식밀도도 2022년 기준 전국 평균 1㎢당 1.1마리로 확인됐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1㎢당 1.2~1.3마리까지 집계되기도 한다.

전남의 경우 2023년 멧돼지 출몰 관련 119 출동건수는 111건으로 매년 100건 안팎을 기록하고 있으며, 포획건수는 2023년 6186건으로 2년 새 1000건 이상 늘었다.

서울 등 대도시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서울 도봉구에서는 2024년 5~7월 3개월간 58마리, 한 해 동안 120마리가 포획됐으며, 올해도 이런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부산 등 타 지역에서도 멧돼지 출현 및 포획건수가 매년 크게 늘고, 출몰 시기도 계절에 관계없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유튜브, JIBS 뉴스/제주방송

마주쳤을 때 대처법은?

멧돼지는 몸길이 1-1.5미터, 무게 50-280킬로그램까지 성장할 수 있으며, 2미터 이상의 장벽도 뚫을 수 있는 강한 힘을 보유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피하려 하지만 영역 다툼이나 번식기, 새끼 동반 시에는 매우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멧돼지와 마주쳤을 때 ▲조용히 현장을 벗어나기 ▲근처 나무나 바위 등 은폐물 뒤로 피하기 ▲돌을 던지거나 소리치는 등 위협 행동 금지 ▲즉시 119나 112에 신고하기 등을 당부하고 있다.

특히 일몰 직후인 오후 7~8시경이 멧돼지 출몰 위험이 가장 높은 시간대로 알려져, 이 시간대 산이나 야산 출입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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