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특검에 출석하면서 한 말, 철저하게 계산됐다?
2025-08-0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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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발언 이유

"저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는 전날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있는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출석하면서 이처럼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수사 책임을 피하려는 계산된 발언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이날 보도했다. 발언만 보면 국민에게 사과하는 뜻으로 해석되지만 일각에선 대통령 배우자로서 이권 개입 의혹 등을 부인하기 위해 본인을 '힘 없는 민간인'으로 보이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김 여사는 이날 11시간 가까이 대면 조사를 받으며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배우자라는 상징적 위치는 있었지만 실제 권한이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식 직위는 없었다는 취지다.
김 여사는 ‘건진법사’ 전성배 씨 청탁 의혹과 관련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혐의는 민간인이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을 대가로 금품을 받았을 때 적용된다. 공무원이면 같은 행위는 알선수뢰가 된다.
이런 구조는 변호사법 위반과도 유사하다. 민간인이 공무원 업무에 개입해 돈을 받을 경우 처벌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앞서 김 여사는 디올백 수수 의혹 당시,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청탁금지법상 처벌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번엔 특검이 청탁금지법이 아닌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했다.
범죄 성립에 일정한 신분 요건이 필요한 경우를 신분범이라 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뇌물죄, 직권남용죄,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다. 민간인은 뇌물죄의 주체가 될 수 없고, 직무권한이 없으면 직권남용이나 업무상 과실 혐의도 적용할 수 없다.
결국 김 여사는 민간인으로서 알선수재나 변호사법 위반 혐의가 적용 가능한 위치에 있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는 발언 역시 이런 법적 논리에 발맞춘 메시지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여러 의혹에서 함께 언급되는 상황에서 김 여사가 자신은 대통령 배우자일 뿐 일반인이라는 점을 강조해 두 사람 사이의 연결 고리를 끊으려는 의도가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특검이 윤 전 대통령까지 수사하지 않는다면, 김 여사 혐의 입증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을 수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연합뉴스에 김 여사 발언은 본인이 아무 권한 없는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 윤 전 대통령과 연결돼야 성립하는 혐의들이 있는 만큼 그 관계를 차단하려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2022년 대선 과정에서 명태균 씨에게 불법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 같은 해 6·1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공천을 받도록 도왔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실제 김 여사는 전날 조사에서 "나는 힘이 있는 것도 아닌데 명태균 씨와 김영선 전 의원이 연락을 너무 많이 해와서 부담스러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런 ‘몸 낮추기’ 전략이 특검에 얼마나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는지는 미지수다.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권력의 핵심 인물로 거론됐고, 대통령과 극소수 참모만 사용하는 비화폰(A급 보안 등급)도 사용한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공식 직책은 없지만, 실질적으로 권력 행사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돼왔다.
특검은 이날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청구했다. 지난달 2일 현판식을 열고 수사를 정식 개시한 지 36일 만이자 김 여사에 대한 첫 소환조사 하루 만이다. 특검은 김 여사 혐의는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알선수재 등이라면서 구속영장 청구 요건에 대략 모두 해당한다고 밝혔다.